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부르는 도인호흡법, 아주 쉬워요 무위태극선 교실

도인술과 그 다양한 변주/ 도인호흡법

 

"혹시 도인이세요?"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잠깐 쉬는 길에 만난 낯선 이의 반가운 표식이 이쯤만 돼도 살맛이 난다. 도인(道人)은 ‘길 가는 이’란 뜻. 길 가는 이가 도인술(導引術)을 행하는 것이니 언뜻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할 것. 모처럼 산행은 고대한 만큼 기쁘기 한량없겠으나, 막상 눈앞에 닥친 가파른 언덕길은 그 시작부터 발걸음을 터덕거리게 한다. 이게 뭐람. 저질 체력에 대한 자탄에 빠지기 일보직전, 그렇지, 바로 이때, 도인호흡법으로 청량한 산기운에 흠뻑 취해보자. 일대반전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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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 뜨자마자 도인호흡법을 한다. 굳이 목욕재계 할 것도 없다. 일어난 그 순간, 그 자리가 도인술의 적시다. 기지개를 켜듯 몸에 탄성을 불어넣는다. 몸이 활처럼 굽었다 펴지지. 그 새를 비집고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폐부를 찌를 것이다. 필자의 일상이다. 명상 전후엔 대개 이 도인호흡법을 한다. 명상의 시종을 알리는 신호탄이랄까... 고요하고 평온한 심중에 울려 퍼지는 명징한 종소리 하나 둘... 요가나 기공, 태극권의 전후에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으로 이보다 나은 것도 없다.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7회 정도로도 족하다. 그것으로 벌써 몸과 마음은 잘 정돈되어 있을 것이다. 학생이라면 쉬는 시간, 직장인이라면 휴식시간이 적시다. 시도 때도 없다. 잠깐의 틈, 그것으로 당신의 몸과 마음은 훌륭한 상태를 누리게 될 것.
  
 도인술이란? 도인(導引)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술법’의 뜻이다. 800년을 살았다는 전설의 팽조가 이 방면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 요체는 몸의 굴신(屈伸)에 호흡을 배합한 것. 몸을 굽히고 펴는 행위를 호흡으로 돕고, 호흡의 깊이를 몸의 굴신으로 돕는다. 달리 말해 동방의 요가가 바로 이 도인술이다. 구태여 차별을 논하자면, 인도의 요가나 동방의 도인술이 공히 같은 기공류라 할지라도, 요가는 해탈의 길로 통하는 반면 도인술은 무병장수의 길로 일컬어진다.
 
 호흡에 따라 몸을 굽히고, 펴며, 뒤틀고, 두드리는 운동과 수련의 역사가 전해져온 곳이 어찌 중국과 인도뿐이랴.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몸과 호흡과 마음을 다스리는 전통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동방에서만도 수천 가지의 도인술법이 유전되어 왔고, 지금 전해지고 있는 도인술의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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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따라 하는 도인호흡법. 자세를 단정히 한다. 결가부좌든 반가부좌든 상관없고, 앉아도 좋고 서도 좋다. 먼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호흡을 고른다.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알아차린다. 왼손 위, 오른손 아래로 두 손을 받친다. 엄지손가락은 맛 대어있다. 이렇게 준비된 마음이라야 호흡의 깊이에 이른다.
  두 손을 교차하여 들어 올리니 이마에 닿는다. 이마 앞에 오른손이 왼 손목을 가볍게 감싸 쥐고 있다. 그예 일직선으로 하늘을 향해 내뻗는다. 양팔이 두 귀에 닿도록 수직으로 밀어 올린다. 이때 관건은 척추를 곧게 펴 일말의 굽음이 없게 하는 데 있다. 이렇게 첫째 단계는 위쪽 방향이다. 계속해서 곧게 뻗은 두 손의 힘을 빼고 내려와 가슴 앞쪽에서 십자수의 모양을 만들고, 이어서 두 손을 틀어 왼손이 오른 손목을 잡고 들어온다. 가슴 전면에 딱 붙여 손바닥은 앞쪽을 향해 있다. 앞쪽을 향해 마주 잡은 두 손을 당긴 활모양으로 죽 내민다. 등골 뒤쪽에 탄력을 주도록 하는 게 이때의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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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방향은 이처럼 앞으로다. 잡은 두 손을 다시 가볍게 놓고 아래쪽으로 반원을 돌 듯 돌아온다. 양손의 손가락이 일일이 마주치듯 접혀 들어와서 이번에는 옆구리 뒤쪽으로 향한다. 가슴이 탁 트이고, 양손은 옆구리를 지나 허리 뒤쪽으로 죽 뻗는다. 요점은 앞가슴을 환히 트이게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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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방향은 뒤로다. 뒤로 뻗은 양손의 손목을 방송하고 기수를 옆으로 돌려 서서히 들어올린다. 될 수 있는 최대한 두 손을 양 날개처럼 뻗어 직상한다. 그렇게 두 손은 두정 위쪽에서 합장한다. 이렇게 합장된 두 손은 서서히 가슴 앞쪽으로 내려오고 이윽고 정리 단계로 접어든다. 두 손을 빙그르 한 바퀴 돌려 합장한 손을 풀어내리니 하단전 앞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본래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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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의 요령. 스트레칭의 동작과 들숨날숨의 호흡이 잘 배합되도록 하는 것이 도인호흡법의 요체다. 요령의 핵심은 두 손을 내뻗을 때 들이쉬고, 거두어들일 때 내쉬는 데 있다. 양손 양팔이 네 방향으로 펴고 뻗는 순간, 척추의 모양도 거기에 맞춰 뻗고 휘어진다. 그에 따라 호흡의 깊이도 깊게 된다. 모든 동작의 순간에 호흡은 들이쉬고 멈추고 내쉬고 멈추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도인호흡법은 골반 위쪽 상체에 작용하는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 한 번 할 때 3-7회 정도 한다. 이 정도로 충분히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줄 것이다.
 
 생명은 한 호흡지간에 있다. 호흡은 그 자체로 살아있다는 표징이다. 밥을 먹지 않으면 40일은 가고, 물을 먹지 않으면 일주일은 간다. 하지만 숨을 쉬지 않으면  몇 분을 채 못 간다. 숨만 잘 쉬어도 건강하고 장수한다. 숨만 잘 쉬어도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숨만 잘 쉬어도 피부가 탱글탱글. 호흡법으로 몸을 정화시키고, 호흡법으로 마음을 평정케 한다. 깊고, 느리고, 긴 호흡이 그것이다.
 
 당(唐)의 오규는 ‘몸은 도를 담는 그릇(道之器)’이라고 했다. 또한 도교 <태평경>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목숨은 가까이 네 몸에 있다. 무엇 때문에 가슴을 두드리면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가? 자기 몸을 스스로 맑게 하지 않으면 누가 맑게 하겠는가? 자기 몸을 스스로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끼겠는가? 자기 몸을 스스로 이루지 않으면 누가 이루겠는가? 자기 몸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생각하겠는가? ------이 말을 반복해서 생각한다면 귀신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몸을 놀리고 마음을 쓰는 철학이 어려울 까닭이 없다. 다만 장자의 말처럼 ‘우리 몸을 하나가 거주하는 집으로 삼고, 부득이함에 머무를 수 있다면(一宅而寓於不得已)’ 좋겠다.
    
 민웅기(송계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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