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음식요? 피자와 라면입니다.” “거짓말이죠? 그런 몸을 유지하려면 아무리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피자와 라면은 피해야 할 음식일 텐데요?” 그는 대답했다. “라면과 피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라면과 피자 먹은 날은 가계부에 꼭 기록을 해요. 평균 두 달에 한 번 먹었어요. 그날은 목표했던 동작을 성공했거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혈관이 연결되는 게 보이는 날이었어요.” 다시 말하면, 무지 기쁜 날에 먹었다는 뜻이다. 그는 다시 말한다. “라면과 피자를 좋아해요. 하지만 죽도록 참아요.”

 

101.jpg » 철봉에 매달린 조성준씨의 뒤태. 등의 모든 근육이 살아 움직인다.

 

‘죽도록 참는다’는 그의 몸을 설명하는 한 문장이다. 옷을 입은 그는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옷을 벗으면 보인다. 철봉을 잡고 매달린 그의 뒷모습을 보면, 그가 왜 좋아하는 음식을 ‘죽도록 참는지’ 알 수 있다. 인체의 온갖 근육의 자태가 화려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보디빌더처럼 큰 근육이 아니다. 뼈대에 붙어있는 잔근육과 힘줄이 마치 교향악의 웅장한 하모니처럼 살아 움직인다. 아! 인간의 근육이 저리도 아름답고 조화롭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화난 등근육’이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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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이 10%라면, 음식은 90%입니다. 그만큼 먹는 음식은 몸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선명한 근육을 간직하고 싶다면, 소금기 빼고, 자극적인 것 빼고, 탄수화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단백질 위주의 자연식으로 식단을 바꿔야 합니다. 먹고 싶은 거 참지 못하면, 쿨하게 선택하면 됩니다. 배 나온 아저씨의 길을 간다고. 어중간하면 우울증 걸리기 딱 좋아요.”

 

 조성준(35)씨는 ‘맨몸 운동가’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 바벨이나 아령, 각종 헬스기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통해 건강과 육체의 아름다움을 가꾼다. 분당에 있는 그의 체육관(데스런) 벽에 견고히 붙어있는 철봉이 주인공이다. 스스로 디자인한 것이다. 다른 운동기구는 없다. 그는 이 체육관에서 스스로 개발한 운동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무료로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오랜 시간 힘들여 개발한 운동법을 아낌없이 퍼준다. 그의 운동법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 ‘추종자’가 70만명에 가깝고, 각종 동영상의 페이지뷰도 1억뷰를 넘었다고 한다. 도구가 필요 없는 맨몸 운동 위주로 소개하며 체력에 맞게 코스를 단계별로 나눴다. 최근 유행하는 홈트레이닝(동영상을 보며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의 지존인 셈이다.

 

104.jpg » 영화배우 이소룡이 만들었다는 복근 운동인 `드래곤 플래그' 자세

 

 그는 턱걸이를 중시한다. 푸시업이 아무 기구 없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는 운동이라면 턱걸이는 근육을 당기는 대표적인 운동이라고 한다. “턱걸이는 몸을 당겨 올리고, 올라가서 버티고, 내려오면서 최대한 천천히 버티는 세 가지 힘이 필요해요.” 그가 만들어 올린 ‘왕초보자를 위한 턱걸이 운동 방법’이라는 동영상은 턱걸이를 하나도 못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것이다. 우선 철봉에 매달려 2분을 버틸 수 있는 악력을 키운다. 철봉을 잡은 그립이 풀리지 않게 엄지로 검지를 꽉 누른다. 철봉 아래 허리 높이의 받침대를 놓고 올라선다. 그 받침대 위에 올라 철봉을 잡고 점프를 하며 턱걸이 흉내를 낸다. 익숙해졌다면 점프를 해 최대한 버티다가 내려온다. 1분을 목표로 버틴다. 다음에는 힘을 주며 몸을 끌어 올린다. 30번이 목표다.

 

102.jpg » 푸시업은 가슴과 어깨근육을 특히 강화시키는 전신운동이다

 

 턱걸이가 등 근육을 만든다면, 푸시업은 가슴과 어깨 근육을 만든다. 그는 주문한다. “준비 자세입니다. 팔꿈치를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팔은 바닥에서 90도 각도를 유지하고, 복근에 힘을 주어 등이 살짝 위로 말리게 합니다. 엉덩이부터 발끝까지는 힘을 주어 곧게 폅니다. 내려갈 때 자세입니다. 허벅지는 바닥에 떨어져 있어야 하고, 가슴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내립니다. 팔꿈치 각도는 옆이 아닌 뒤를 향하게 합니다. 들어 올릴 때는 어깨와 팔을 제외한 모든 부위는 고정시키고, 처음 자세로 복근과 엉덩이에 힘을 줍니다.” 그는 50번을 이런 자세로 푸시업을 하고, 엎드려 팔을 뻗은 채로 30초를 쉬고, 다시 10번 하고, 또 엎드려 팔을 펴고 쉬며 100번을 했다.

 

 

 

 어릴 때 농구선수를 했던 조씨는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대형 피트니스클럽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잘나가는 트레이너였다. 유명 연예인들의 몸을 가꿔줬다. 하지만 즐겁지 않았다.

 “그때는 3개월이면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며 돈을 벌었어요. 3개월 만에 ‘몸짱’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어요. 적어도 2년은 보고 운동해야 해요. 그리고 돈이 없는 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동영상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혼자 찍고, 올리고, 댓글에 답변합니다.”

 그는 집안의 문에 고정하는 9900원짜리 가정용 철봉도 턱걸이 운동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철봉이 없으면 큰 책상의 아래로 들어가 몸을 들어 올리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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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몸무게만 제대로 사용해도 바벨 등을 쓰는 중량운동으로 만든 근육보다 훨씬 탐스럽고 멋진 근육을 만들 수 있어요. 푸시업이 팔운동일까요, 어깨운동일까요, 가슴운동일까요? 전신운동입니다. 버티고 밀고 하는 과정에서 팔과 어깨, 가슴, 복근, 허리, 엉덩이, 다리, 발끝의 모든 근육이 동원됩니다.”

 

105.jpg » 두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옆으로 몸을 세우는 조성준씨. 그가 자극적인 포즈라며 보여주었다.

 

그는 그가 추구하는 맨몸 운동의 30%는 건강, 70%는 성취감과 자부심, 스스로의 만족이라고 한다. “하루 20분만 시간을 쓰면 건강도 유지하고, 간지나는 몸매도 유지할 수 있어요. 바쁘다고 핑계 대지 말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맙시다.”

 분당/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