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청산선사 7/도인열전 도인열전

국선도 청산선사 7/건곤단법(乾坤丹法)과 원기단법(元氣丹法)을 익히다
 
청운도인은 말을 이었다. 
 “이제야 너의 몸 안에 있는 것들이 튼튼해진 것이다. 몸 안의 가운데 기운을 키우는 곳을 튼튼하게 만드느라고 여태껏 쉰 가지 몸 움직임을 하면서 숨쉬기를 한 것이다. 앞으로 모든 곳을 튼튼하게 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내일부터는 숨을 들이쉴 때 다섯을 전과 같이 수를 헤아리고, 그대로 멈추고 있으면서 여섯부터 열까지를 헤아려라. 그리고 숨을 내쉬면서 다섯을 헤아리고, 그대로 자연스럽게 멈추어서 여섯부터 열을 헤아리며(吸五數, 止五數, 呼五數, 止五數) 숨 쉬는 것을 계속하거라.
 그리고 이런 몸을 하고서도 오랫동안 하거라. 모두 스물세 동작이니 잊지 말고 내가 한 대로 해보아라.”
 이에 청산이 빨리 스물세 가지 몸 움직임을 보여드리자 스승은 다시 자세히 가르쳐주셨다.   
 “몸을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 움직임을 할 때마다 고요히 바꾸고 오래 하거라.”
 이것이 바로 중기단법을 마치고 두 번째 단계인 건곤단법 수련의 가르침이었다. 
 그 무렵 속세에서는 6.25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청산은 가끔 대포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한 소리만 들을 뿐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수련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련 장소도 사부님을 따라 여러 산, 여러 곳으로 옮겨 다녔다. 
 하루는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날까지는 모든 것을 모르고 하였으나 이제 내 말을 잘 듣거라. 위로 조상 선령이 계시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할아버님과 웃어른이 있고 또 내가 있으니 모두가 너를 보살피는 것이다. 네 몸은 혼자이나 하늘과 땅이 굽어보고 조상 선령이 모두 보살피고 있으니 마음속으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늘 그 품 안에 들지 않으면 마음이 혼자가 되어 아무리 법을 닦아도 소용이 없는 법이다. 그러하니 하늘과 땅, 그리고 돌아가신 모든 영(人類源歸)과 할아버님, 그리고 너에게까지 법을 전하게 하여주신 많은 웃어른들께도 고마움을 알고 절을 하여야 몸과 마음에 혼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청산은 참된 마음과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며 하늘과 땅 그리고 조상 어른과 할아버님 계신 곳과 모든 곳에, 그리고 윗대 스승님과 스승님의 스승님과 스승님께 절을 돌아가면서 하고서 조용히 가르쳐주신 대로 숨쉬기를 하였다.
 이렇게 1년을 하루같이 매일 10~12시간씩 건곤단법을 수련하는 동안 심신의 많은 변화와 체험이 있었다.
 어느 때는 산에서 다친 곳이 아프기도 하고 다시 떨리기도 하였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골치가 아파오기도 했다. 그러나 누워서 앓고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또 진동을 하고 나면 힘이 없으나 기분이 아주 좋은 적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눈앞에 여러 가지가 보이기도 했고 숨쉬기 하는 것이 몹시 싫어지는 날도 있었으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하루도 쉬지 않고 정진하였다.
 그리고 스승님께서는 가끔 며칠씩 어디를 다녀오셨다. 청산은 궁금하여 여쭈어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오고 가는 것이 하루를 나가나 잠시 나가나 몇 달 몇 해를 떠나나 같은 것인데 그런 것에 마음 쓰지 말거라. 너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할 때는 내가 꼭 올 것이다. 가고 오는 것에는 슬픔도 허전함도 기쁨도 없어야 하는 거야. 알겠느냐?”
 
 어느 날 스승님께서 오시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처음에 숨쉬기를 한 것은 먼저 다소 가르쳐 주었지만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을 아래돌단자리(下丹田)에 모이게 하는 집을 지으려고 먼저 가운데 기운을 튼튼히 한 것이다. 그 가운데 기운은 음(陰)과 양(陽)이 하나의 기(氣)으로 모이는 이치의 모습인 것이다. 이것이 가운데 기운을 기르는 처음이 되는중기단전(中氣丹法)이고 그 기을 싸고 가운데 기운을 키움이 법으로 들어가는 몸가짐이자, 도에 들어가는 자세다. 그리고 다음으로 숨을 쉬어 멈추고 숨을 내쉬어 멈추고(吸止呼止) 하는 숨쉬기는 하늘기운(乾氣)과 땅기운(坤氣)이 하늘에 가득하여 서로 맞물고 돌아가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사람도 그와 같은 것이니 그 가운데에서 생기고 커가는 것이 힘이며 그 가운데에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둘째 숨쉬기(乾坤丹法)는 하늘 자리에서 하늘의 원래 이치를 네 몸 안에서 움직이게 시키는 법이다. 그런데 아주 훌륭히 해냈다. 
 오늘부터는 스물셋까지 하던 것을 끝내고 다음 것을 가르쳐줄 터이니 그리하여라. 숨을 들이쉬고서 멈추어 보아라. 그리고 그것이 임의롭고 고르게 되도록 딴 생각은 말고서 하거라. 몸 움직임도 이렇게 먼저 열두 가지만 하여라.”
 청산은 배운 대로 천천히 그 열두 가지 움직임을 따라해 보았다. 
 “그렇지, 그대로 하되 한 가지 몸 움직임을 하고서 지난 번 스물세 가지 동작을 할 때 보다 더 오래 있다가 자세를 바꾸어라. 마음으로 헤아려서 잘 맞게 하거라. 이 세 번째 단계를 원기단법(元氣丹法)이라고 한다. 원기단법의 원기(元氣)란 모든 기(氣)가 합실한 기운을 말하는 것이니 이 원기를 네 몸에 지니어 네 몸을 네 마음대로 동작할 수 있도록 수련하여라.”
 이어 스승님은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과 기를 유통시키는 법들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이렇게 가르침을 주시고 며칠 계시다가는 어디를 가셨다가 한 20일쯤 지나서 오셔서 또 다른 열두 가지 동작을 가르쳐 주시고 다시 어디론가 떠나셨다. 이렇게 열두 동작씩을 바꾸어 가며 꾸준히 수련을 하는 동안 여름도 가고 가을도 지나고 추운 겨울도 지나 이른 봄이 되었고 청산의 심신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두 차례 배꼽 밑이 흔들리면서 몸 전체가 떨리기도 했고, 갑자기 수련이 지겹고 귀찮아지기도 했고, 어느 때는 배가 몹시 아프고 입맛이 전혀 없거나 대소변이 나쁘게 나오고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다. 가끔 소리를 지르면 목소리가 상당히 커져서 산이 쩌렁 울렸고, 어디 한 군데가 아프고 나면 그곳이 몹시 시원해지면서 입맛이 좋아지고 대소변을 눌 때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어떤 날에는 단전이 더워지고 떨리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몸 안이 다 보이거나 앞일들이 보이기도 했다. 또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솟기도 하였다. 이런 등등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어린 청산의 몸은 생명력이 넘치는 막강한 몸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원기단법을 거의 마칠 무렵에는 절벽 위에서 수련을 하다가 몸에 강한 진동이 와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사흘간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처음 입산하여 원기단법을 마칠 때까지의 근 4년간의 고행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고비가 있을 때마다 스승인 청운도인은 하늘 도인(天氣道人)과 김풍기 도인 같은 옛날 도인들의 수련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해야 할 일, 사람이 하면 안 될 일들, 하늘이 생기고 모든 것이 생기게 된 일 등등의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또한 모든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몸소 실천하며 가르침을 주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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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스승님께서 오셔서 물었다. 
 “그동안 몸놀림을 몇 가지 하였느냐?”
 “예, 이번에는 365 가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힘을 몸에 돌리는 것도 가르침대로 하였습니다.”
 “이제 내 이야기를 잘 들어라. 네가 지금까지 한 것은 모든 기운을 몸에 지니어 네 몸을 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닦은 것이다. 몸이 마음을 따른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네가 오늘날까지 세 차례에 걸치어 바꾸어 가면서 한 숨쉬기는 씨를 뿌리고(中氣丹法) 가꾸고(乾坤丹法) 잘 보살펴 준(元氣丹法) 것이니, 너는 앞으로 여물어 가고(眞氣丹法) 무르익어(三合丹法) 거두어 놓아야(造理丹法) 하늘의 기을 받게 되는(三淸, 無盡, 眞空) 것이니 이제 겨우 자신의 몸을 보살피는 법을 닦은 셈이다.
 이제 너는 하늘의 기운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었다. 참으로 용하게 견뎌냈다. 아무리 보고, 듣고, 알고, 깨달아도 소용없는 것이야. 실천하여 닦아서 얻지 못하면 설경자(舌耕者)일 뿐이지. 입으로만 밭을 갈아야 소용없는 법인 것이야. 직접 밭을 갈고 씨 뿌려야 가을에 곡식을 거둘 수 있는 법이다. 씨만 뿌려도 안 되지. 가꾸고 김매주고 거름 주고 잡초를 뽑아 주고 하여야 비로소 여무는 것이고, 여물어도 베어다가 잘 간수하여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이니 그러한 방법을 알지 못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알아도 소용없는 헛것이야. 알겠느냐? 이 말을 꼭 명심하여라. 내일부터는 더 어렵고 오묘한 길을 걸어야 한다.
 세상에 혹 나가면 너의 이름을 청산(靑山)이라고 쓰거라. 이곳에서도 그리 부르마. 너는 언제나 푸른 산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깊은 뜻은 네 스스로 깨우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밝음이 세상에 밝게 될 때 이름을 비경(秘境)으로 바꾸어 쓰거라. 이제 어서 자거라.”
 
 글 진목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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