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새들은 왜 V자형 편대비행을 할까 생명건강

sn-ibises.jpg » V자형 편대 비행을 하고 있는 붉은볼 따오기들. nature.  

 

앞서가는 새가 날개 퍼덕여 상승기류 만들고

뒤따라가는 새는 그 덕택에 비행 에너지 절감

 

가을 하늘을 한 번이라도 바라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철새들이 V자형 편대를 이뤄 비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자들은 철새들이 V자형 편대비행을 하는 이유를 놓고 오랫동안 갑론을박을 거듭해 왔다. 이제 그 의문이 풀린 것 같다. 영국 과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큰 날개를 가진 새들이 날개끝의 위치를 신중히 조절하고 날개 펄럭임을 일치시키는 이유는, 앞서가는 새가 만들어 내는 상승기류를 이용하고 비행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새들이 V자형 편대비행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예상된다. 첫 번째 이유는 리더를 쫓아가기만 하면 되므로 비행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경우 V자형 편대비행을 하면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많은 과학자들은 새들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새를 비행체로 간주한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하면, V자형 편대비행은 새들끼리 서로 띄워 주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행기가 만들어 내는 기류는 새의 날갯짓이 만들어 내는 회오리보다 더 안정하다는 차이점이 있어,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영국 런던대 왕립수의대의 제임스 어셔우드 교수(운동 생물역학)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새들의 비행 원리를 공기역학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부족했다. 날아다니는 새를 직접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멸종 위기에 처한 붉은볼 따오기(학명: Geronticus eremita)를 유럽으로 되돌려 보내는 프로젝트를 이용해 실시되었다. 어셔우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초경량 비행기를 이용하여, 사람 손에서 자란 붉은볼 따오기들이 조상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호주에서 이탈리아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14마리의 어린 새들에게는 연구진이 특별히 고안한 데이터 기록장치가 장착되었다. 데이터 기록장치에 포함된 GPS는 새들의 비행 위치를 30cm 이내의 거리로 포착하고, 가속도계는 날갯짓의 타이밍을 정확히 측정해 주었다.
 

뒤따르는 새는 앞선 새와 날갯짓 순서를 반대로

V자형 편대비행의 에너지 절감비율은 20~30%

데이터 분석 결과, 기존의 공기역학적 분석에서 예측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뒤따르는 새들은 앞서 가는 새를 약간 옆에서 따라가며 상승와류(uplifting eddies)에 맞추어 날개를 펄럭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날갯짓 순서를 반대로 함으로써,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펠리칸, 황새, 거위와 같이 큰 날개를 가진 다른 새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날개가 작은 새들의 경우, 비행 궤적이 복잡하기 때문에 뒤따르는 새들에게 양력(揚力)을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멸종 위기의 새를 보호하기 위해 침습적인 생리학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V자형 편대비행이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해 주는지를 측정하지는 못했다. 다만 선행연구 결과에 의하면, V자형 편대비행을 할 경우 20~30%의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
 “행동학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획기적이다. 새들이 동료들과 날갯짓을 동기화한다는 것은 완전히 예상 밖이며,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스탠퍼드대의 데이비드 렌팅크 교수(기계공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새들이 서로 양력을 제공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와류의 위치와 하강기류의 범위를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붉은볼 따오기가 공기 터널 속을 비행하는 방법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공기역학적 스윗스팟(sweet spot)을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새들은 시각을 통해, 또는 날개를 통해 기류를 감지함으로써 스윗스팟을 찾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꿔 가며 시행착오를 통해 공기의 저항이 가장 적은 곳을 찾아내는지도 모른다. 연구진은 보다 흔한 새들(예: 비둘기, 거위 등)을 이용하여 후속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새들이 어떻게 비행경로를 설정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는지, 그리고 리더가 실수를 저지를 경우 그 영향이 도미노처럼 파급되어 뒤따르는 새들 사이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하지는 않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4258&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1-21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1/why-birds-fly-v-formation
※ 원문정보: James R. Usherwood, “Upwash exploitation and downwash avoidance by flap phasing in ibis formation flight”, Nature 505, pp. 399?402, 16 January 2014, doi:10.1038/nature1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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