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2017년은 항공택시의 원년이 될까 우주항공

uo.jpg » 100년 전 유럽 미술가들이 상상한 공중택시 정류장(왼쪽)과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플라잉카.

 

상상화, SF에서나 보던 장면들

 

택시가 공중을 날아다닌다? 도심 교통 정체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장면이다. 실제로 하늘을 나는 차는 인류가 오래 전부터 꿈꿔온 교통수단이다. 프랑스 미술가들이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그린 2000년 세상 풍경화에서도 에어로캡(항공택시)이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SF 오락영화 <백 투 더 퓨처 2>(1989)의 시대 배경은 2015년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설정했던 시기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하늘을 나는 차는 여전히 상상 속에 있다. 2259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1997)에서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들이 도심 빌딩 숲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날이 오려면 앞으로 몇세대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dron1.jpg » 도심 상공을 나는 1인승 항공택시. ehang 유튜브 갈무리.

 

두바이, 올 여름 1인승 드론 상용화 나선다

 

그런데 2017년 올해가 상상 속의 항공택시를 직접 목격하는 원년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중동의 허브로 불리는 두바이가 첫 테이프를  끊겠다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일원인 두바이는 최근 열린 제5회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오는 7월이면 세계 최초로 두바이 상공에 항공택시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광저우의 드론업체 이항지능기술유한공사(億航智能技術有限公司)가 개발한 이 항공택시의 이름은 ‘이항184’(EHang 184)다. '저고도 중단거리 항공 교통수단'을 목표로 개발된 ‘이항 184’는 4개의 축에 프로펠러 8개가 달린 쿼드콥터다. 드론 이름에 있는 숫자 184는 1명의 승객, 8개의 프로펠러, 4개의 팔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비행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만든 이 항공택시엔 다른 드론처럼 조종사가 없다. 승객이 혼자 탑승해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 단추만 누르면 된다. 두바이 도로교통국은 이미 두바이 상공에서 시험 비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으로 미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첫선을 보인 지 불과 1년만의 일이다.

 

dron2.jpg » 올 여름 두바이에서 첫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인 이항184. 이항 제공

 

2030년까지 무인교통 비중 25% 달성 목표


무인 항공택시의 비행고도는 최고 300m, 비행 속도는 최고 시속 160㎞다. 항공기의 높이는 1.5m, 무게는 200kg. 최대 적재량은 117kg으로, 성인 한 사람이 짐 한두개 정도까지는 들고 타도 된다. 한 번 충전에 50㎞를 운항할 수 있다고 한다.
두바이 당국이 자율비행 항공택시 운항에 앞장서는 건 2030년 무인교통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운전자 없이 다니는 교통수단의 비율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전기차 200대를 택시용으로 구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두바이 당국의 항공택시 홍보 동영상

 

성공의 관건은 시스템 안전과 소비자 신뢰

 

문제는 안전이다. 특히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을 때 대응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회사쪽에선 어떤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착륙하는 ‘장애시 안전 시스템’(fail-safe system)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공항 관제시스템 같은 지휘센터도 하루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의 한 항공전문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식 운항에 들어가기 앞서 최소한 1000시간 이상의 시험비행을 해봐야 한다며 자신은 이 비행기에 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irbus.jpeg » 에어버스가 개발중인 1인승 항공택시 상상도. 에어버스 제공

 

에어버스, 앱으로 항공택시 불러 목적지까지 슝~

경쟁에 뛰어든 업체가 이항만은 아니다.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도 올해 안에 자율비행하는 1인승 항공택시 시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톰 엔더스(Tom Ender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DLD 기술콘퍼런스에서 “도시 교통이 지하로 들어간 지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공중으로 갈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는 도시의 교통 정체를 완화시키고 도시 계획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의 수직이착륙 자율비행 항공기 개발 계획은 ‘바하나 프로젝트’(Project Vahana)로 불린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1인용 항공택시를 불러 목적지까지 비행해 간다는 개념이다.

uber.jpg » 우버 백서에 들어 있는 항공택시 상상도. 우버 제공

 

우버, 나사 출신 수직이착륙기 전문가 영입

 

차량 호출 및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도 지난해 10월 수직 이착륙 방식의 항공택시 구상을 담은 백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우버 엘리베이트(Uber Elevate)’. 우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 내 항공택시를 현실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0년 경력의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항공기 전문가 마크 무어를 최근 영입했다. 무어는 2009년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수직이착륙기(VTOL)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인물이다. 우버는 도로정체가 심한 출퇴근 시간 도심지에서 항공택시가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빌딩 옥상을 이착륙장으로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zee.jpg » 지닷에어로가 2013년에 특허를 출원한 수직이착륙기 개념도. 지닷에어로

래리 페이지, 플라잉카 개발에 1억달러 투자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지닷에어로(Zee.Aero)라는 이름의 신생기업을 통해 2010년부터 전기충전 방식의 소형 플라잉카 개발에 한창이다. 무어의 수직이착륙기 개념에 자극을 받은 그는 지금까지 1억달러가 넘는 개인 자금을 플라잉카 개발에 쏟아부은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회사 출신과 구글 자율주행차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는 또다른 플라잉카 개발 기업 키티 호크(Kitty Hawk)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omorant1.jpg »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유인드론 코모랜트. 어번에어로노틱스 제공

 

이스라엘 코모랜트, 빌딩과 전신주 사이를 '요리조리'

 

이스라엘에서도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 개발이 한창이다. 지난달 어번 에어로노틱스(Urban Aeronautics)는  최대 탑재 중량이 1500kg에 이르는 유인드론 코모랜트(Cormorant, 가마우지)를 2020년까지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모랜트는 앞이 탁 트인 개활지가 아닌, 도심의 빌딩과 전신주 사이를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회사쪽은 밝혔다. 주로 군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지만, 이 정도 능력이면 도심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운항 속도는 최고 185km이다.
1903년 12월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나는 인간의 꿈을 실현시킨 이후 114년째를 맞는 올해, 인류는 과연 항공 역사에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될까?

 

바람…소음…항공택시가 넘어야 할 장벽들

 

항공택시는 미래의 도시교통 해법으로서 바람직한 방식일까? 상상 속에서나 그려보던 항공택시의 상용화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기술 측면과는 다른 차원에서도 항공교통수단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생겼다. 바로 항공택시가 부를 소음과 바람, 사고시 위험 때문이다. 항공택시는 하늘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하방압력(downward force)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는 지상에 바람과 함께 소음을 야기한다. 또 공중에서 사고라도 나면 숱한 파편들이 떨어져 치명적인 사태를 부를 위험도 있다. 당장의 도로교통 문제를 해결하려다 미래 도시에 자칫 더 큰 괴물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괴물은 도로 같은 특정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다닌다.
 도시교통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땅속 개발을 들고 나온 일론 머스크(전기차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플라잉 카는 ‘바보같은 아이디어’(dumb idea)라고 말했다. 도로주행 기능도 갖춘 플라잉 카는 엄밀히 말해 항공택시로 개발되고 있는 수직이착륙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도심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이란 점에서 플라잉카와 항공택시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머스크는 “나는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플라잉카가 가능한 해법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많은 것들이 윙윙거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에 빠질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항공택시가 정착하려면  탑승자의 안전 운항 말고도 시민들의 안전이라는 또다른 장벽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두바이 구상
 http://www.sciencealert.com/dubai-is-set-to-launch-the-world-s-first-hover-taxis-within-months
 http://mashable.com/2017/02/13/dubai-ehang-drone-taxis/
 http://www.bbc.com/news/technology-38967235
 래리 페이지 구상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6-06-09/welcome-to-larry-page-s-secret-flying-car-factories
 어번 에어로노틱스 계획(이스라엘)
 http://www.haaretz.com/israel-news/security-aviation/1.768559
 http://www.urbanaero.com/category/2016

 우버의 구상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7-02-06/uber-hires-veteran-nasa-engineer-to-develop-flying-cars
 https://techcrunch.com/2017/02/06/uber-hires-nasa-aircraft-engineer-to-help-develop-flying-cars-at-uber-elevate/

   http://mashable.com/2016/10/27/uber-flying-cars-aviation/#QXQM35fl8iqs

   우버 백서

  https://www.uber.com/elevate.pdf
  에어버스의 구상
 https://www.fastcompany.com/3067669/exclusive/airbus-is-about-to-build-a-self-flying-electric-robo-taxi
 https://techcrunch.com/2017/01/16/airbus-plans-to-test-self-driven-airborne-taxi-by-the-end-of-2017/
 http://www.reuters.com/article/us-airbus-group-tech-idUSKBN1501DM
 http://mashable.com/2017/01/16/airbus-autonomous-flying-car-end-of-2017/

  일론 머스크의 회의론

 http://www.businessinsider.com/elon-musk-flying-cars-bad-idea-2017-2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17-02-16/elon-musk-is-really-b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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