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빛으로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다 생명건강

freund_1410214900898.jpg » 연구진은 푸른색 레이저광선을 이용해 해마와 편도체(붉은색 영역)를 연결해주는 신경회로를 자극해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네이처.  

 

MIT의 신경과학자들은 마우스의 뇌를 빛으로 조작함으로써 설치류의 공포스러운 기억을 중화시키고, 나아가 그 기억에 좀 더 긍정적인 감정을 덧씌우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언젠가 이 방법이 인간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불안장애(anxiety disorders)를 치료하는 데 응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학습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은 늘 다시 쓰여진다. 이같은 기억의 가변성(malleability of memory)은 인간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컨대 심리치료사들은 종종 환자들에게 공포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하고는,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을 상쇄하려고 시도하곤 한다. (실제로 이같은 치료법은 일부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같은 치료법이 뇌의 기억회로를 리모델링해 긍정적인 새 정보를 통합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까지 그러한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고 이번 연구를 지휘한 MIT의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신경과학)는 말했다.
 기억을 뉴런 수준에서 조작하기 위해, 도네가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을 이용했다. 광유전학이란 “빛을 이용하여, 유전적으로 조작된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흥분 혹은 억제시키는 방법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2013년 연구진은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이번 연구와 유사한 방법을 이용해 마우스에게 ‘거짓 기억’을 주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http://www.sciencemag.org/content/341/6144/387;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40240). 그들은 당시 별개의 두 가지 기억(하나는 해마에 기억되는 공간적 기억, 다른 하나는 편도체에 기억되는 정서적 기억)을 추적한 다음, 광유전학을 이용해 양쪽(해마와 편도체)의 뇌세포를 동시에 발화시켰다. 즉, 연구진은 `익숙한 우리`를 연상시키는 해마의 뉴런과 `다리에 가해진 쇼크`를 연상시키는 편도체의 뉴런을 동시에 활성화시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서 쇼크를 받은 듯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연구진은 수컷 마우스에게 약한 전기자극을 준 다음, 정사각형 상자 안에 들여보내 자유로이 활동하게 했다. 그리곤 마우스가 상자의 한쪽 모서리를 지날 때마다 레이저를 이용해 전기쇼크가 기억된 뇌세포를 재활성화시켰다. 그러자 마우스들은 상자의 한쪽 모서리에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마우스를 박스에서 꺼내어, 최고의 기쁨을 주는 대상, 즉 암컷 마우스와 접촉하게 했다. “암컷을 전혀 구경해 보지 못했던 숫총각 마우스에게, 암컷 마우스는 하늘의 축복이었다. 수컷 마우스는 곧 광분했다”고 연구진은 술회했다. 수컷 마우스가 기쁨에 익숙해질 무렵, 연구진은 다시 한번 레이저를 이용하여 공포(전기자극)에 관여하는 뉴런을 재활성화시켜 봤다. 연구진의 관심사는 그로 인해 수컷이 암컷을 두려워하게 되는지(전기자극과 암컷을 연관시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연구진이 아무리 레이저를 쏘여도 수컷 마우스는 암컷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연구진은 공포의 기억이 유쾌한 상상으로 대체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우스를 다시 박스에 넣고 행동을 관찰해 봤다. 그러자 박스의 한쪽 구석(레이저가 발사되는 지역)을 피하던 마우스는, 이제는 더 이상 그곳을 피하지 않았다. 마우스는 한술 더 떠서, 아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코를 벌름거리며 암컷을 찾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공포의 기억이 즐거운 추억을 대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실험에서,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좋은 기분을 잡치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것은,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을 결정하는 스위치는 편도체가 아니라 해마에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편도체에는 두 가지 종류의 세포군(하나는 공포의 기억에, 다른 하나는 긍정적 기억에 관여하는 세포군)이 존재하며, 둘 중 어느 것이 승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해마”라고 믿고 있다. 인간의 뇌에 광섬유를 이식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연구진은 해마와 편도체의 연결관계를 약물로 제어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출처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record_no=250417&cont_cd=GT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2014-09-11    
※ 원문정보: Susumu Tonegawa, “Bidirectional switch of the valence associated with a hippocampal contextual memory engram”, Published online 27 August 2014, Nature.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aop/ncurrent/full/nature137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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