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가 예언한 다음 원전은? 원전을 멈춰라

후쿠시마  예언한 다음 원전은?

 


일본의 '1인 대안언론'이라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1989년 4월 <위험한 이야기>를 출판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후쿠시마 현에는 자그마치 10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쓰나미가 일어나 해수가 멀리 빠져나가면 11기가 함께 멜트다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의 예측은 22년 뒤 현실이 되었다. 

 

서울신문 캡쳐.JPG

- 1986년 4월 30일자 서울신문, 오른쪽 아래쪽에 '일본 낙진 비상'이라는 기사와 한국 기상대의 '피해 없을듯' 가사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가 보여 준 원자력의 숨겨진 위험성, 비밀주의, 과학만능주의를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원전을 가동하는 한 사고는 필연이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체르노빌 당시 한국은 어떠했을까? 당시 신문을 찾았다. 1986년 4월 30일자 <서울신문>은 1면에 UPI 통신을 인용 '2000여명 이상이 후송 중에 숨졌다'는  외신보도를 실었다.  ‘일본 낙진 비상’이라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방사능 낙진이 2일 후 일본 열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우리나라 중앙기상대 발표가 실렸다. “사고발생지점의 위치나 기류의 흐름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방사능 낙진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할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아니, 체르노빌에서 날아온 낙진이 한국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일본 땅에 떨어진다는 말인가? 체르노빌 당시 일본에서는 도도부현 47개 중 37개가 방사능 낙진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도 기상청은 한참동안이나 편서풍 타령을 했더랬다.

 

1986년 한국은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이었다. 당시 전 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면서 건설계획을 재검토할 때, 한국은 미국 GE사와 영광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발주 계약을 체결했다. 역사의 되풀이됨은 놀랍기만 하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후 독일이 7개의 노후 원전 가동을 중지시켰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여했다. 심지어 독일을 방문한 대통령은 클린에너지인 원자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6일, 정부는 국내원전 점검 결과 모두 안전하며, 고리 1호기도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초지일관 '원전사랑'이다. 1970~80년대엔 수많은 노동자가 수출산업화 전선에서 희생되었고, 지금은 온 국민의 안전과 미래가 원전 수출산업화 정책에 저당 잡힌 상황이다.

 

일본 원자력정보실의 반 히데유키는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일본정부도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계속된 방사능 유출로 일본은 지금 혼돈 그 자체이다. 결국 10일, 간 총리는 엄청난 재앙의 경험 끝에서야 원전에 백기를 들었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다음은 어느 나라, 어디 원전인가? 반성 없는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달 말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녹색에너지, 원자력으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제20회 원자력공모전을 진행한다. 원자력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은 공모전 참가 자체가 무의미 하다. 히로세 다카시는 원전에 관한 진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과연 원전의 진실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원자력담론은 온통 핵공학자들이 선점하고 있다. 일본에서 방사능 물질이 날아오는지 여부도, 인체 피해 여부도,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해수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그들이 대답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고, 핵과 관련한 시민강좌를 찾아다니며, 인터넷 상에서 토론을 벌인다. 이제 남은 것은 침묵하고 있던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원전의 진실에 보다 근접할 수 있도록, 시민과학자들, 보건의료인들, 정치인들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시점이 왔고, 그래야만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

2011년 5월 17일 한겨레 신문 왜냐면에 실린 글입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고, 녹색당 당원 이유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