나른한 봄날 오후의 다람쥐 숲 곁에서

봄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하려 꽃샘추위가 오셨습니다. 한겨울의 추위에 비하면 추위라고 할 것도 없지만 이미 마음은 봄으로 발을 디뎠기에 꽤 매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꽃샘추위야 잠시 있다 사라질 뿐이고 보면 이제는 바야흐로 다람쥐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숲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다보니 외롭거나 쓸쓸하다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재롱둥이 다람쥐가 동무가 되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결에 다람쥐 하나가 툭 튀어나오더니 지난 해 어딘가에 묻어두었을 알밤을 잘도 찾아내 알뜰하게 껍질을 벗긴 뒤 볼이 터져라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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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가 지난 해 어딘 가에 숨겨두었던 토실토실한 알밤을 찾아내 먹고 있습니다.

다람쥐가 이른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세수입니다. 세수 터로는 돌 위나 한적한 부러진 가지를 정합니다. 세수는 사람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앞 두발을 양손 삼아 얼굴을 위 아래로 쓸어내린 다음 목과 귀 주변을 훔쳐냅니다. 사람의 세수와 다른 점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 대신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침입니다. 세수를 마치고는 바로 몸단장에 들어갑니다. 등과 발 그리고 꼬리의 털까지 가지런히 쓸어내리며 단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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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가 세수를 하는 모습입니다. 물 대신 침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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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수가 끝나면 온몸의 털을 고르며 몸단장을 합니다.

봄철은 다람쥐의 번식기에 해당합니다. 다람쥐는 기본적으로 땅속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아 키웁니다. 그런데 천적이 빈번하게 출현하는 것을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안전의 위협을 느낄 요소가 발생하면 여러 차례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영역 내 어느 땅이라도 마땅한 곳이 없으면 마침내 새끼를 물고 나무에 뚫린 수동(樹洞) 또는 빈 딱따구리 둥지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그러고 보면 새끼를 끔찍이 아끼는 마음은 사람이나 다람쥐나 다를 것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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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는 기본적으로 땅속 굴에서 새끼를 키우지만 땅속 굴이 마땅치 않으면 새끼를 물고 딱따구리 둥지로 옮겨 키웁니다.

이제 봄입니다. 봄은 다 좋은데 한 가지 은근히 귀찮은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춘곤증입니다. 숲 속의 다람쥐는 오후의 나른함을 스트레칭으로 극복합니다. 한 번 따라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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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한 봄날 오후를 맞은 다람쥐의 스트레칭 모습입니다.

서울시는 총 49종의 생물을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35종을 지정하였고, 2007년에 다시 14종을 추가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2007년 추가 지정 당시 포유류는 딱 1종만이 추가되었는데 그 종이 바로 다람쥐입니다. 흔한 것으로 알고 있는 다람쥐가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된 것에 조금 의아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 고양이의 증가와 질병 등으로 이제는 다람쥐조차 귀해진 것이 안타깝게도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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