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의 섹스, 선호하는 미래인가 미래이슈

 

118673.jpg » 영화 'A.I'에서 남창 로봇으로 분한 주드 로(오른쪽).

2050년이면 로봇섹스 산업 번창?

 

먼 미래의 어느날을 무대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년작 공상과학 영화 <에이아이>(A.I.)에는 꽃미남 ‘남창 로봇’ 지골로 조(주드 로)가 등장한다. 조는 인간을 사귀고 싶어하는 여성로봇 패트리샤에게 "로봇 애인을 경험하면 다시는 인간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질 거야"라고 충고한다.

미래상상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섹스로봇이다. 과연 우리는 로봇과 섹스하는 시대를 맞을 것인가?
 체스 선수이자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영국인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는 2007년 자신의 저서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Love and Sex with Robots)에서 2050년이면 섹스 로봇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기술적으로는 로봇 공학 및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의 발전에, 상업적으로는 세계의 방대한 성매매 시장 규모에 근거한 것이다.
 그 말고도 섹스 로봇의 등장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성 상품화 논란 등 윤리적 문제로부터의 해방, 성병으로부터의 안전, 다양한 서비스 등을 섹스 로봇 산업 등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섹스로봇 '록시' 제작자와의 인터뷰

 

지난 2010년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 AVN 성인용품 엑스포’에서는 다소 투박한 형태의 섹스 로봇 ‘록시(Roxxxy)’가 등장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섹스 도우미 개념은 과거부터 있던 것이지만, 록시가 그 이전의 것들과 다른 점은 인공지능을 채택하고, 인간 모습을 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록시는 키 170㎝, 몸무게 27㎏에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 실제와 비슷한 피부, 다양한 머리카락 색깔 등을 갖추고 있다. 3년 전 시제품 출시 때보다 몸무게가 반으로 줄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넷판은 록시를 세상에 내놓은 전기공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 더글러스 하인스(Douglas Hines)를 만나 섹스 로봇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인스는 티시 시스템스(TC systems)와 트루 컴패니언(True Companion)의 창업자로, 이전에 AT&T벨연구소에서 인공 지능을 연구했다.
 록시는 원래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도록 설계된 의료 로봇을 토대로 개발됐다. 하인스는 “우리가 가진 기술은 상용 및 군용 로봇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가 한 일은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시장에서 찾은 것이다. 건강관리 분야는 아주 뚜렷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섹스 산업에서 점점 더 많은 추진력을 얻고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하인스는 록시용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하려는 것은 단지 섹스 도우미를 넘어 동반자 관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_69431562_rexfeatures_1579169a.jpg » 1927년작 공상과학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인간형 로봇 마리아. bbc.co.uk

 

엔터테인먼트는 보행로봇 유망분야

 

인간형 로봇은 프리츠 랑(Fritz Lang)의 1927년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I Robot) 이후로 수십 년 동안 공상 과학 소설의 재료였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아직 이런 공상의 실현은 저 멀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돼 있는 보행 로봇들은 상업적 가치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값도 비싸지만, 무엇보다 걸핏하면 넘어지기 일쑤다.
 <BBC>는 현재 최고의 보행 로봇 가운데 하나로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만든, 노래하고 춤추는 여성 로봇 ‘HRP-4C’(일명 `밈')를 들었다. 춤 동작은 꽤 인상적이지만, 배터리 수명이 20분으로 매우 짧은 게  흠이라고 평가를 곁들였다. 이 연구소 연구진은 어쨌든 “인간형 이족 보행로봇의 실용적인 응용분야 중 하나가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말한다.
_69437024_105622386.jpg »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만든 `춤추는 로봇' 밈(오른쪽). bbc.co.uk  

 

"로봇과 사람 간의 간격 좁아질 것"

 

하인스 역시 아직은 로봇이 아무리 잘 프로그래밍되어도, 여전히 기계에 불과하며, 플라스틱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인간형 로봇이 아직은 실제의 파트너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는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무엇이 로봇이고, 무엇이 사람인가 사이의 간격은 최소화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전개될 것”이라고 하인즈는 말한다.
 하인스에 따르면 록시의 판매가는 7000~9000달러이다. 3년전엔 여성 버전만 있었지만, 지금은 ‘록키’(Rocky)라는 이름의 남성 버전도 있다고 한다. 하인스는 올해 안에 이동 가능하고 자율적인 좀 더 고급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국인 10명중 1명 "로봇과 섹스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이 집착이나 참신함 이상이 되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 4월 미국 최대의 온라인신문 <허핑턴포스트>가 인간과 로봇의 미래 관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식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9%가 로봇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미국 전체 인구를 고려할 때 2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로봇과 성관계를 가질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섹스 로봇의 잠재시장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론 로봇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듯하다. 아무리 잘 설계된다고 하더라도 로봇이 공감(우리를 인간으로 정의하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_69448674_true_companion_mg_0900.jpg » 어느 쪽이 로봇? 로봇과 인간은 이렇게 다정한 사이가 될 수 있을까? truecompanion.com 제공, bbc.co.uk서 재인용.

 

"로봇 집착하다 사람과 멀어진다" 경고

 

그러나 비평가들은 너무 성급하게 록시와 같은 로봇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로봇이 낫다는 전제를 재고할 때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보살핌의 문제를 로봇과의 교제로 해결하려는 경우, 당신은 친구, 가족, 지역 사회 등 사람들과 같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미 MIT 심리학 교수인 셔리 터클(Sherry Turkle)은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간의 가치와 연줄을 다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가상의 자아는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인간이라는 가상의 자아를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의에서 말했다. 진정으로 삶을 영위하고, 인생에서 실제적인 사람의 문제를 탐색하고자 하는 인간에게 이러한 로봇은 유망한 것이 못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참고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하인스는 2010년 시제품 공개 직후 4000개의 사전주문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제 록시와 접촉한 고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0816&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8-28     

 

원문 정보
http://www.bbc.co.uk/news/business-2363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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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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