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달 표면에 주름살이 생겼다…달의 몰락인가 우주항공

moon6.JPG » 지구에서 본 달. 위키피디아

늙어가는 달…달 표면에 비탈이 지고 있다

 

“그녀가 좋아하던 저달이
 그녀가 사랑하던 저달이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작곡가 겸 가수 김현철의 자작곡 <달의 몰락>(1993)의 한 소절이다.  김현철이 읊조리듯, 진짜 달이 몰락하려는가? 과학자들이 달에 수천개의 주름살이 생겨났음을 확인했다. 달이 나이가 들면서 달 내부의 뜨거운 에너지가 식어가고 있는 탓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궤도정찰위성(LRO)이 지난 몇년 간 보내온 사진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moon1.jpg » 달궤도정찰위성이 보내온 달 표면 사진. 새로 생겨난 비탈지형이 뚜렷이 보인다. 나사 제공


과학자들이 말하는 주름살의 정체는 달 표면의 비탈지형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은 저널 <지질학>(Geology) 10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달 내부 온도의 냉각으로 액체 형태의 물질들이 딱딱하게 굳어 달 전체가 쪼그라들면서 달 표면에 수천개의 비탈지형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earth_moon_tidal_force_graphic_v6.gif » 달 표면에 비탈지형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그림. NASA 제공

 

핵이 식어가면서 달이 쪼그라들고 있다

 

사실 달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2010년 8월 이 위성이 보내온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당시 사진에서 달 표면에 14개의 비탈지형(lobate scarps)을 발견했다. 과거 아폴로호의 파노라마 카메라가 찍은 사진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70개 발견된 바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비탈들이 달 표면에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점을 들어 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 표면에 생긴 이 주름살들은 길이는 10킬로미터 이하, 높이는 10미터 정도이다. 달 크기가 줄어들면서 딱딱한 달 표면이 뒤틀려진 데 따른 현상이다.

moon5.jpg » 2009년에 발사된 달궤도정찰위성 LRO. NASA 제공

 

달 전역에 3천여곳…가장 흔한 지형이 됐다 

 

2009년 6월18일 발사된 LRO 위성은 지난 6년 동안 달 표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지역을 촬영해 보내왔다. 과학자들은 이 사진들 속에서 비탈지형을 무려 3천여곳이나 발견했다. 달 표면 곳곳에 산재돼 있는 이 비탈지형은  이제 달 표면의 가장 큰 특징이 된 셈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이 지형들이 비탈진 방향을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비탈들이 일정한 방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의 애초 예상대로라면, 달 자체의 수축력만 작용할 경우 달 비탈 지형의 방향이 일정한 패턴을 보여서는 안된다.  달의 수축력은 모든 방향에서 똑같은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moon2.jpg » 빨간색은 비탈지형들의 위치, 화살표는 비탈지형들의 방향을 가리킨다. NASA 제공

 

달의 수축력과 지구의 기조력이 만들어내다

 

논문 주저자인 토머스 워터스(Thomas Watters)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수석과학자는 “비탈지형들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건 다른 뭔가가 그것들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으며,  그 뭔가는 달 전체에 작동하는 것임을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 힘이 달 내부가 아닌 지구에서 온 것임을 알아냈다. 그 힘의 실체는 지구의 중력이 만들어내는 기조력(gravitational tidal forces)이다. 기조력이란 밀물-썰물을 일으키는 힘을 말한다. 달 표면에 작용하는 기조력이 달의 수축력과 만나, 달 곳곳에 일정한 방향의 주름살(비탈지형)을 만든 것이다. 지도상에 나타나는 비탈의 방향과 조력 모델을 통해 예측한 비탈의 방향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고 워터스 박사는 전했다.
공동저자인 마크 로빈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사실 이전부터 기조력이 달의 표면 지형 형성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의심은 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제 달의 절반이 넘는 지역에 대한 사진을 확보하면서 그것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moon3.jpg » 달 표면의 비탈지형은 이제 달 표면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됐다. NASA 제공


과학자들은 비탈 지형들의 나이는 아주 젊다고 말한다. 이는 앞으로도 달 표면 주름살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연구진이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한 결과,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어질 때 달이 받는 압박 강도가 정점에 이른다. 비탈지형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와 관련된 약한 지진은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 가장 빈번해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올 한가위 보름달은 평소 보름달보다 큰 슈퍼문이다. 달이 지구를 타원형으로 돌고 있어 생기는 현상이다. 이날 달과 지구의 거리는 평균치보다 2만3천킬로미터 짧다고 한다. 하지만 한 해 중 가장 풍성하다는 한가위를 앞두고 우주에서 날아온 `주름살' 소식에, 올 한가윗날 저녁 마주하게 될 보름달은 유난히 측은해 보일 듯하다.

 

<달의 기원과 미래>

 

supermoon-bonaire-salt-mounds.jpg » 이건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다. 한 천체사진가가 지난해 8월 카리브해 연안의 한 섬에서 찍은 슈퍼문. Credit: Stephan Kogelman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


달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가지 설이 제기됐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충돌설을 가장 유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지구가 생겨날 때 화성 크기의 천체와 지구가 충돌했는데, 이 때 지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달이 되었다는 설이다. 따라서 지구와 달은 나이가 같다. 과학자들은 그 시점을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나서 5천만년쯤 지났을 때로 추정한다.
지구와 달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서로를 밀치는 원심력과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절묘한 균형을 통해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다. 한 달에 한 번 한 바퀴를 돈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는 달은 항상 같은 쪽이다. 달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달보다 강력한 지구 중력이 점차 달의 회전을 느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달의 회전이 공전주기에 맞춰 느려지는 시점에서 안정을 찾은 것. 다른 행성들의 위성들도 달과 비슷한 방식으로 모행성 주위를 돈다.

 

moon8.jpg » 태양을 가린 달. 지구와 달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400분의 1이다. 달의 지름도 역시 태양의 400분의 1이다. 이것이 개기일식이 가능한 이유다. 위키피디아

현재 달의 공전주기는 27.3일. 지구도 태양을 돌기 때문에, 달이 지구에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려면 29.5일이 걸린다. 이것이 바로 음력의 한 달이다.
지구와 달의 평균거리는 38만킬로미터.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0분의 1이다. 공교롭게도 달의 지름도 태양의 약 400분의 1이다. 개기일식이나 개기월식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moon7.jpg » 지구와 달의 위치에 따른 달 모양의 변화. 위키피디아


해마다 3.8센티미터씩 멀어지고 있다

 
달은 매년 3.8센티미터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같다. 이는 밀물때 바다가 부풀어 오르는 에너지와 지구의 회전 에너지가 결합하면서 달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지구의 자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효과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은 달의 공전주기가 47시간으로 늘어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 때가 되면 지구의 자전주기도 47시간으로 늘어나 멀어지게 하는 힘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의 하루는 45억년마다 19시간이 길어진다. 이 점을 고려하면 달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대략  50억년 후에 멈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때 지구와 달의 거리는 55만킬로미터.  이를 역산하면 달이 처음 생겼을 당시 지구의 하루는 5시간, 달과 지구의 거리는 2만2530킬로미터다.
인류는 1969년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유인 달착륙 기간은 4년에 불과했다. 1972년 아폴로17호를 끝으로 43년 동안 아무도 달을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달의 몰락>을 지은 김현철은 닐 암스트롱이 인류 처음으로 달을 밟은 해에 태어났다.

 

 김현철의 <달의 몰락>

 

출처 및 참고자료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5-09/nsfc-nld091515.php
http://www.prnewswire.com/news-releases/nasas-lro-discovers-earths-pull-is-massaging-our-moon-300143411.html
http://www.cnet.com/news/the-moon-is-shrinking-and-the-earth-is-shaping-it/  
http://phys.org/news/2015-09-lro-earth-massaging-moon.html
LRO위성 프로젝트 사이트
http://lro.gsfc.nasa.gov/ 
전자신문인터넷
http://www.etnews.com/20150918000306
왜 달은 멀어지고 있을까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12311119

달의 비밀 10가지

http://www.space.com/19619-top-10-moon-facts.html
http://space-facts.com/the-moon/
http://phys.org/news/2015-09-moon.html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16&contents_id=5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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