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1000달러 게놈 시대 열리다 생명건강

 1136.jpg » 일루미나가 개발한 인간 게놈 해독 장비 `하이세크 엑스 텐’(HiSeq X Ten). 10대가 하나의 세트로 시판된다. 일루미나 제공

 

 

미 생명공학기업 일루미나

혁신적 인간 게놈 해독장비 개발

1000달러에 30억쌍 염기서열 모두 해독

 

 마침내 ‘1000달러 게놈’ 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술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는 1000달러(약 106만원)에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모두 읽어내는 기계 ‘하이세크 엑스 텐’(HiSeq X Ten)을 개발해 오는 3월 시판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게놈해독 1000달러 시대의 개막은 게놈 해독의 대중화와 함께 좀더 저렴하고 빠른 의학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루미나는 전 세계 게놈 분석 장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인간게놈을 해독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1990년이었다. 비용은 30억달러로, 당시까지 있었던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였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곳의 연구소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가 처음으로 인간 유전자 전체를 해독하는 데는 무려 13년이 걸렸다.
 2000년대 초에 인간 게놈이 해독된 이후 첫 10년간 새로운 염기서열 해독 방법이 속속 개발됐다. 이에 따라 게놈 해독에 드는 비용도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DNA를 읽어내는 데 드는 시간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2010년대 초까지 전세계에서 수천명의 인간 게놈이 해독됐다. 첫 1명의 게놈을 해독하는 데 13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은 속도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게놈 해독에 드는 비용은 3000~5000달러선에서 정체 상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게놈 분석 산업에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다.
 일루미나가 개발한 혁신적인 게놈 분석장비가 지난 수년간의 정체기에 종말을 고한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상 최초로 1000달러에 인간 게놈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 게놈의 ‘음속 장벽’을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1137.jpg » 게놈 해독 비용의 하락 속도는 무어의 법칙보다 빠르다. 무어의 법칙이란 반도체칩의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빨간선이 무어의 법칙에 따른 비용 하락 속도이고, 노란선이 게놈 해독비용 하락 속도이다. futuretimeline.


한국 마크로젠 등 3곳에 우선 공급

 

 이 장비의 대당 가격은 1백만달러인데, 10대가 한 세트를 이뤄 판매되므로 1천만달러(100억원)가 들어간다. 따라서 규모가 작은 연구실이나 의사 개인 차원의 진료실에서는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놈당 1000달러라는 숫자는 기계 값과 함께 염기서열 해독에 필요한 화학물질(시약) 비용을 고려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시약값이 797달러, 장비 감가상각비 137달러, 인건비 55~66달러 정도라고 회사쪽은 밝혔다.  
 이 장비는 우선 미 매서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의 브로드연구소, 호주 시드니의 가반의학연구소와 한국의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 3곳에 우선 공급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의 서정선 회장이 이끄는 마크로젠은 “일루미나의 장비 도입을 계기로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로젠은 이 장비 10대를 우선 도입할 예정인데, 장비 도입을 마치게 되면 연간 3만5000명 이상의 게놈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게놈분석 업체인 중국의 BGI에 맞먹는 수준이다. BGI는 이번에 개발된 장비의 이전제품인 '하이세크2500' 13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하이세크 엑스텐은 이 제품의 10배 성능을 갖추고 있어 마크로젠은 단숨에 하이세크2500 100대를 갖추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김형태 마크로젠 대표는 “2008년 한국인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완료한 이후 3000건 이상의 인간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마크로젠은 이번 장비 도입을 계기로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협력해 아시안 1만 게놈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루미나 쪽은 갈수록 장비 값은 더 떨어지고 장비 속도와 정확성은 올라감으로써, 수년 안에 보통 사람들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자신의 유전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screen480x480.jpg » 일루미나가 인간 게놈 학습용으로 만든 아이패드 앱 `Illumina MyGenome App' 초기 화면. 이 앱에는 제이 플래틀리 회장의 게놈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 일루미나 제공.

 

하루에 5명 게놈 해독 가능, 이전보다 10배 빨라

 

23andMe 같은 일부 기업들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DNA 분석을 제공해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전체 유전자 중 극히 일부에만 해당하는 부분적 해독에 불과하다. 반면 일루미나의 새 장비는 32억개의 염기쌍에 이르는 인간 게놈 전체를 읽어준다. 회사 쪽은 하루에 5명의 인간 게놈을 해독할 수 있다고 밝혔다. 1개의 장비로 한 해에 1825명의 인간게놈 해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이 회사의 이전 장비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다.
 제이 플래틀리 사장은 “이 장비로 우리는 1000달러 게놈 시대를 실현함으로써 인간 게놈 해독의 경제학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연구 가능성을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http://investor.illumina.com/phoenix.zhtml?c=121127&p=irol-newsArticle&ID=1890696&highlight=

http://www.futuretimeline.net/blog/2014/01/16.htm

http://www.macrogen.co.kr/kor/pr/pr_notice_read.jsp

http://singularityhub.com/2014/02/02/illumina-claims-new-sequencer-transcribes-18000-genomes-per-year-at-1000-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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