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물고기는 네발동물로 어떻게 진화했나 생명건강

freund_1409281796551.jpg » 물고기 지느러미가 네발로 진화하는 과정 연구에 쓰인 비처허파고기(Polypterus senegalus). sciencemag.org  

 

“공기를 들이마시며 가끔씩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걷기도 하는 원시 물고기를 육지에서 길러 본 결과, 물 속에서 자란 동료들보다 걸음걸이가 더 향상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물고기는 심지어 운동에 필요한 골격구조까지도 변형(향상)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초의 어류가 육상생물로 진화한 과정을 밝히는 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발달중인 생물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소위 발달가소성(developmental plasticity)이 「해양동물 → 육상동물의 진화과정」에 개입했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매우 진취적인 연구로,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된다. 저자들은 신선한 시각으로 주제에 접근하여, 매우 도발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클렘슨대의 리처드 블로브 교수(진화생체역학)는 논평했다. (블로브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사지가 진화된 것은 네발동물의 탄생으로 이어진 중요한 단계로 생각되고 있다. 네발동물에는 양서류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척추동물들이 포함된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에밀리 스탠든 교수(진화/비교 생체역학)는 맥길대에서 포스닥 과정을 밟고 있던 시절, “물고기를 물 밖에서 키워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대학원에서 물고기 지느러미를 연구했는데, 지느러미의 다재다능함에 매료되어 `그 가능성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가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맥길대의 한스 라르손 박사(고생물학)와 손을 잡고, `육상생활이 물고기의 생존능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비처허파고기(Polypterus senegalus)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왜냐하면 이 물고기는 육상동물의 조상들처럼 몸의 길이가 길고 허파와 커다란 골질비늘(bony scales)을 갖고 있는 데다가, 큰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하여 땅 위를 걸어다니며 다른 물구덩이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처허파고기는 척추동물의 진화계통도에서 맨 아래쪽, 즉 조기어류(ray-finned fish: 대부분의 어류가 이에 속함)와 육기어류(lobe-finned fish: 폐어와 실러캔스가 여기에 속함) 및 육상동물(네발동물)이 갈라지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두 사람은 애완용 물고기 판매상으로부터 2개월 된 비처허파고기 149마리를 구입하여, 그중 111마리는 테라륨에서, 나머지 38마리는 어항 속에서 각각 8개월간 길렀다. 그리고는 육지(테라륨)에서 자란 물고기와 물(어항)에서 자란 물고기의 골격, 수영능력, 보행능력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육지에서 자란 물고기는 골격구조에 변화가 일어남과 동시에 보행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육지에서 자란 물고기는 앞지느러미가 양옆으로 벌어지지 않고 아래로 곧장 뻗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처허파고기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 수 있게 되었으며,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걸음을 내디딜 때 지느러미가 미끄러지지 않아 신속히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동영상 참조 http://bcove.me/e16dzi68). 두 사람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8월 27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느러미를 지지하고 몸에 부착해 주는 골격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었다. 이 골격은 흉대( pectoral girdle)를 구성하는데, 그중 인간의 쇄골(collarbone)에 해당하는 뼈가 길게 자라, 몸을 더 잘 받쳐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쇄골과 다른 뼈 간의 연결은 더욱 강화되었지만, 정작 쇄골 자체는 가늘어졌는데, 이는 머리를 양옆으로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생각된다. 흉대를 구성하는 다른 뼈들과 두개골 간의 접촉도 감소하여, 머리를 상하로 움직이기가 쉬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물속에서는 전신을 쉽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머리를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능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육지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육지에서 자란 비처허파고기의 몸에 나타난 변화는 화석에 나타난 것과 일치한다”고 스탠든 교수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육지에서 성장한 비처허파고기는 부모나 (물속에서 성장한) 동료들과 달리 환경변화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발달가소성은 진화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육상생활의 스트레스에서 유래하는 행동변화(머리를 높게 치켜들고 효과적으로 걸으며, 상하좌우로 고개를 돌림)와 골격구조 변화가 생존이익(survival advantage)을 제공했다면, 이와 관련된 유전자(발달가소성을 제공하는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달되어, 세대가 거듭되면서 가소성 반응이 영속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든은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변화과정이, 맨 처음 육지 상륙을 감행했던 네발동물의 조상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고기들은 육상환경에서 선택압력에 노출됨으로써, (헤엄치는 데 필요한) 지느러미를 (걷는 데 필요한) 사지로 변형시키는 진화가 촉진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육지에서 자란 비처허파고기 2세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후속연구를 준비 중이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0068&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9-01 
원문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08/fish-raised-land-give-clues-how-early-animals-left-seas
※ 원문정보: Emily M. Standen, Trina Y. Du, Hans C. E. Larsson, “Developmental plasticity and the origin of tetrapods”, Nature, Published online 27 August 2014.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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