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빨간 모자'의 기원 밝혀지다 생명건강

 sn-redridinghood.jpg » 동화 `빨간 모자'의 한 장면. Photos.com/Thinkstock

 

`빨간 모자' 판본별로 이야기 결말 달라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빨간 모자>(Little Red Riding Hood)는 프랑스의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에 발표한 동화집 <옛날 이야기>(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e)에 수록된 작품이다. 언제나 빨간 모자를 쓰고 있어 ‘빨간 모자’라고 불리는 어린 소녀가 아픈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 드리러 가던 도중 늑대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늑대는 소녀를 잡아먹고 싶었지만 근처에 나무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빨간 모자에게 다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순진한 소녀가 할머니 댁이 어딘지 이야기해주자, 늑대는 지름길을 달려 소녀보다 먼저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빨간 모자 행세를 하며 집에 들어가 할머니를 잡아 먹는다. 그래도 배가 고팠던 늑대는 할머니로 변장한 뒤 침대에 누워 빨간 모자를 기다린다. 마침내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늑대는 소녀마저 먹어치운다.
페로는 동화의 마지막에서 ‘수상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늑대에게 저녁을 제공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러나 “점잖고 예의 바르게 보여도 위험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경고를 주는 이 이야기는 실제로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돼 온 전래동화이며,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따라서 빨간 모자가 할머니 댁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일부 유럽 지방의 전래동화에서는 빨간 모자가 늑대의 입 속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빨간 모자가 할머니 집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희생자가 소녀가 아니라 염소이거나, 가해자가 늑대가 아니라 호랑이로 전해진다. 이상의 모든 판본들은 하나의 설화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일까? 아니면 세계 각국의 부모들이 각자 독립적으로 지어낸 것일까? 과학자들은 진화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가장 잘 알려진 유럽 판본은 늑대가 소녀 잡아먹어

중동 판본은 '늑대와 아이들'…할머니 대신 염소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판본에 의하면, 늑대가 할머니를 먼저 잡아먹은 후 할머니 행세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즉, 할머니 옷으로 갈아입은 후, 소녀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할머니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소녀가 할머니의 몸에서 늑대의 모습(예컨대 큰 귀, 큰 이빨)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마침내 늑대가 소녀를 잡아먹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중동 지방의 판본은 제목부터가 <늑대와 아이들(The Wolf and the Kids)>로 다르다. 그리고 늑대가 인간 할머니로 변장하는 대신, 엄마 염소로 변장하여 새끼 염소들을 먹어치운다. 그렇다면 <늑대와 아이들>을 <빨간 모자>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까?
 

 9827069435_290ae5a355_z.jpg » `빨간 모자' 동화를 소재로 만든 쿠키들. FLICKR.COM

 

계통발생 분석 기법 활용해 58개 판본 내용 분석

 

영국 더럼대의 제이미 테흐라니 교수는 어렸을 때 다양한 버전의 전래동화를 듣고,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내 아버지는 이란인, 어머니는 영국인이며, 나는 두바이에서 자랐다. 그리고 이제는 영국에서 인류학 교수로 일한다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학자들이 거의 2세기 동안 <빨간 모자>의 기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지배적인 가설은 “<빨간 모자>는 중국에서 유래하며 600~800년 전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졌다”라는 것이었다. 다른 또 하나의 가설은 “<빨간 모자>는 다양한 판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등장하여 진화했을 것이다. 야생동물과 어린이들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공통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것이었다.
테흐라니는 인류학자들이 어렵사리 복원해 놓은 다양한 판본들을 대상으로 진화생물학의 계통발생 분석 기법을 이용해, 각 판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계통발생 분석은 본래 종들 간의 진화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통계적 기법이다. 그는 33개의 상이한 문화권에서 수집한 58개 판본의 영역본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리고는 72가지 핵심 주제(예컨대 가해자가 누구인가, 가해자가 사용한 꼼수는 무엇인지, 이야기는 어떻게 끝을 맺는지 등)를 이용해 판본들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다양한 판본간의 관련성을 기술하는 수형도(phyogenetic tree)가 만들어졌다. 수형도란 나무 모양의 계통발생도를 말하는데, 이야기의 발원지가 나무의 뿌리 가까이에 나타나게 된다.


 journal.pone.0078871.g001[1].jpg » 이야기 내용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지도. 같은 색깔끼리 유사한 것이다. plosone.org.

 

발원지는 2000년전쯤 유럽과 중동 사이의 어느 지역

 

계통발생도를 작성한 결과 <빨간 모자>의 발원지는 중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빨간 모자>는 약 2000년 전쯤 유럽과 중동 사이의 어딘가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테흐라니는 이 분석결과를 11월14일자 미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중국인들은 유럽인들로부터 <빨간 모자>를 전해받았고, 아프리카 판본은 중동 판본인 <늑대와 이이들>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빨간 모자>의 한 판본이 200년 전에 책으로 출판되어 훨씬 더 유명하지만, <늑대와 아이들>의 역사가 더 오래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기원이 밝혀지지 않은 민담들이 많은데 이번 연구의 방법론은 매우 혁신적”이라고 호주 맥쿼리대의 로버트 로스 교수(심리학)는 말했다. “다만, 테흐라니 교수가 사용한 데이터들이 계통발생 분석에 100% 적합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스럽다. 예컨대 테흐라니 교수가 사용한 <빨간 모자>의 판본들 중 상당수는 다른 민속학자들에 의해 선별된 것으로, 뚜렷한 특징이 있는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를 확인하려면, 이번 연구에 사용되지 않은 판본들까지도 포함한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빨간 모자' 에니메이션동화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2342&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11-20     
원문
http://news.sciencemag.org/evolution/2013/11/evolution-little-red-riding-hood
※Jamshid J. Tehrani, “The Phylogeny of Little Red Riding Hood”, PLoS ONE 8(11): e78871. doi:10.1371/journal.pone.0078871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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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