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배양육, 식품 혁명인가 위험한 도발인가 에너지식량

burger-4.jpg » 소 근육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쇠고기 햄버거 패티. businessinsider.

 

근육세포 3개월간 배양해 완성

 

식량위기를 해결할 식품 혁명이냐, 생명공학의 위험한 도전이냐? 이런 논란을 부를 만한 행사가 벌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요리축제에서 열린 '시험관 버거'(test-tube hamburger), 즉 배양육 햄버거 시식회다.
이날 햄버거 패티로 쓰인 쇠고기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소의 근육조직에 있는 줄기세포를 떼어내 실험실에서 3개월간 배양해 만들었다. 햄버거 요리는 조리사 리처드 맥거원이 맡았고, 오스트리아 식품영양학자 한니 러츨러와 미국의 음식 평론가 조시 숀왈드가 시식을 했다.
마크 포스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줄기세포 배양 기술로 쌀알 크기의 인공육 조직 수천개를 다져 햄버거 패티를 완성했다. 이를 위해 줄기세포 조직을 고정해 응축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이번에 시식된 패티는 조 단위의 줄기세포 배양 세포로 구성됐다. 혈관이 없는 근육 세포는 흰색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실제 고기처럼 보이도록 배양육에 붉은 사탕무우 주스와 사프란 가루를 추가했다. 이 140그램짜리 인조쇠고기를 만드는 데는 25만파운드(약 4억3000만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세르게이 브린이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했다. 브린은 환경과 동물보호를 위해 이 연구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쇠고기 배양 어떻게 했나

 

포스트 교수는 인조쇠고기, 즉 배양육(cultured meat: 연구실에서 배양된 고기)이 식량 위기를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거나 동물을 해치지 않고도 고기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세계 농지의 70%가 고기 생산에 쓰이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고기 생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햄버거 1개를 만드는 데 물 2400리터가 들어가고, 쇠고기 1㎏은 17㎏의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게다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고기 소비량은 2002년 2억2800만톤에서 2050년 4억 6500만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기를 배양할 경우 동물의 희생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가축들이 엄청난 땅을 차지하며 메탄과 기타 온실가스를 내뿜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월드워치에 따르면 매년 560억마리의 가축이 식용을 위해 도살되는데 이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한다. 하지만 실험실의 배양 쇠고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95% 이상 감축시킨다.

포스트 교수는 “이번 시도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며 상용화에는 시일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험실 고기 생산에 대한 연구자는 포스트만이 아니다. 미국 미주리대 가보 포객스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근육세포로부터 커다란 고기 조각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모던 메도즈(Modern Meadows)는 2012년 페이팔(PayPal) 공동설립자인 피터 시엘로부터 35만달러를 유치했다.

하지만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번 연구 진행자들은 이번 이벤트가 ”배양육은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식품(Frankenstein food)“이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고 있다.

타라 가넷 옥스퍼드대 식품정책연구소장은 “전 세계의 비만 인구가 14억명이고, 10억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인공육 생산은 기술적 차원만으로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tumblr_mr1yq6fiqe1qza6bio2_r1_500.gif » 인조쇠고기의 에너지 소비량은 실제 쇠고기의 55%, 온실가스 배출량은 4%, 토지 사용량은 1%에 불과하다.

인조쇠고기 햄버거를 맛본 시식자들의 소감은 어떨까?
“부드러운 감촉은 아니었다. 고기에 가까운 강렬한 맛이었지만 육즙이 많지는 않았다. 밀도는 훌륭했지만, 소금과 후추가 생각났다. 식감은 진짜 고기나 다름없었다. 재료가 흐트러지거나 하지도 않았다.”(한니 러츨러)
“입에 차는 느낌은 고기와 같았지만, 기름기가 부족했다. 씹는 느낌은 햄버거와 비슷했다. 진짜 고기와 가장 다른 점은 음식 재료로서 향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조시 숀왈드)

결론은 기존 햄버거와 거의 같다는 것이다. 포스트 교수는 10~20년후에는 인조쇠고기가 수퍼마켓 진열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3/aug/05/world-first-synthetic-hamburger-mouth-feel

https://culturedbeef.org/what-cultured-m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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