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도 청산선사 9/도인열전 도인열전

국선도 청산선사 9/마침내 법을 이루다

“네 몸과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하고(심신합일·心身合一), 다음으로 하늘과도 같이(천일합일·天人合一) 만들어라. 너의 몸을 수천 수만으로 보이지 않게 나누어버린다는 생각을 하고서 전혀 내가 하나로 모이지 않으니, 없다는 것을 만들도록 하였다가 다시 모이게 하여라. 생김도 없는 데서 생겼고, 너도 없는 데서 생겼으니 다시 없는 데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겨나는 것이다. 그 이치를 잘 알아서 하도록 하여라.”
 누가 들으면 몹시도 허망한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선도법 수련의 방법이다. 
 그동안의 여섯 단계의 수련이 도력을 부리기 위한 준비였다면, 삼청단법(三淸丹法)부터는 대자연과 나의 몸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모든 잠재능력을 구사하고 발전시켜 도력의 극치를 닦는 과정이다. 이때부터는 영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모든 것을 아는 회상법(回想法)이나, 아무리 먼 곳도 직접 가서 보는 것과 같은 투시법(透視法), 거리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원청법(遠聽法), 멀리 있는 사람과도 말할 수 있는 심언법(心言法), 몸을 가볍게 하는 경신법(輕身法)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도력을 닦게 된다.  
 청산은 열심히 삼청단법을 수련하던 어느 날 동굴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벌거숭이 도인을 만났다. 이 도인은 말이 없이 다짜고짜 청산에게 싸움을 걸어와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청산은 도력을 구사하는 단계에 오른데다 아무 두려울 것이 없는 한창의 나이였는데도, 처음 만난 이 벌거숭이 도인에게 꼼짝을 못하고 당했다. 이 일은 청산으로 하여금 수련에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뀐 어느 날 또 벌거숭이 도인이 나타나 다시 싸움을 걸어왔다. 이때는 청산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역전의 공세를 폈는데, 대결을 하면서 느낀 것은 벌거숭이 도인의 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한참을 싸우다가 벌거숭이 도인은 왼손을 높이 들고는 사라져버렸다.
 후에 스승님께 이 도인에 대하여 여쭈어보니 큰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라고 하셨다. 
  
 어느덧 청산이 법을 닦기 시작한지 17년이 되었다. 무진단법(無盡丹法)은 고요히 앉아서 서서히 몸과 마음을 둘로 나누어서, 다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각각 또 수없이 나누었다가 다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모으는 수련이었다. 
 이도 역시 말이나 글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나 스승님은 아주 세밀하게 설명을 하시며 청산을 이끌었다. 삼청단법에서도 몸과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가 합치고 하였으나, 무진단법은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따로 따로 나눈다는 차이가 있다. 말은 비슷해 보이나 여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청산 6.jpg
 
 진공단법(眞空丹法)은 몸과 마음을 따로 나눈 다음에, 그것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서도 하늘과 땅기운에다 맞추어 한데 모았다가 다시 내보내는 것이다. 이때는 최고 최대의 하늘과 땅기운까지도 끊고 푸는 법을 수련하는 것이다.  
 고요히 누워서 몸과 마음을 허공에 높이 띄우고 몸은 몸대로 마음(얼, 넋, 영)은 마음대로 나누었다가  맺어주고 한없이 흩어서 먼지도 남지 않게 하였다가, 서서히 허공에 모아 몸도 마음도 합하고 다시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나누어놓고 또 합하고 하는 와중에 몸과 마음의 변화가 수없이 일어나게 된다.
 몸이 한없이 커지거나 작아질 때도 있고 하늘의 모든 것을 휘휘 저어버리려는 생각 등등의 수없는 변화가 생긴다. 그러한 생각은 절대로 금물이므로 반드시 올바른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러한 것을 하면 자기가 먼저 하늘의 고아, 땅의 고아가 되어 모든 공덕과 공력이 허사로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삼청단법 이후부터는 거두어놓고 쓰는 법이기 때문에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극도로 몸과 마음을 조심해야 한다.
 
청산 7.jpg
 
그러던 어느 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는 맺음이 있어서 만났으나 맺음이 다하였으니 헤어지는 것이다. 사람이란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고 또 헤어지면 만날 수도 있는 법이야. 너는 배울 것은 다 배웠으니 너 혼자서 배운 것을 꾸준히 끊임없이 닦아 나가도 좋을 것이다. 너는 그동안 용케도 고생을 참아가면서 수련에 정진했다. 이제부터는 자유로이 하산하여 네 갈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후계자를 양성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주도록 도법을 전하여라. 그것이 너의 사명이다. 사람은 다 자기가 가는 길수가 있는 법이야. 그리고 내가 가르쳐준 모든 것을 바꾸면 안 된다. 아홉 가지 순서를 그대로 하고 그 정신에 벗어나면 못 쓴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다르게 되는 거야. 올바로 되지 못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잘 가거라.”
 청산은 그 마지막 말씀이자 명을 듣고 하산을 하게 되었다. 
 
 글 진복 법사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