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큰딸 보육비 ‘허걱~’…무상교육 안돼? -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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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한 명 더 낳을 것인가,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부모들이 출산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고려하는 것은 뭘까? 내 주변사람들만 보자면, 첫째는 경제력이다. ‘아이를 낳아 부족함 없이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 말이다.  하긴 자녀 1명을 4년제 대학 졸업 때까지 드는 양육비가 2억3200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나 역시 맞벌이임에도 두 자녀를 키우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둘이 열심히 벌어도, 한달 생활비를 감당하고 나면 남는 돈이 전혀 없다. 큰딸과 둘째딸의 보육비(100%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비용)만 100만원이 든다. 저축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그나마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가 더 늘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면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비 부담을 말할 때, 자녀들의 사교육비 비중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교육비 지출을 많이 하니, 당연한 결과라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부모들이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하면, 하나 같이 “학원이나 과외를 너무 많이 보내서 그러니, 중단해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해결책을 제안하곤 한다.



그런데 이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슨수 보육비만 만만치 않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며칠 전 큰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2학기 영어교재비 24만원을 납부하라는 공문이 왔다. 미처 생각지 못한 목돈이 나가게 된 셈. 아마 다음달에는 3개월(3/4분기) 교육비 72만원(매달 24만원)을, 그것도 현금으로 한꺼번에 납부해야 한다. ((농협에서 발행하는 ‘아이즐거운카드’를 만든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번도 쓴 적이 없다.)) 수아는 지금 사립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집 주변에 있는 구립어린이집에 대기신청을 해놓았으나, 현재까지 입소가 확정되지 못한데다 집 주변에 5~7세가 다닐 만한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탓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30만원 정도의 교육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유치원에 보내 놓으니 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한달 교육비가 60만원에 이른다. 순수 한달 교육비는 24만원에 불과하지만, 곁가지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이쯤에서 한 달 교육비 내역을 보자. 영어교재 및 교육비 4만원, 급식비 4만원, 종일반비 11만원은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과정이거나 할 수밖에 없는 교과과정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교통비 1만원, 방과후 교육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방과후 수업은 부모와 학생이 100%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큰딸이 수업 듣는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주머니 사정을 이유로 거절할 수 없는 없는 노릇. 결과적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매달 1~2개 과목씩 신청하고 있다. 이번달에는 발레(4만)와 인지반(6만5천원, 한글과 수학 공부) 수업을 듣고 있는데, 결국 모두 합하면 한달 교육비만 54만5천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참고로 두 달 전에는 미술반(6만5천원)과 인지반을 해서 한달 교육비로 57만원을 냈었다.(참고로 우리 두 딸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것 외에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지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작은딸 보육비는 한달 40만원 정도(우유값 포함)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에서는 매번 부모들이 아이를 너무 낳지 않아서 문제라고 떠들어댄다. 그러면서 마치 ‘아이만 낳아라. 모든 것은 다 정부에서 해결해줄테니’ 하는 식으로 각종 보육정책을 홍보한다. 정작 엄마들을 만나보면 “도움되는 정책은 단 하나도 없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다 키워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낳아보니 아무것도 없다. 속은 느낌이다.”라고까지 한탄한다.



서울시에서는 대대적으로 ‘서울형 어린이집’을 홍보한다. 국공립 수준의 보육환경과 시설을 제공해 엄마들이 믿고 아이를 맡기게 할 수 있게 하겠단다. 간판이 좋아졌다고 해서 엄마들이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형 어린이집 단 몇 만원이 줄었을 뿐, 보육비 부담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형 어린이집 늘리는 것보다 시급한 건, 엄마들이 지불해야 하는 보육비 총액을 줄이는 게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서울형이든 정부나 지자체가 부족한 재원을 전적으로 지원하면 된다.



지난주에는 서울시에서 의뢰했는지, 전화설문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궁공립 어린이집 대기신청을 하셨던데, 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다른 이유 없다. 저렴하게, 엄마들이 퇴근할 때까지 맡길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만약 수아가 궁공립 어린이집에 다닌다면, 보육비는 지금의 절반 수준 남짓까지 떨어질 것이다.  





 맞벌이인탓에 나는 큰딸은 15개월부터, 작은딸은 9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주변에 아이를 봐줄 친척이 딱히 없었는데, 막상 아줌마를 고용하려고 하니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아줌마 고용은, 사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맞벌이 부부에게나 실현 가능한 얘기다.) 지금은 아이 봐주는 아줌마를 고용하려면 적어도 130~150만원은 줘야 한다고 한다. 내겐 언감생심이다.

 

보육비 지출이 크다보니, 엄마들이 직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결국 정부의 보육비 지원은 ‘어린이집’으로 쏠리고, 구립어린이집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아이들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전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으로 일괄 지원하거나 보육시설 운용비의 100%를 충당할 수 있다면 엄마들의 보육비 부담은 0%로 줄어들 수 있지만, 지금의 보육지원 대책은 맞벌이-어린이집 보내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구조다.



다행인 것은 초·중·고교의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점차 실현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영양수준이나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영유아의 친환경 무상급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요원한 상태다. 미취학아동의 ‘친환경 무상급실 실시’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현재까지 감감하다는 점은 안타깝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서다.  



엄마들의 보육비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100%  무상교육으로 바뀌면 된다. 아이를 키우는데 큰 돈이 들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들은 자녀 교육과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만 2돌만 되어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한다. 정서적으로, 교육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에 경제적 부담만 느끼지 않는다면 엄마들은 둘째, 셋째 자녀를 마음 놓고 낳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이 없다면 서너 명도 낳겠어!” 엄마들의 이런 투정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무상교육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보육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수혜자인 엄마·아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 자녀의 교육비 부담이 많은 시기는 취학 전이다. 초·중·고교생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등의 사교육비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출산장려금 지원 등 그 어떤 보육정책보다 엄마들이 환영할 것이다. 보육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어린이집 무상교육’ 정책을 하루 빨리 내놓기를 바란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무상교육 하루 빨리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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