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언어와 도구제작 능력은 함께 진화했다 생명건강

freund_1378086061145.jpg » 그림1. 말과 행동 관찰, 도구 사용, 단어 생성, 아슐리언 손도끼 제작시 활성화되는 뇌 영역. s=말 관찰, a=행동 관찰, t=도구 사용 계획, w=단어 생성,K=아슐리안 제작. 그름을 보면 5개의 일에 사용되는 신경네트워크감 겹침을 보여준다. jornal.pone 

 “인간은 언제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을까?” 이 당혹스러운 질문에 대한 답은 연구자 수만큼이나 많다고 할 수 있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언어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이전의 시기에 등장했으며, 약 200만 년 전 최초의 정교한 석기가 발명된 것과 때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가설에 힘을 실어 주는 뇌영상(brain imaging)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섣부른 결론을 경계하고 있다.
 유골이나 석기와는 달리 언어는 화석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므로, 과학자들은 근사 지표(proxy indicators)를 토대로 기원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동굴벽화가 언어능력을 암시할 수 있을까? 장식물을 만드는 능력은 어떨까?”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얼마간의 진전된 성과를 보였다. 미국 에모리대의 디트리히 스타우트 박사(고고학)와 프랑스 엑상마르세이유대의 티레리 샤미나드 박사(인지 신경과학)가 그 대표주자다. 그들은 뇌영상 연구를 통해 “도구제작과 언어는 뇌의 유사한 영역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왔다.
 더욱이 이같은 ‘언어와 도구의 겹침(overlap)’ 현상은 도구 제작의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더욱 두드러진다고 한다. 즉, 오늘날의 도구 제작자들(flint knappers)을 대상으로 실험한 바에 의하면, 이들이 올도완 기술(Oldowan technology: 250만년 전 사용됐던, 가장 오랜 석기제작 기술)을 이용할 때는 겹침 현상이 적은 데 반해, 아슐리언 기술(Acheulean technology: 175만년 전의 석기제작 기술)을 이용할 때는 겹침 현상이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스타우트와 샤미나드 박사는 지금까지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와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를 이용해 이 연구를 계속해 왔는데,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제 학술지 <PLOS ONE>(The Public Library of Science) 8월30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영국 리버풀대의 나탈리 우오미니 박사(고고학)와 게오르그 마이어 박사(실험 심리학)는 fTCD(functional transcranial Doppler)라는 초음파검사 기법을 이용해, 스타우트와 샤미나드 박사의 초기 연구들을 한 단계 넘어서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fTCD는 대뇌피질에 유입되는 혈류량을 측정하지만, fMRI나 PET와는 달리 휴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보다 현실과 가까운 상황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사람은 fTCD를 이용하여, 피험자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석기를 제작하는 동안 그들의 뇌 영상을 보다 용이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그림 1 참조). 그리하여 이들은 동일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도구제작과 언어생성 간의 관계’를 연구한 최초의 연구자로 기록됐다.
freund_1378087330889.jpg » 그림2. 아슐리언 손도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우오미니와 마이어가 이끄는 연구진은 10명의 숙련된 석기 제작자들을 모집해, 그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줬다. 첫 번째 과제는 아슐리언 스타일의 손도끼(그림 2 참조)를 만들게 하는 것이었다. 아슐리언 손도끼는 대칭성을 지닌 도구로, 이것을 만들려면 별도의 돌망치를 사용해야 하며, 상당한 수준의 기획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도구 제작자들이 열심히 돌망치를 두드리는 동안, 연구진은 fTCD 모니터를 통해 그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혈류변화를 관찰했다. 두 번째 과제는, 도구 제작자들에게 특정 문자를 하나 제시하고 이 문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각각의 과제 수행이 시작되는 첫 10초(이 기간은 피험자들이 도구의 얼개를 구상하거나 단어를 생각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 시기다) 동안, 피험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혈류량 변화는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구 제작과 언어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이 중복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그림 3 참조). “이번 연구결과는 ‘언어와 도구제작은 약 175만년 전쯤 전부터 함께 진화해 왔다’는 초기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다. 현대인처럼 속사포 같은 말을 쏟아내지는 않았을지라도, 초기 인류가 도구제작을 시작할 때부터 그들의 뇌 속에서는 언어를 담당하는 뇌 회로(brain circuit)가 일찌감치 작동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스타우트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석기 제작과 언어 진화 간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퍼즐조각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많은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이번 연구결과만 갖고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단지 도구제작에 관여하는 운동기능(motor skills)과 구음기능(making the sounds of speech)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보다 근본적으로 ‘도구제작과 언어능력이 고도의 인지기능(예: 상징적 행위에 사용됨)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freund_1378086061179.jpg » 그림3. 손도끼를 제작하는 장면. journal.pone

 한편 ‘연구에 참가한 피험자들이 어떠한 석기 제작 기술을 사용했는가’라는 문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의 피험자(석기 제작자)들은 -스타우트의 연구에 참가했던 피험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후기 아슐리언 기술(약 50만년 전의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 기술은 초기 아슐리언 기술(175만년 전의 기술)에 비해 균형과 미적 요소에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석기 제작 기술은 시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향후 실시될 후속연구들은 `초기 인류가 사용했던 도구 제작 기술의 고증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옥스퍼드대의 마이클 페트라글리아 박사(고고학)는 논평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언어와 도구제작의 공동진화’에 관한 가설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어와 관련된 뇌 회로는 아슐리안 시대에 확립되었다 할지라도, 언어 자체는 그보다 늦은 시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마이클 코발리스 박사(심리학)는 말했다. 콜로라도대의 토머스 윈 박사(고고학)는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fTCD는 대뇌피질의 광범위한 지역에 공급되는 혈류를 측정하지만, fMRI나 PET보다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정밀한 측정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언어의 진화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말해 준다고 볼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40930&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3-09-04     
          
원문
http://news.sciencemag.org/archaeology/2013/08/striking-patterns-skill-forming-tools-and-words-evolved-together
※ 원문정보: Natalie Thais Uomini, Georg Friedrich Meyer, “Shared Brain Lateralization Patterns in Language and Acheulean Stone Tool Production: A Functional Transcranial Doppler Ultrasound Study”, PLoS ONE 8(8): e72693. doi:10.1371/journal.pone.0072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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