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난아이의 몸으로 되돌아가라/혈기도 6 혈기도

신선은 갓난애 몸으로 돌아간 존재

 

 

내가 설악산에서 17년간 천우 선생님에게 배우고 이후 수십 년간 행공을 하면서 깨달은 도는 아주 쉽고 명쾌하다. 몸이 갓난애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호흡을 통해 내 몸을 환골탈태시킨다는 것은 갓난애의 몸(體)과 그 기혈(氣穴)의 상태를 다시 찾는 것을 뜻한다. 갓난애 몸은 객기가 없어 매우 부드럽다. 늙은이 몸이 어린애 몸으로 돌아가는 ‘환로반동’(還老反童)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혼탁한 기운을 토해내고 우주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면 갓난아이처럼 몸이 유연해진다. 태(胎)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20~30대로는 돌아갈 수 있다. 등산을 갑자기 하면 종아리가 굳어져 단단해진다. 객기가 쌓여 신체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산에 빨리 올라가지는 못하지만 종아리가 굳어지는 젖산 발효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부드러워서 천기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애들은 코피가 나도록 아무리 많이 뛰어놀아도 그 다음날 멀쩡하다. 젖산 발효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객기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1년 내내 누워 있어도 피부에서 각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들은 각질이 금방 생긴다. 혈문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세포수가 줄어든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세포 입자가 굵어졌다는 뜻이다. 어린애처럼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는 것은 싱싱한 세포가 많다는 뜻이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고, 이것이 많아야 젊은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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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우 선생님은 100세가 넘어서도 골수와 몸이 아주 건강하고 활기 찬 열 두어 살 어린아이 몸과 같았다. 내가 17년 동안 씻겨 드렸으니 너무 잘 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몸을 젊게 만들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어린애 몸으로 돌아가려면 몸에 미쳐야 한다. 몸에 미치면 세상 모든 것이 달리 보인다. 몸이 수련을 통해 내 것이 되려면, 아픔과 고통이 따른다. 아픔을 고마워하고 즐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100세가 되어도 어린애 몸이 되고 생각이 천방지축 날뛰지 않으려면 몸을 호흡에 맡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솔개 같은 맹금류는 보통 30~40년 정도 산다. 그 나이가 되면 부리와 발톱이 두꺼워져 뭘 물거나 잡지 못하고 날개도 퇴화된다. 그래서 사냥을 못 해 굶어 죽는다. 아주 드물게 70~80년이나 사는 놈이 있다. 그 녀석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나? 그놈들은 먼저 산 정상으로 올라가 둥지를 튼다. 바위에 자기 부리를 찍어 깨뜨려 생살이 드러난다. 고통을 견디면서 새로운 부리가 나오길 기다린다. 새 부리는 연해서 먹이를 쫄 수가 없다. 굶고 기다리다 부리가 단단해지면 부리로 자기 발톱까지 다 쪼아 부수고 뽑아버린다. 새 발톱이 나야 사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톱을 다 빼면 또 부리로 쇠한 털도 다 뽑아 몸을 빨간 무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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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6개월이나 견디면서 다시 태어난 솔개가 80년을 사는 것이다. 설악산에 있을 때 솔개들이 많았지만, 그런 깊은 뜻을 품고 있는 줄 몰랐다. 행공 하면서 아프다고 엄살 부리면 솔개만도 못한 것이다.
 
 행공을 하면 몸에 다른 기운이 들어온다. 바로 천기다. 천우 선생님이 “행공을 하면 몸에 다른 기운이 들어온다”고 말씀하셨을 때 처음에는 그 뜻을 몰랐다. 그런데 척수에 다른 기운, 즉 천기가 들어와 운기가 되면 정신은 몽롱해진다. 그런 단계에 이르러야 비로소 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기운이 오면 그걸 계속 따라가고, 또 다른 기운이 오면 또 그걸 따라가라. 물론 희열의 기운이 오기 전에 반드시 아픔이 온다. 아픔은 몸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아픔을 좇다 보면 괜찮아진다. 행(行)해서 몸이 아파야 한다.
 
 옛날 사람들은 혈문이 열려 있었고 몸이 청정했다. 미래엔 어떨까?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몸을 바꿔야 한다. 몸을 바꾸는 길은 행뿐이다. 행을 해야 상이 바뀐다. 얼굴 상(相)은 행공을 3년 하면 바뀌고 전신 상(像)을 바꾸는 데엔 평생이 걸린다.
 
 정성을 다해 열심히 행공하면 혈문이 열려 몸에서 향기가 나고 상(像)이 바뀐다. 몸이 보답을 해서 몸이 당당하게 정신을 받쳐주고 상을 바꿔준다. 머리로 풀지 못한 일까지 해결해 준다. 행공을 건성으로 하면 안 된다. 동작 하나하나에 지극정성으로 몰두하라. 자신을 사랑하면 그것이 상으로 나타난다. 상은 내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혈기도는 몸의 환골탈태를 추구한다. 말 그대로 뼈가 바뀌고 태를 빼낼 정도로 몸이 완전히 바뀐 상태를 뜻한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지식이나 상식이 완전히 없어져야 비로소 몸이 눈을 뜨게 된다.
흔히 180도 바뀌었다는 말을 하지만, 어림없다. 최소한 380도 바뀌어야 바뀐 것이다. 생각이나 마음이 아니라 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몸이 180도 바뀌었다는 것은 백회에서 신장 위까지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안 바뀐 것이다. 정작 몸을 떠받치는 대퇴와 골반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뀌었다고 착각한다. 이 모든 것이 다 바뀌고 맨 마지막에 배꼽 모양이 바뀌고 배꼽이 빠지면서 달라졌을 때 모두 다 바뀐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바뀐 것이다. 배꼽이 빠져서 바뀌면 그때 오장육부가 다 바뀌는 것이다.
 
 아기 피부가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것은 몸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하고 운기가 잘 되기 때문이다. 아기가 자는 방에는 향기가 난다. 혈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은 목욕을 해도 방에서 고약한 노인 냄새가 난다. 좋은 향수를 뿌리면 냄새가 더 고약해진다. 노인의 피부는 비닐처럼 반질반질하고 말라있다. 혈문이 닫혀 있어 피부호흡도 안 되고 오장육부의 열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며칠 목욕을 안 하면 피부비늘이 벗겨진다. 노인의 방에 아기를 재우면 퀴퀴한 냄새가 사라진다. 노인보다 몇 배의 혈문을 갖고 있는 아기의 기운이 냄새를 없애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자들은 부모님 방에 아기를 재운다. 
 
 깊은 산 속 바위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에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 것은 아름다운 자태 때문이 아니다. 꽃의 향기가 벌과 나비를 부르는 것이다. 사람도 몸에서, 상(像)에서, 혈(穴)에서 향기가 나야 다른 사람이 쳐다본다. 성형으로 얼굴 뜯어고쳐 봐야 소용없다. 몸 안에서 혈문이 열려야 향기가 난다. 몸이 대우주 에너지를 받아들여 향기가 나면, ‘삶’은 풍족하게 된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사람들은 빈정대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호박꽃은 호박꽃만을 찾는 호박벌을 맞이한다. 호박꽃은 겉보기엔 수수하고 못생겼다. 가시까지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무척 충실하다. 화분(花粉, 꽃가루)이 많아 호박벌이 아주 좋아한다. 밤에 반딧불이 3마리를 호박꽃 속에 넣어봐라. 아름답다 못해 영롱하기까지 하다. 속이 충실하고 예쁜 꽃이 진짜 아름다운 꽃이다. 사람도 호박꽃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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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은 냄새를 코로 맡을 뿐이다. 그러나 혈문이 열려 있는 갓난애들은 피부로도 냄새를 맡는다. 피부에 각질도 생기지 않는다. 또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자기의 몸뿐 아니라 그 방 전체에 달콤한 젖내가 난다. 코에서 맡는 냄새, 즉 뇌파가 기억하는 냄새는 세포가 맡는 냄새의 몇억 분의 1에 불과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가스 중독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아기들은 가스중독으로 죽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어른들은 연탄가스를 마시면서도 자극을 못 느껴 결국 못 일어난다. 그러나 아기들은 운다. 아기들이 연탄가스인지 알고 울까? 아니다. 피부가 기운으로 냄새를 맡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개가 상대방이 위험한 사람인지 기운으로 느껴서 주인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처럼.
 
 청결하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들이면 세포가 많아지고, 세포가 많아지면 혈문이 열린다. 행공을 해서 혈문이 열리고 피부가 호흡을 하면 몸에서 향기가 나고 오감을 손끝에서 다 느낄 수 있다. 얼굴, 목 부위의 검은 반점은 혈문이 닫힌 죽은 세포다. 행공을 열심히 하면 사라진다. 혈문이 열리면 세포가 살아나고 근육과 인대, 뼈가 바뀌고 척추가 바뀌어 결국에는 척수까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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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잔뿌리다. 잔뿌리가 없는 나무는 죽는다. 뿌리 세포의 입자가 굵어지면 죽음이 가까워 온 것이다. 고목은 잔뿌리가 없다. 혈문이 바로 잔뿌리다. 어린애들은 잔뿌리가 많고, 어른은 잔뿌리가 없다. 몸을 바꾸어 새로 만든다는 것은 혈문이 열려 세포가 분열하여 세포수가 늘어나면서 직경이 작은 미립자 형태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혈기도 행공은 바로 세포의 큰 덩어리를 단계별로 더 잘게 분해하는 것이다.
 
 몸에 살이 빠지고 세포수가 늘어나면 매우 즐거워진다. 이때 아픔이 동반된다. 그러니 아픔을 반갑게 대하고 아파도 웃으며 행공해야 한다. 얼굴을 찡그리면 다리는 더 안 벌어진다. 입을 ‘하~’ 벌리고 편하게 탈기하면서 행공해야 다리가 잘 벌어진다. 찡그린다는 것은 힘을 주고 있는 것이고 객기만 쌓을 뿐이다. 대우주 에너지와 교류를 잘하면 세포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기는 몸은 작지만 어른보다 세포수가 2배나 많다. 늙으면 세포의 수는 줄어들고 크기가 커진다. 그래서 나이 들면 쭈그러지는 것이다. 세포수가 적은데다 세포가 굵으면 살이 늘어진다. 근육을 굵게 키울 것이 아니라 세포, 혈문 수를 늘리고 잔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나이 들면 세포수가 줄어든다. 세포수가 줄어든다기보다 세포가 한 데 뭉치는 것이다.

 

글 우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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