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 삽에 올라탄 '아바타' 할머니, "생명버스 타주오..." 녹색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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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농사만 알고 살아온 최영현 할머니, 숲을 파괴하며 들어오는 포크레인에 앉아버렸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강원도 홍천군 두만리에 사시는 최영현 할머니, 골프장 공사중단을 위해, 그로인한 숲의 파괴를 막기 위해 포크레인 삽날 위에 아예 앉아버렸습니다.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숲의 파괴는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과도 같아서 두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으로 공사를 멈췄던 것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사는 무자비하게 강행되었죠. 보지않아도, 듣지않아도 할머니께서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으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아바타를 보셨을 겁니다.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와도 같던 판도라라는 행성에 지구인들이 침략해 자원을 수탈하며 원주민들을 내쫓았으나 결국 자연의 힘에 의해 다시 쫓겨나는 내용이었죠. 전 해병대원이었던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상관의 명령에 움직이는 인물이었으나, 나비족이라고 불리는 판도라 원주민들과 마음을 나눈 뒤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결국 판도라 행성을 파괴하는 '지구인'들을 막으려 들게되죠. 그가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숲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내며 들어오는 거대한 불도저 위로 뛰어올라 멈추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지않은 탓에 감시카메라를 부수어 공사를 방해하며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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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불도저에 올라탄 '제이크 설리'. 최명헌 할머니가 하는 행동과 다르지 않다. 사진=아바타DVD 캡쳐


"대지의  어머니께선 편을 가르지 않아"

제이크 설리가 우트라야 모크리(소리의 나무)에게로 가 인간들이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공격할 것이라며 도와달라고 애원합니다. 하지만 나비족 애인이었던 네이터리는 대지의 어머니 즉 자연은 어느 한 쪽을 편들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공격에 대해 자연은 도와주지 못한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쿼리치 대령이 막강 화력의 대군을 이끌고 영혼의 나무를 공격하려 할 때, 그 일대의 움직이는 생명은 모두 합심하여 인간들을 공격합니다. 제이크 설리의 목소리에 대한 답이었거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지의 어머니'의 강력한 조처였습니다. 나비족 등 판도라 행성의 많은 종족들이 큰 피해를 받았으나 결국 그들이 승리하여 인간을 쫓아내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제이크 설리와 이 할머니의 차이점이 과연 있을까요? 네, 차이점이 분명 있습니다. '아바타'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진 현실의 거울이었고, 최명헌 할머니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짜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또하나 부정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 속 자연이 아닌 실제의 자연은 진짜 편을 가르지 않습니다. 마치 열자식 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같이 나쁜 일을 일삼는 자식도 자식이라며 보듬는 어머니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은 죄를 전혀 뉘우치지 못하고 끊임없이 파괴를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아바타에서는 자연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현실 속에서는 우리의 힘만으로 극복해야한다는 뜻이 됩니다.

최영현 할머니가 지키고자 했던 숲이 골프장 건설 때문에 비참하게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 깃들어 있던 생명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나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도에 건설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이 무려 40개가 넘습니다. 이미 이 천연림을 없애고 들어온 골프장도 40개가 넘었습니다. 서울에서 강원도 곳곳으로 도로가 뚫리며 '청청강원'은 초가 녹아 사라지듯 붕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막기위한 첫번째 생명버스가 12월 10일 아침에 출발합니다. 현실 속 '제이크 설리', '네이터리'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생명버스는 천연으로 가득한 골프장 예정지를 돌아봅니다. 일명 '생명기행'입니다. 아마 그곳 숲을 다 밀어버리고 골프장이 생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다시 버스는 주민들을 만나고,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으로'골프장 해결을 위한 문화제'를 위해 이동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강원도의 숲이 지켜지길 빌며 '인간띠잇기' 퍼포먼스를 하게 됩니다. 



지금 청정 강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믿지못할 장면들과 그곳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주민들의 절규가 담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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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동식물을 품고 있던 이 숲은 골프장을 짓기 위한 불도저, 포크레인, 덤프트럭들의 난도질에 황량함만 남았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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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이곳에도 바람이 쉬어가고 새소리가 흘러가며 생명의 부대낌이 가득했었다. 이 골짜기에는 사철 파릇파릇한 잔디가 농약에 쩔은 채 자연인 척 자리잡게 될 것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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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건 황토 더미 위엔 묘가 애처로이 남아있다.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의 이 골프장 공사장은 업체의 부도로 방치되어있다. 한국의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경제성이 없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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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까지 차지한 골프장. 녹색사막이라고 불리는 골프장은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주변의 하천은 물론 야생동물들의 서식까지 파괴한다. 들어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파괴를 일으키지만 유지가 되면 될 수록 그 지역을 초토화 시키는 것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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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홍천군 두미리. 이 식물을 길러내는 두미천 상류 등에는 골프장이 두 개나 들어선다. 농약으로 찌든 물로는 농업용으로 쓸 수 없을 뿐더러 더이상 유기농사는 불가능하게 된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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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 산중의 작은 이 개울이 처절하게 썩어버렸다. 상류에 건설된 골프장 때문이다. 이 물에서 무엇이 살 수 있겠는가?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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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하늘다람쥐. 이들이 발견되면 공사장 입지로 선정될 수 없다. 하지만 이곳 홍천 구만리의 엠나인 골프장은 이들이 다수 발견됐음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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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종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는 꼬마잠자리. 홍천 팔봉리 대명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되었다. 이 작은 생명체는 무자비한 인간의 삽날에는 그저 '파리목숨'일 뿐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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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에서 '따다다다'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새, 딱따구리다. 그 중 머리를 붉게 칠한 이 녀석은 까막딱따구리로 '매우 희귀'한 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어 관리하지만 돈에 눈 먼 자들에겐 '쇠 귀에 경읽기'다. 홍천 갈마곡리 하이츠 골프장 예정지에서 발견하고, 촬영했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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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권 제발 사주세요"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장 때문에 쫓겨나는 주민들이 외치는 절규다. 업자는 회원권이 팔리지 않아 쫓아낸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주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공급과잉이라는 증거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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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죽어야 할 것은 자연과 우리가 아니라 골프장이라며 '골프장 초상'을 치뤘다. 사진=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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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내 도로를 가로질러 도청으로 향했다.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되기 전 일이다. 주민들은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이 된다면 이 모든것이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사진=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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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순 도지사는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원도 골프장 민관협의회'를 만들겠다며 마치 곧 해결해 줄 것처럼 얘기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되려 강릉골프장, 동막골프장을 의제협의(허가)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영화 아바타 속 '쿼리치 대령'과 다를바가 없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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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강원도청, 강릉시청 앞으로 나가 노숙농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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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권력, 행정권력에 우리들의 할머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않다. 벌써 4~50일정도 바깥에서 지내며 '합법'을 외치고 있다. 법대로만 한다면 청정 강원지역에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는 것이다. 사진=위 김용선, 아래 이승현


영화 속 내용인줄로만 알았던 아픈현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속에서와 똑같이 자본권력의 폭력으로 이루어집니다. 골프장이 환경을 파괴하고 그로인해 자연이 앓아간다는 것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망하는 골프장도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입장객 수도 해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이상의 파괴행위는 두 눈 부릅뜨고 있는 강원도민들을, 한국국민들을 농락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파괴된 뒤에도 우리가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입니다. 이런 파괴행위를 보고도 눈감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오,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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