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청산선사 8/도인열전 도인열전

국선도 청산선사 8/통기법(通氣法)을 익히다

  
 “어제 저녁 너에게 이른 말을 알겠느냐?” “네, 그대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말아라.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도 잘 들어서 그대로 하여라. 너는 지금 나이가 어리나 이제 법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닦았다. 욕심 덩어리였던 네 몸이 이제 네 마음을 따르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법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고, 참된 기운(眞氣丹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었다. 하늘과 땅의 조화는 끝이 없는 것이나, 그 바뀌고 만들고 하는 법은 정해진 대로 돌게 되어 있다. 이것이 다름이 아닌 하늘의 길이다. 이 땅 위에서 그러한 법을 네 몸과 마음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닦게 된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증거는 네 아래 단 힘이 바로 네 몸 안에서 등허리를 타고 흐르고, 또 앞으로 내리어 몸 전체를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법이란 하늘, 땅의 모든 것이 크고 자라고 하는 이치를 사람이 알아서 그대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모두가 하나로 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그 하나에서 생겨나 흩어진 것이니 말이다. 법이란 사람들이 따라야 할 길이며 알고 올바로 닦으면 하늘과 땅의 뜻에 맞아서 하늘과 땅의 참된 주인이 된다.
 이 법을 이름하여 풍류도(風流道), 혹은 선인도(先人道)라고도 한다. 이것은 오직 하늘의 뜻과 그 기운을 내 한 몸에 받아 얻어서 하나로 맞출 뿐이며, 참된 올바른 길일 뿐이다. 네가 여태껏 세 가지 숨쉬기를 한 것은 네 몸이 법을 받을 수 있도록 올바른 길로 접어든 것이다. 오늘부터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참된 기운을 바로 네 몸과 마음에 맞물고 돌게 하는 법(통기법·通氣法)으로서 이것도 세 가지를 가르쳐 준 것이다. 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하늘과 땅의 모든 기운이 하나같이 되어 맞게 하는 법이다.
 앞으로는 돌리는 것을 하는데 서거나 앉아서 할 때는 서쪽을 바라보면서 하고, 누워서 할 때는 머리가 서쪽으로 가게 하되, 밤중이 조금 지나서부터 점심때가 조금 지날 때까지(축시·丑時부터 미시·未時) 하도록 하여라.”
 스승님께서는 이러한 가르침을 주시고 어딘가를 가셨다. 그리고 가끔 가다 돌아오셔서 수련을 점검해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무운도인께서 오셔서 묵으신 적이 있었다. 청산은 그동안 궁금하던 것이 생각나서 숨쉬기 할 때에 겪었던 일들을 말씀드리니 잠자코 듣고 계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것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모든 것은 네 스승이 가르쳐 줄 것이다. 그런 것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이며 나중에는 네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르쳐 주마. 법을 닦아가는 데는 일흔 가지의 일들이 생긴다. 몸에는 서른 가지요, 마음으로 생기는 것이 마흔 가지다. 마음에서 생기는 마흔 가지는 무엇이 보이는 것, 말하는 것, 먹는 것, 가고 오는 것, 나는 것, 물에서 걷고 잠기는 것,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것, 어떤 딴 세상이 보이는 것, 영계라 하여 가고 오는 것, 무엇을 만들기도 하는 것,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세상천지에 못하는 것 없이 글도 나오는 등등이다. 몸으로도 자기 몸이 실제 둘이 되고, 열도 되고, 천도 되는 것, 날 수도 있는 것, 아무 데나 마구 다녀도 걸리는 것이 없는 것 등등 이것도 서른 가지나 된다. 그러나 모두 허망한 짓이며, 만부득이 할 경우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하여야 하는데, 법을 하는 가운데 잠시 잠시 되는 것은 다 소용없는 짓이고 그런 것이 된다 하여 다 닦은 줄 알면 큰일 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어도 빨리 잊고서 꾸준히 닦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 것에 지면 몸과 마음을 버린다. 알겠느냐?”
 청산은 무운도인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꾸준히 수련에 정진하였다. 수련할 때는 고요한 가운데 혼령을 멀리 띄워서 스승님 계신 곳이나 항상 숨쉬던 자리에 앉아서 쉬지도 않고 기운 돌리기를 하였다. 혼령은 한없이 먼 거리도 순식간에 보낼 수 있다. 누구나 다 자기 생각이 나는 곳을 생각하면 즉시 그 모습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깊이 닦아 가면 아주 정확히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혼령, 넋은 허옇게 생긴 자기 모습과도 같다. 또는 아주 명확하게 자기가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나누어 보낸다(分心法)’고 한다. 그러고 나서 그 허연 자기를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이다. 나는 숨을 들이쉬는데 저곳의 자기는 숨을 토하는 수가 있다. 그것이 같이 되도록 하여 기(氣)을 돌리면, 처음에는 여러 색깔이 도는 듯도 하고 안 도는 듯도 하다가 얼마 가면 거무스름한 것이 도는 것이 보이다가 차츰 붉은 빛으로 보인다. 나중에 푸른 기운이 완연히 돌아갈 때는 그것도 이곳에 있는 자기가 완전히 마음먹는 대로 되어야 한다. 
 이때에 기운이 약하면 옆에서 떠나지 못하고 잘 보이지도 않게 된다. 이때는 세 번째의 숨쉬기를 몇 가지 몸 움직이는 것만 하면서 계속 하여 힘을 아래 단자리에 모아야 한다. 그 기운이 없으면 숨쉬고 돌리고 얼, 넋, 영을 띄우는 넷째 단계를 이룰 수 없다. 이것이 완전히 되면 몸이 둘로 보이는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것이나 그 얼, 넋, 영으로 볼 수 있으며 그것이 정확하면 딴 사람을 시켜 대질하여도 정확한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에 현혹되거나 그것이 제일인 양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얼, 넋, 영이 남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하여도 안 된다. 그대로 되는 수가 있으므로 말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그리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반드시 인과율에 의하여 결국 자기가 당하고 만다. 닦아서 높이 올라갈수록 더욱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네 번째 단계인 진기(眞氣)단법에서는 그동안 수련으로 아랫배 단전에 쌓여진 기운 덩어리인 단화기(丹火氣)를 몸의 정중앙인 임독맥으로 유통시켜 일명 소주천이라고 하는 임독자개(任督自開)를 이루었다. 이때 몸에서는 크게 세 번의 진동을 하였다. 그러고는 이어서 청산과 똑같은 몸이 나누어지는(分身) 체험을 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수련을 분신과 함께 하였다. 예를 들어 호흡을 할 때도 분신을 앞에 놓고 분신과 같이 호흡을 하고 고난도의 동작을 할 때에는 분신에게 시키고 나서 뒤에 동작을 하면 그대로 잘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은 고도로 발달하여 스승님과는 영(靈)으로 대화를 하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청산은 이렇게 진기단법을 2년간 수련하였다.
 진기단법을 다 마칠 무렵 스승님께서는 옛날 도화(道話)인 ‘그악태자’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렸을 때 외적의 침입으로 왕이었던 부모님들을 여의고 산중으로 피난하여 살다가 도가 높은 가족을 만나 그 가족들에게서 국선의 도를 닦아 득도하여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스승님은 이 내용 중에 그악태자의 뼈를 깎는 고행의 수련 과정을 상세하게 들려주시고는 청산에게 그악태자와 같은 수련을 하라고 명하셨다. 그리고 내공 수련에 있어서는 다음 단계인 삼합단법을 가르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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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는 하늘, 땅 그리고 네 기운이 모두 합하도록 수련을 하는 것이다.”
 청산은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점차적으로 전신의 기공으로 숨을 쉬는 피부호흡 단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특이한 몸놀림도 배웠다. 이것은 돌단의 참 기운을 받아 단이 많이 모이면 넋이 뿌리려 하는 것을 돌리는 법이다(外功). 그러나 단이 모이지 않을 때에는 별로 소용없는 일이다. 그리고 외공(武術)을 배워서 싸움에 쓰면 절대 안 된다. 청운도인은 이처럼 다짐을 받아야 할 것이 있을 때는 “알겠느냐?” 하고 거듭 물으셨다. 
 “지금까지 닦아 얻은 기의 기운을 몸에다 갖추어 지니고 한 번 숨을 들이쉴 때나 내쉴 때에 코로 하지 말고 몸으로 숨을 쉬어라. 사람 몸에는 수없는 구멍이 있으니 그리로 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숨을 쉬는 것이다(피부호흡·皮膚呼吸). 그래야 하늘, 땅의 기운이 너와 하나가 된다. 너는 지금 하늘, 땅의 모든 기운이 스스로 네 몸에 들어오고 나가고 할 수 있는 곳에 있으며 또 닦아 나가면 네 스스로 그렇게 될 것이니 끊임없이 하여라. 그러고는 먼저와 같이 너의 얼령(魂靈)을 이번에는 하늘 높이 띄워놓고서 하거라.”  
 누구나 10퍼센트 정도는 피부로 숨을 쉬고 있지만 본격적인 피부호흡을 하게 되면 심신의 많은 변화와 함께 높은 경지의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무술인 외공에 있어서도 범인의 경지를 뛰어넘는 도술을 구사하게 된다. 청산이 삼합단법을 다 배우는 데는 거의 2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었다.
   
 조리단법(造理丹法)이란, 삼합단법의 피부호흡이 완전히 익숙해져서 피부로 들어온 기운을 단전에 모아 그 힘을 몸 전체 안에서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돌리고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도 하늘 높이 둥둥 떠다니며 나와 하늘을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면서 하늘과 나를 하나로 되게 하는 법이다. 
 특히 조리단법에서 나타나는 심신의 변화와 도력은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나중에는 혼잣말 비슷하게 ‘내나 알지, 누가 아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또한 청산은 이때 스승님으로부터 의술(醫術)과 인체학(人體學)에 대한 가르침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께서 청산에게 하산하여 할아버지도 찾아뵙고 세상 구경도 하고 오라는 명을 내리셨다. 청산은 사부의 명에 따라 하산하여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바로 군 입대를 하였다. 이때는 이미 수련이 몸에 배어 있던 때라 군생활 중에도 시간만 있으면 꾸준히 수련을 계속하였다.
 군복무를 다 마치고 청산의 나이 스물다섯 되던 해, 늦여름에 스승님을 찾아 다시 산을 올랐다. 그리고 못다 이룬 조리단법을 완전히 이루었다.
 
 
 글 진목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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