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도 ‘날치기’ - 생생육아

만 12살 미만 예방접종 지원 예산 400억 전액 삭감 



f3cc150a0fb4ac053384ef71c5628c69.“지금 어디야?”

 “국회지. 지금 한바탕 난장판 벌어진 거 몰라? 몸싸움하고 난리가 났는데?”

 “오늘 바빠서 미처 몰랐네. 왜?”

 “예산안 처리 때문에.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새해 예산안 통과시켰네. 야~ 우리 셋째 낳기는 틀렸다.”

 

 내 전화를 받은 남편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날치기 강행 처리된 소식을 알려줬다. 셋째를 낳을 계획도 없었지만,(지금보다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 조성이 되면 모르겠지만) 남편은 예방접종 관련 예산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 사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남편의 말은 “아이를 낳을 만한 토대도 안 만들어주면서, 누구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거냐?”는 항의의 의미였던 셈이다.



     그렇다. 새해 예산안이 통과된 뒤 엄마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내년부터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은 0~36개월 영유아의 70%한테 20만원의 양육수당을 주겠다던 여당 대표의 약속이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 안상수 대표는 지난 9월 “소득수준 하위 70%까지 육아수당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하긴, 정치인 중에 거짓말 하지 않은 이 몇이나 될까만은. 내년에도 양육수당은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 가정(0살 20만원, 1살 15만원, 2살 10만원)에만 지원된다.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우리가 속을 줄 알았다”고 다들 푸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예산안 처리는 너무했다. 4대강 예산에는 9조6천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영유아 예방접종 비용 예산으로, 더구나 여야 합의로 책정했던 40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렇게 날치기 처리할 거면 뭐하러 한나라당은 예산안 증액에 합의한 건지... 이럴 것을 알고 그런 것인가!)



  더구나 ‘영유아 예방접종비’ 지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12살 이하 국가필수예방접종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겠다”고 말해왔는데, 이 대통령의 관심이 온통 4대강에 쏠리면서 졸지에 우리의 아이들만 건강권을 빼앗긴 셈이 됐다.   

 

 이번에 깎인 예산을 구체적으로 보면, ‘영·유아 예방접종비’ 338억8400만원, ‘A형간염 예방접종비’ 62억6500만원 등 400억원이다. 예방접종비 지원은 만 12살 이하 영·유아가 민간 병의원에서 필수예방접종(8종·총 22회)을 받을 때 국가가 보조하는 비용을 말한다. 

 애초 여야는 여야는 영유아와 12살 미만 어린이애 대한 민간 병의원 필수예방접종의 본인부담금을 1만5천원에서 5천원으로 내리기 위한 예산 증액에 합의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관련 예산 338억84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강행처리하면서 정부 요구안대로 통과됐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가 증액한 ‘A형간염 예방접종’ 지원 예산 62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엄마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거나 “도대체 서민과 복지를 생각하는 정부냐?”는 성토가 이어진다. <베이비트리> 필자인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도 오죽하면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쉬움을 토로했을까! “국회에서 아가들의 필수예방접종 예산을 몽땅 다 삭감해 버렸습니다. 저출산으로 국가가 비상사태라는데 정작 아이 키우는 데 비용은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니 놀랍습니다. 우리보다 후진국도 아이들 접종은 무료로 해주는 나라가 많다는데…. 400억원의 예산만 추가로 확보하면, 수많은 아기들이 필수예방접종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접종할 수 있었들 텐데….”

 

 아이가 태어난 뒤 첫돌을 맞을 때까지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필수예방접종뿐 아니라 선택예방접종까지 포함해 수십 가지에 이른다. 페구균, 뇌수막염, 로타, A형간염 등 선택예방접종까지 맞추다보면 한번에 30만원 이상 접종비로 내야 할 때도 있다. 필수접종과 선택접종의 차이가 안전성이나 질병감염의 위험도가 아니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느냐’ ‘지원하지 않느냐’로 나뉘기 때문에 엄마로서는 선택접종이라고 해서 무시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뇌수막염, 페구균 같은 접종은 반드시 맞추고 싶은 게 모든 엄마의 바람이다.



이러한 선택접종을 필수접종으로 포함시키기는 커녕 그나마 예산에 포함시키려 했던 항목까지 모두 깎아내다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지난 3년간 이 정부는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엄마한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정말 이 정부에서 더이상의 육아·보육 정책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정부가 진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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