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청산선사 5/도인열전 5 도인열전

국선도 청산선사/청운도인과의 만남

 
청산이 할아버지를 떠나올 당시에 큰외숙은 방 하나짜리 오두막을 지어놓고 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방이 작아 함께 생활하기 불편했으므로 청산은 해선암 주지의 허락을 얻어 개울가에다 조그마한 토막집을 짓기로 했다. 나무도 잘라다 져 나르고 흙도 파서 이겨놓고,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 동네 어른들 일하는 것을 많이 봐온지라 외숙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일을 했다. 하루는 나무를 해 나르다가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아파서 쩔쩔매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다리는 점점 더 부어올랐다. 
 깊은 산속인지라 이렇다 할 약도 없고, 약을 구하려면 마을에 있는 의원에게 가야 하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숙과 함께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웬 사람이 저 골짜기 밑에서 걸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승복 같은데 승복은 아닌 도포를 입고, 삿갓 같은데 삿갓이 아닌 모자를 쓴 사람이었다. 저녁에 웬 사람일까 의아했지만 절에 온 사람인가 보다 하고 무심하게 생각하며 외숙하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사람은 산세 구경을 하듯이 여기저기 살피는 듯하더니 어느 사이 청산이 앉아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어린 사람이 어디를 다쳤나?”
 그는 무심한 척 청산의 상처 난 다리 위에 손바닥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다가 새끼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꾹 찔렀다. 그러고는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절 있는 쪽으로 휙 걸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청산과 외숙은 산을 오르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잠깐 보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은 너무 늦어 마을까지 갈 수 없으니 일단 두었다가 내일 식전에 마을로 가서 의원께 보이도록 하자.”
 큰외숙이 이렇게 말하는 데다가 청산이 생각하기에도 밤새 무슨 큰일이 있겠나 싶어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리가 아프기 전과 똑같이 멀쩡하였다. 너무 신기한 일인지라 가만히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제 스님 같은 분이 도와주어서 그런 것 같았다.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 절에 올라가 인사라도 드릴 요량으로 어젯밤 그 손님을 찾으니 그런 사람은 있지도 않고 온 적도 없다지 않는가. 
 그로부터 십여 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청산이 산중에서 수련하는 중에 하루는 스승이 10여 년 전 그 일을 거론하며 껄껄 웃으셨다. 그날 자신의 다리를 치료해준 이가 바로 스승인 청운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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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의 큰외숙이 살았던 태학산 해선암은 멀리서 보면 큰 학이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려는 모양을 하고 있는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큰외숙 집 근처인 해선암 옆에 집을 짓고 산 농사를 돕는 생활이 안정되자, 청산은 남의 집 일로 힘들고 외롭게 홀로 지내시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함께 지냈다.  
 당시에 청산은 어린 마음이지만 부처님과 같은 큰 성인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낮에는 농사일을 돕고 밤에는 불경을 갖다 놓고 읽고 외우며 생활하였다.
 청산의 나이 13세가 되던 해 봄, 하루는 해선암의 주지스님이 편지를 주며 산 너머에 있는 광덕사에 있는 스님에게 편지를 전해주고 오라는 심부름을 보낸다. 그리고 청산은 가는 도중 저녁 무렵에 길모퉁이에서 어떤 노인을 만났다. 
 그런데 이 노인이 편지를 보자며 달래 가지고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찢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어린 청산에게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묻고 답하기를 마치자 노인은 청산이 보는 앞에서 새끼손가락 하나만으로 주먹만한 돌을 깨어 보이고는 배워보고 싶지 않으냐고 청산에게 물었다. 
 청산은 얼떨결에 “예”라고 대답을 한다. 그 대답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몇 마디 질문 후 보내줄 줄 알았는데 노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돌 깨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사제지간이 되었다. 너는 나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 돌 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청산은 일이 전혀 예상 밖으로 되자 두려운 마음에 잘못한 대답의 용서를 빌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노인은 가지고 온 광목 필을 찢어 끈으로 만들고는 한쪽은 자신의 허리에, 다른 쪽은 청산의 허리에 묶고는 오랜 시간을 걸어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글 진목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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