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피어나는 새싹처럼 녹색 여행자

- 봄마다 피어나는 새싹처럼 블로그를 시작하며...

아마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도 봄마다 새싹은 피어났을 것이다. 내가 사라진 이후에도 마찬가지. 얼마전에도 봄이 왔다. 새싹도 피어났다.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워서설마 이대로 겨울이 계속되지는 않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세상은 자연의 이치대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순환한다.

나는 도시의 변두리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 태어날 때만 해도 자연상태의 풍경이 많이 남아있었다. 또한, 자연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있었다. 자라는 동안 그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변화하는지 지켜보았다. 동네 형들과 잡던 밭은 하구둑이 생기며 금세 사라져버렸고, 20여분의 모험을 거치면 나타났던 작은 폭포도 사라졌다. 메뚜기를 잡고, 솔방울 전쟁을 치르던 작은 언덕에는 거대한빙상센터 자리잡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 우리동네에 거대한 뭔가가 세워져서 기분이 좋았고, 한편으로는 어두운 마음이 들어왔다. 희한하게도 어두운 마음은 금세 잊혀졌다. 거대한 뭔가가 부분을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폭포가 있던 자리에 생겨난 아파트엔 친구들이 이사를 왔고, 언덕에 생겨난 빙상센터는 여름에도 시원한 겨울을 안겨주었다.

인공의 삶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을 가슴 속에서 작은 물결이 쳤다. 자전거로 유라시아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2007 , 파키스탄 훈자마을 뒤편으로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굉장히 험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삭막한 풍경은 공포로 휩싸이게 했다. 그곳 언덕에 오르면 장관이 펼쳐진다며 여행안내서에서 추천한 길이었지만 더이상 없었다. ‘괜히 혼자왔다 생각하며 빠른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마을에 거의 닿았을 , 바로 가슴속에 물결이 일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밟고 있는 길도, 옆에 널브러진 바위도, 희끄무레한 하늘도, 머리칼을 날리던 바람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바가지쯤 쏟아낸 같다

가슴속의 자연을 밀어내고 자리잡은거대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주었다. 비유하자면거대한 뭔가 방부제 같은 것이었다. 이미 썩어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은자연 없다면 살지 못하지만 그것이 없어도 있다고 믿게 만드는 약품같은 것이다

후로 변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슴 속에 채워진 거대한 방부제가 너무 많이 남아있는 탓에 갑자기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나갈 것이다

3 전부터 녹색연합이라는 곳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있는 , 해야하는 일이거대한 방부제 만드는 일은 아니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예상대로 자연의 순환을 위해 노력했다. 나도 그에 동화되어 빨리 방부제를 내고, 세상의 방부제 제작자들이 그러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건물을 짓고나면 가로수를 심는다. 도로 옆에도 심는다. 나무들도 여느 산야의 나무들처럼 봄마다 새싹을 피우고, 가을마다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딱딱한 콘크리트는 씨앗을 받지 않는다. 겨우 피어난 위의 새싹은 조경을 위해 단두의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나무는 다음해 또다시 새싹을 피우고 열매를 떨어뜨릴 것이다. 자연의 조화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인간의 그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블로그에서 그런 나무가 되고싶다. 도심 속에서 자라난 나무들처럼, 쓸쓸하고 외롭지만 해마다 새싹을 피우고, 열매를 떨어뜨릴 것이다. 나에게 새싹과 열매는 바로 글과 사진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노력해야 한다. 장담하건대, 블로그에서 나의 변화를 여실히 지켜볼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는 과정들, 내가 보는방부제들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며 새로운 세상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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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채색입니다. 봄마다 피어나는 새싹처럼 조화롭게,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