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 `행복 불평등' 심화...주범은 국내 불평등 사회경제

happy1.jpg » 세계 행복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픽사베이

2019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 발표

정부, 소득 분배 넘어 행복 관리 나서야

 

전세계적으로 행복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국가간 불평등이 아닌 국가내 불평등 심화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넘어 좀더 포괄적인 행복 불평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유엔의 주문이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3월20일(현지시간) 전세계 156개국의 행복지수를 평가한 '2019 세계 행복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유엔 행복보고서는 이번이 7번째로, 올해의 순위는 2016~2018년 자료를 합산해 매겼다.
유엔 행복지수는 갤럽의 월드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이는 각 나라별로 1000명을 골라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0~10점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 기준 GDP), 건강 기대수명(세계보건기구),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아량, 부정부패 등 6가지 변수와 행복의 관계를 덧붙여 평가 자료로 삼는다. 사회적 지지는 곤란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친구나 친지가 있는지, 자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정도에 만족하는지, 아량(generosity)은 지난달에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지, 부정부패는 정부와 기업을 통틀어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평가한다. 보고서는 6가지 변수 중 1인당 지디피와 사회적 지지, 건강 기대수명의 행복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밝혔다.

happy4.jpg » 자료=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19)
서유럽, 북미 불평등 낮고 사하라이남과 중남미 높아

 

보고서는 "2005년 이후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 추이를 보면 국가내 행복 불평등은 커지고 있으나 국가간 행복 불평등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이는 세계 행복 불평등의 확대가 국가간 불평등이 아닌 국가내 불평등에서 비롯됐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행복 불평등은 사회 구성원들이 매긴 삶의 만족도 점수의 표준편차의 정도를 뜻한다. 서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남아시아에서 행복 불평등이 가장 낮았다. 반면 중남미,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중동, 북아프리카는 행복 불평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happy8.jpg » 부탄의 어린이들. 픽사베이

부탄, 행복 평등 1위...한국, 96위로 행복 불평등 심해


올해 조사에선 나라별 행복 불평등 정도를 따로 발표하진 않았다. 대신 유엔이 2016년에 매긴 것을 보면, 행복 평등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부탄이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은 올해 조사에서 전체 행복지수는 95위로 낮았지만 행복 평등도(2012~2015년 평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나라다. 한국의 행복 평등도 순위는 96위(2012~2015)로 행복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 속한다. 표준편차가 2.15로 1위인 부탄(1.29)의 거의 두배였다. 멕시코, 페루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50위), 중국(73위)보다 불평등도가 심했다. 올해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95점으로 156개국 중 5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7위에서 3계단 올랐다. 건강 기대수명(9위, 73.3세)과 1인당 지디피(27위), 관용(40위)에선 상위권이었으나 선택의 자유(144위), 부정부패(100위), 사회적 지지(91위) 등에선 하위권이었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력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전체적으로 다소 낮고, 구성원간의 행복감 편차는 심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행복 순위는 47위(2015), 58위(2016), 56위(2017), 57위(2018)로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 행복 불평등 변화 추이를 보면 서유럽의 경우 2012년까지는 불평등이 확대됐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부 및 동부 유럽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변화 폭이 더 컸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선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012년까지는 안정세를 보이다 2013년 이후 행복 불평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중남미에선 2014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다 그 이후 확대됐다. 아시아에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선 사하라 이남 지역이 2010년 이후 불평등이 크게 확대된 지역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은 2013년까지 불평등이 확대되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행복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좀더 넓은 개념"이라며 "사회적 신뢰도가 주관적인 웰빙의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소득 불평등이 높은 곳에서 사회적 신뢰도가 더 낮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happy7.jpg » 자료=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19)

온라인 활동 시간 많을수록 낮은 행복감 보여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 시간과 행복도의 상관관계였다. 보고서는 미국 청소년들의 사례로 이를 분석했다. 지난 10년 간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갈수록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신 친구와의 교제나 독서, 수면 시간은 갈수록 줄었다. 그 결과 이들의 행복감은 낮아졌다. 보고서는 "디지털기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들은 다른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보다 덜 행복했다"며 "아이세대(IGEN)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감으로써 행복에 간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지 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아니다. 다른 요인에 의해 불행감과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불행한 사람들이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온라인 활동을 제한한 뒤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연구보고서들도 나오는 것을 보면 인과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happy9.jpg » 서울 명동거리. 한국은 행복지수보다 행복 불평등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픽사베이
핀란드, 2년 연속 1위...행복 평등도 최상위권

 

이번 조사에선 북유럽 3개국이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톱3를 차지했다. 핀란드(7.769점)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2, 3위에 올랐다. 핀란드는 2016년 행복 평등도 조사에서 10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나라라는 얘기다. 행복 상위 10개국에서 뉴질랜드와 캐나다를 제외한 8개국이 모두 유럽 나라였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5위(6.466점)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58위, 93위로 한국보다 뒤처졌다. 행복지수 최하위권에는 남수단(156위), 아프가니스탄(154위), 예멘(151위), 시리아(149위) 등 내전에 신음하는 나라들이 많았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각 나라의 행복지수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변화했는지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베냉, 니카라과, 불가리아의 행복지수 증가폭이 가장 컸으며, 베네수엘라, 시리아, 보츠와나 3개국은 하락폭이 가장 컸다.서부 아프리카의 베냉은 점수로는 1.4포인트, 순위로는 50계단이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와 시리아는 1.9포인트가 급락했다. 보고서는 또 겉으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행복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 이는 미래의 격변을 예고하는 지표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지디피가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행복지수가 3년간 급락하면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초래했다.

 

출처
https://www.statista.com/chart/17428/happiest-countries-in-the-world/
https://www.fastcompany.com/90322825/world-happiness-report-teens-are-online-more-less-happy
https://www.fastcompany.com/90323193/are-you-surprised-that-the-u-s-isnt-one-of-the-10-happiest-countries-on-earth
디지털 미디어와 행복관계
http://worldhappiness.report/ed/2019/the-sad-state-of-happiness-in-the-united-states-and-the-role-of-digital-media/
보고서 보기
http://worldhappiness.report/ed/2019/#read

행복 불평등
https://greatergood.berkeley.edu/article/item/why_does_happiness_inequality_matter
https://greatergood.berkeley.edu/article/item/world_happiness_report_finds_that_people_are_feeling_worse
https://s3.amazonaws.com/happiness-report/2016/HR-V1Ch2_web.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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