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고가형 궤도차, 도시교통의 끊을 수 없는 유혹인가 자동차교통

Caterpillar-Train-3-889x618.jpg » 인도의 철도 엔지니어가 박사학위 과정의 일환으로 내놓은 미니 공중궤도열차 '시트레인'. MIT 제공.

 

100년도 더 된 독일의 고가형 궤도열차

 

교통 정체는 도시 행정가들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도심통행료 부과, 버스 전용로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정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은 없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교통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SF영화에서처럼 도로 위를, 그리고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진 턱도 없는 일이다. 20여년 전부터 몇몇 업체에서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제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유력한 대안으로 곧잘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가형 궤도열차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노레일이 있다. 지난해 개통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이 모노레일 방식이다. 공중에 떠 있는 트랙에 매달려 달리는 독일 부퍼탈시의 현수식 모노레일 슈베베반도 있다. 1901년에 첫 운행을 시작했다고 하니 무려 11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선 자기부상 방식으로 공중트랙 밑을 달리는 소형 교통수단 '스카이트랜'(SkyTran) 시범 운행구간이 건설되고 있다.

 

Wuppertal-100522-13449-Sonnborn.jpg » 독일 부퍼탈시의 현수식 모노레일 '슈베베반'. 색다른 모양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skyTran_Cityscape-003.jpg »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범운행을 할 스카이트랜. skytran 제공

 

도로 점유 없어 교통 정체 유발 안해

 

고가형 운송 방식의 장점은 도로 공간을 크게 점유하지 않아 교통 정체를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교통신호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정시 운행도 가능하다. 얼마전 사기 논란에 휩싸인 중국의 터널버스 디자인도 고가형 운송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엔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모노레일 개발을 마쳤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본사가 있는 선전에 '스카이레일'(SKYRAIL)이란 이름의 고가형 모노레일을 구축한 뒤, 이를 전세계에 보급할 계획이다.

 

skyrail1_highres.jpg »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개발한 모노레일. BYD 제공

 

MIT 경연에서 1위를 한 인도의 '미니 공중궤도열차'

 

제2의 인구대국 인도 역시 중국만큼이나 대도시들의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에선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최근 인도의 한 철도 엔지니어가 주목할 만한 시스템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뉴델리 철도정보센터 소속인 철도공무원 아슈와니 쿠마르 우파디아야(Ashwani Kumar Upadhyaya, 42)가 제안한 이 운송 시스템은 고가형 미니 궤도열차 ‘시트레인’(Caterpillar Train=cTrain)이다. 그의 제안은 이전의 것들과 달리 MIT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쳤다. 우파디아야는 아치 형태의 지지대 위를 달리는 이 열차 디자인으로 MIT 집단지성센터 기후공동실험실(MIT Climate CoLab)이 주최한 경연에서 운송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제출된 29개 작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센터는 일반인과 전문가가 기후변화 대응법에 대해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다.

 

Caterpillar-Train-4-1020x610.jpg » 한 줄에 두 사람까지만 앉을 수 있다.

 

SUV 본딴 객차…레일 위로도, 아래로도 다닌다


박사 학위과정 동료인 야콥 이노베이션스(Jacob Innovations Inc) 대표 에밀 야콥(Emil Jacob)과 함께 완성한 시트레인은 도로 위 몇미터 상공에 공중트랙을 깔고, 그 트랙을 따라 운행하는 레일카다. 이전의 모노레일 등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객차가 레일 아래로도, 위로도 다닐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객차당 탑승 인원이 적은 대신 수송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속도는 시속 최대 100킬로미터로 했다.
객차는 일반 열차가 아닌 스포츠실용차(SUV)를 벤치마킹해 소형화, 경량화를 구현했다. 객차 높이는 SUV와 비슷하고 폭은 4피트(1.2미터) 정도로 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으면 꽉 찬다. 다만 길이는 12미터로 길쭉하게 했다. 객차에는 통로 없이, 좌석만 앞뒤로 10줄씩 늘어서 있다. 각 줄마다 2인이 탈 수 있으니 최대 20명 탑승이 가능하다. 사람이 앉을 공간만 있기 때문에 객차 무게는 3톤에 불과하다. 30톤에 이르는 기존 전철 한 량 무게의 10분의 1 수준이다. 쏘나타 승용차 2개를 합친 무게와 엇비슷하다.

 

Caterpillar-Train-6-1020x610.jpg » 시트레인은 기존의 철도들과 비교해 덩치가 매우 작다.

 

가로등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지지대

 

시트레인이 내세우는 장점은 세가지다. 우선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대형 콘크리트 지지대 위를 달리는 기존의 철도와 달리 이 열차는 가느다란 아치 모양의 지지대 꼭대기에 매달려 달린다. 객차가 상대적으로 작고 가볍기 때문에 지지대도 상대적으로 육중할 필요가 없다. 지지대는 가로등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둘째는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우파디아야의 계산으론 기존 지하철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지하철 100미터 구축 비용으로 시트레인 1500미터를 건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객차 가격도 일반 승용차 수준인 3만달러면 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내버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전기 동력으로 운행하니 소음도 없고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객차 하나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골프카트 3대분에 불과하다.

 

Caterpillar-Train-2-1020x610.jpg » 시트레인은 레일 아래로도, 위로도 달릴 수 있다.

 

교통망이 주거지역까지…도시교통의 인터넷


셋째는 도심 간선도로만이 아니라 주변 주거지역 도로까지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폭 5미터 정도의 도로면 설치가 가능하다. 우파디아야는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도시수송의 인터넷’이라고 설명한다. 주거지역까지 촘촘하게 운송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빗댄 비유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도시 대중교통 시스템은 모두 ‘중심-주변’(hub-and-spoke) 콘셉트를 토대로 개발됐다. 수송 시스템이 중심에 있고 시민들은 이곳까지 와야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시트레인은 시민들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방식이다. 정류장은 엘리베이터 플랫폼으로 설계돼 있다. 수직으로 승하차하기 때문에 정류장 공간이 기존 버스나 지하철 역보다 훨씬 작아도 된다.
우파디아야는 시트레인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부가적으로 얻는 이점들도 많다고 말한다. 예컨대 출퇴근 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높여준다. 거주지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으니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 교통 사각지대가 사라지게 되면 고용주나 구직자 모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자금, 기술, 안전성…넘어야 할 벽들


우파디아야의 연구는 MIT 박사학위 과정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MIT 전문가들의 질문 공세를 통과해야 했다. 지난 9월 그는 보스턴 MIT 캠퍼스에서 열린 우승자 대회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기업, 비영리기구, 정부 대표자들에게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인도 철도청장한테도 직접 브리핑을 했다. 우파디아야는  다른 모노레일 방식에 비해 “시트레인의 강점은 단순함과 실용성”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금과 기술, 안전성 등 넘어야할 벽이 많다. 텔아비브에 건설 중인 스카이트랜도 애초 2014년에 선보일 예정이던 시범운행이 몇년째 늦어지고 있다. 현실에 적용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MIT 전문가들이 주목한 새로운 고가형 도시교통 시스템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출처

http://climatecolab.org/contests/2016/transportation/c/proposal/1329506
http://climatecolab.org/contests/2016/transportation
http://jacob-innovations.com/cTrain.html
http://inhabitat.com/elevated-caterpillar-trains-fly-over-traffic-without-blocking-out-the-cityscape/
http://indianexpress.com/article/india/india-news-india/caterpillar-train-model-indian-railway-global-award-mit-2991429/
http://www.globalconstructionreview.com/news/idea-suspended-rail-transit-syst7em-wi7ns-m7it/
http://www.thebetterindia.com/66000/ashwani-kumar-upadhyaya-caterpillar-train-urban-transport-mit/
http://www.theweekendleader.com/Innovation/2518/sky-riders.html

 

https://en.wikipedia.org/wiki/Wuppertal_Suspension_Railway

http://www.skytran.com/

https://www.techinasia.com/china-monorail-byd-skyrail

http://www.businesswire.com/news/home/20161013006377/en/Global-Debut-BYD-%E2%80%9CSkyRail%E2%80%9D-Shenzhen-Monorail-System

 

<터널버스>

https://www.theguardian.com/cities/2016/aug/22/china-straddling-bus-bizarre-transport-schemes
와이어드가 제기한 문제점
 https://www.wired.com/2016/08/concerns-chinas-traffic-slaying-straddling-bus/?mbid=social_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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