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응포격 하면 서울은 안전할까? 연평도

 

안개 등 기상 주시하다 오후 2시30분 시작…연평도 등 서해5도에 주민대피령

북한,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 공언...연평도 이외 지역 폭격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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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홈페이지 2010년 12월19일자 톱기사


우리 군의 연평도 포 사격훈련이 20일 오후 2시30분께 시작했다. 군은 훈련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연평도 서남방 쪽으로 발칸포 등을 발사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사격훈련은 연평도 서남쪽(NLL 남쪽) 가로 40㎞, 세로 20㎞의 우리 해역에서 실시됐다. 이번 사격훈련에는 K-9 자주포와 105㎜ 견인포, 발칸포, 81㎜ 박격포 등이 동원됐다. 주한미군 20여명이 참여해 통제, 통신,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및 유엔사 회원국 대표 등 9명도 참관하고 있다,

 

앞서 군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안개가 걷히고 있다”며 “40분쯤 뒤면 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서 이날 오전 8시께 연평도를 비롯해 서해 5도에 긴급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연평부대에서 오늘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훈련은 북방한계선 이남 우리 해역에서 실시된다”고 밝혔다. 사격훈련 시작 시간은 애초 오전 11~12시 사이가 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개 등의 이유로 오후로 넘어갔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연평도 주변 바다와 하늘의 기상 상태를 면밀히 관측하면서 사격훈련 개시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우리 군의 포 사격훈련이 임박하면서 북한이 어떤 대응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응사격을 한다면 그 대상이 어디인지도 관심거리이다.

 

북한은 앞서 17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쪽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대응타격을 공언했다. 통지문은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연평도에서 계획하고 있는 해상사격을 즉각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연평도 포사격을 강행할 경우 공화국(북한)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대응 수위에 따라 이번 사격훈련의 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연평도에 대한 포격 전에도 경고를 했던 만큼, 우리 군의 이번 사격훈련 때도 대응사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보리가 연평도 사격훈련 계획과 관련해 러시아의 소집 요청으로 19일(현지시각)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도 남북 양쪽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되돌아보면 사태는 일전을 피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된 듯하다. 국방부가 이미 여러 차례 사격훈련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훈련을 접는다면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한미연합훈련 때도 사격훈련 재개를 공언했다가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그때도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반발이 있었다.


더욱이 연평도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국방부장관까지 교체한 상태에서 국방부가 물러서기는 더욱 어렵다.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은 19일 국방부 기자들과 만나 “과거 구한말처럼 약소국이었을 때는 강대국의 말에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혀 러시아의 사격훈련 자제 요청이 고려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북한의 여러 움직임으로 볼 때 북한도 어떤 형태로도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달 23일 연평도를 겨냥한 포격이 북한의 ‘전술 변화’가 아닌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가까이 ‘유화정책’ 혹은 ‘북한식 햇볕정책’을 폈으나 이명박 정부는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 붕괴’를 기다리는 정책을 노골화했다. 이에 따라 북한도 남북화해 정책 기조를 접고 군사력을 동원한 강경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전략 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중국의 존재다.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과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을 크게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등을 개발하는 중국 정부의 ‘동북진흥정책’에 북한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의 경제력을 고려하면 북한에 한 해 몇십억달러를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중국과 북한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면 한국은 경제교류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남북경협이 북한의 무력행동을 제어하는 제어장치로 작동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제어장치를 이미 상실한 상태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도 북한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 포위전략을 취하는 미국과 이를 뚫으려는 중국의 전략적 갈등의 틈바구니를 북한이 잘 포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중국을 에워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베트남과의 관계 긴밀화,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 등은 모두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이런 봉쇄전략을 뚫고자 하고 있고, 북한은 중국의 그런 ‘욕구’를 잘 읽어내 연평도 포격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 봉쇄를 깨고자 하는 중국으로선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군사행동을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확전 방지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연평도 사태 이후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남북한에 특사로 파견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북한은 이제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과 한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존 정책이 ‘대남 유화정책→남북관계 개선→6자회담 및 북미대회→평화협정 논의’였다면 지금은 ‘대남 유화정책→남북관계 개선’ 정책을 ‘한반도 군사적 긴장 강화’로 바꾼 셈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6자회담 및 북미대화→평화협정 논의’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 근거한다면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사격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어디를 겨냥할까? 우선 연평도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지금까지 극적 효과를 높임으로써 행동의 영향력을 극대화해왔다고 볼 때, 이미 한번 사용한 ‘연평도 카드’를 다시 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북한의 다른 카드로는 △북방한계선 이남의 해상을 겨냥한 포격이나 △백령도, 경기도 일원 아니면 극단적인 경우 서울을 겨냥한 포격 등이 꼽힌다. 북한이 어떤 카드를 사용하든 우리 군의 전폭기가 북한의 개머리 해안을 비롯한 포 발사기지를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북한도 전투기를 동원한 대응에 나설 경우 군사적 충돌의 긴장도는 극단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경기도나 서울 등 내륙을 향해 포격을 한다면 남북이 전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북한도 이 카드를 쉽게 꺼내들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러 차례 방북 경험을 가진 한 언론인은 “중국과의 최근 밀착도나 전쟁을 하면 공멸한다는 확전 반대 의식,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내륙지방을 대상으로 대응사격을 하더라도 전면전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나 서울도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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