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죽음의 화성여행을 왜 하려는 건가 우주항공

image-20150218-20793-16w9dnm.jpg » 마스원 프로젝트가 추진중인 화성 정착촌 상상도. 돔 하나에 4명씩 거주한다는 구상이다. mars one.

 

마스원의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

한 번 가면 죽어서도 못 돌아온다

화성 거주 희망자 2차 후보 100명 선발

 

달에 이어 인류가 다음 우주탐험지로 정한 곳은 화성이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화성을 인류의 새로운 주거지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실제로 이런 꿈을 밝히고 나름의 실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마스원(Mars One)은 그 계획을 가장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 그룹은 2년 전 화성 식민지 건설 구상을 발표하고, 화성에서 생을 마칠 지구인을 선발하고 있다. 2024년부터 4명씩 모두 24명을 화성으로 영구히 보낸다는 계획인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화성 여행에 당시 140개국에서 무려 20만2586명에 이르는 신청자가 몰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차 심사를 통해 660명의 후보군을 선발한 마스원은 2차 심사를 마치고 지난 16일 후보군을 100명으로 압축해 발표했다.
하지만 화성 식민지 구상은 곳곳에서 냉소적인 반응을 부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마스원의 구상대로 화성 정착촌에서 작물을 재배할 경우, 화성우주인은 68일만에 질식사하게 될 것이라는 모의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60억달러라는 마스원의 추정 비용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계획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죽을 수도 있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화성여행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도전하는 것일까? 

image-20150218-20799-upibl5.jpg » 화성인을 꿈꾸는 영국 더햄대 박사과정생인 한나 언쇼. the conversation.com

 

한나 언쇼 "머나먼 일로만 생각했는데 진짜 기회가 온 것 같았다"


최근 2차 후보군 100명에 선발된 영국 더햄대 천문학박사과정생 한나 언쇼(Hannah Earnshaw)는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소감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의 일단을 밝혔다.
“나는 항상 밤하늘을 경이롭게 바라보아왔다. 광활한 우주와 그 안에 들어있는 숱한 비밀들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는 점이 늘 불만스러웠다. 언젠가 인류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했지만 머나먼 이야기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제 진짜 기회가 온 것같았다. 이것이 내가 마스원에 응모한 이유다.”
과학도다운 이유도 덧붙였다. “화성은 지구보다 불과 밤낮의 길이가 39분 더 길 뿐이며 자원도 풍부하다. 상대적으로 물과 질소가 풍부한 토양도 있고 대기도 있다. 화성에서는 금성과 같은 타는 듯한 열과 유독성 대기로 고통받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햇빛이 약한 것도 아니다. 태양광 발전이 가능할 만큼 태양으로부터 충분한 빛을 받는다. 천문학도로서 화성 표면을 조사할 수 있다는 데 자연스럽게 끌렸다. 로봇이 화성 표면에서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지구 통제소의 명령을 기다릴 필요없이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관련 기술을 적용해 작업을 할 수 있는 인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image-20150218-20773-1dge7ee.jpg » 화성의 대기층은 매우 얇다. the conversation.com

 

"화성에 다양하고 관대한 사회의 씨앗을 심겠다"

 

언쇼는 화성 개척이 인류에게 갖는 의미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펼쳐보였다.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갖는다는 것은 인류에게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건 매력적인 일이다. 화성 식민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치적 실체를 갖게 될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지구와 어떤 관계가 될 것인가? 소수의 그룹에 의해 시작될 화성 사회는 수십년후에 어떤 모습을 띨까? 화성은 지구와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 우리 후손들은 어떤 종류의 세상을 물려받을 것인가? 그들은 지구의 사촌들과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화성 여행은 인류의 미래에 커다란 의미를 갖는 일이므로,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라고 해서 망설임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화성 여행이 실제로 이뤄지면 새로운 인류 문명의 창조자로서 다양하고 관대한 사회의 씨앗을 심겠다고 한다. 화성에서 지구인들과 화성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윤리적으로 그리고 책임있는 태도로 별들을 탐험하고 별에 정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의 이런 화성여행 꿈을 지지할까? 언쇼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가족은 매우 흥분하고 있다. 분명히 지구를 떠나 돌아오지 못하는 건 도전이지만, 나는 내 친구와 가족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ryan.jpg »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화성 여행을 꿈꾸는 라이언 맥도널드. mars one.

 

"나는 최초의 화성인으로 기록되고 싶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대학 졸업생인 라이언 맥도널드(Ryan MacDonald, 21)가 화성여행을 신청한 이유는 이 속담을 연상시킨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성 미션은 결코 지구를 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화성에서 살다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마스원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는 후세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다.
“사람이 살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산을 남기는 것은 아이를 갖고 가족을 갖는 것이다. 내게는 화성 여행이 나의 유산이다. 몇백년이 흐른 뒤  미국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누가 알고 싶어하겠는가. 하지만 화성에 첫발을 내디딘 첫 네 사람은 모두 다 기억할 것이다.”

 

rieu.jpg » 화성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매기 리우. mars one.

 

"화성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

 

아이를 낳아 진정한 최초의 화성인 엄마가 되겠다는 여성도 있다. 영국 버밍햄대 천체물리학 박사과정생인 매기 리우(24)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돌아오지 않는 화성여행’에 도전했으며, 화성에서 아이를 낳아 인류의 화성 정착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성에서 태어난 아이야말로 진짜 최초의 화성인이 될 것이다. 중력이 낮고 방사능 수치가 높은 환경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임신이 가능할지조차 불확실하지만 정착촌을 건설하려면 후대의 재생산이 꼭 필요하다.”
그는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탐사에 나선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화성 생활에 대해서는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 이상적인 공동체를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덧붙였다.

 

 

한국인은 없어…최종 후보 24명 선발 예정

 

이번에 영상 인터뷰를 거쳐 선발된 100명은 지역별로 미국인 39명, 유럽인 31명, 아시아인 16명, 아프리카인 7명, 오세아니아인 7명 등이다. 성별로는 남, 녀 공히 50명씩이다. 이는 화성 공동체의 지속적 재생산을 겨냥하는 주최쪽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심사를 통과했던 한국인 여성 1명의 이름은 100명 후보 명단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100명의 후보들은 올해 안에 화성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인공 구조물에서 생존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24명이 최종적으로 화성여행 후보자로 선발돼 화성 여행 훈련을 받게 된다. 마스원 공동설립자인 네덜란드 기업가 바스 란스도르프(Bas Lansdorp)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망의 화성인들은 누가 과연 오늘날의 탐험가인지를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전에 주최쪽이 해야 할 일은? 화성여행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주최 쪽은 현재 계획상 최초의 화성 여행은 일러야 2024년이므로, 중도 탈락자를 대비해 올해 안에 대체후보자에 대한 선발 절차도 시작할 예정이다. 탈락자들은 2015년에 시작될 화성인대체후보 모집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이들 대체후보군까지 합치면 최종 선발되는 화성우주인은 모두 40명이 된다. 이 프로젝트의 의료담당 책임자인 노르베르트 크라프트(Norbert Kraft) 박사는 개인의 생존 능력뿐 아니라, 현지 동료들과의 협동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신반의하는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마스원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는 어쨌든 애초 공표했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여러분은 죽음의 화성여행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출사표에 동의하는가? 만약 당신에게 화성여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전하겠는가?

 

출처
http://theconversation.com/i-could-sow-the-seeds-of-a-new-civilisation-mars-one-hopefuls-vision-of-a-stellar-future-37777
http://www.theguardian.com/science/2015/feb/16/five-britons-among-100-would-be-astronauts-shortlisted-for-mars-mission
http://www.mars-one.com/news/press-releases/the-mars-100-mars-one-announces-round-three-astronaut-candidates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2/17/0200000000AKR20150217158600009.HTML?input=1195m

마스원 2차 후보 100명의 명단

https://community.mars-one.com/last_activity/ALL/18/82/ALL/ALL/5/3

나사 모의실험 결과

http://www.telegraph.co.uk/news/science/space/11163395/Mars-colonists-would-die-after-68-days.html

10명의 동영상 인터뷰

http://www.theguardian.com/science/2015/feb/17/mars-one-shortlist-the-top-10-hopefu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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