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핀란드가 '마이카 시대'를 끝장내려 한다 자동차교통

Helsinki_Kaisaniemi_metro_station_(with_bicycle).jpg » 헬싱키의 지하철역.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래 어젠다 논의가 가장 활발한 나라

 

북유럽의 일원인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미래 어젠다를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스템을 운용해 오고 있다. 미래 어젠다에 관한한 가장 정비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1993년에 출범한 핀란드 의회의 미래위원회가 미래 논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교과목 위주에서 주제별 중심으로 재편하고, 세계 처음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기본소득 보장제 실험에 나선 바탕에는 미래 어젠다 논의의 오랜 전통이 깔려 있다.
핀란드가 최근 교통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미래지향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자가용 차를 굴리는 것보다 훨씬 싸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개인들은 굳이 돈을 들여 차를 사거나 손수 운전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맞게 된다. 명실상부하게 자유로운 이동성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마이카 시대를 끝내고 공유카 시대로 넘어가자는 발상이다. 이번 실험을 주도하는 것은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다. 하지만, 당국이 새로운 서비스를 대중교통 시스템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승인한 것을 보면, 성과에 따라선 공공 서비스 성격으로 전환될 수도 있어 보인다.

 

whim.jpg »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서비스 시스템에 묶어주는 앱 `윕'. whim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서비스망에 묶는다


(Whim)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교통당국이 운영하는 트램, 버스, 전철은 물론 민간이 운행하는 택시, 렌터카, 오토바이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교통수단을 결합해 완벽한 하나의 이동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시스템의 중심에는 교통 통합정보망과 연결돼 있는 전용 앱이 있다. 이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앱이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어디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준다.

윔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은 요금 결제 방식이다.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일일이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월정액을 내기만 하면 된다. 현재 이 회사는 한 달 이용료로 249유로(약 31만원)를 책정해 놓고 있다. 한 달에 30만원만 내면 도시에서의 일상적인 이동성을 무제한으로 보장해준다.

 

Taxi_stand.jpg » 헬싱키의 택시 정류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단순한 물류를 넘어 멋진 경험을 추구


월 정액제 시스템은 그동안 주로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채용해 오던 방식이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 한국 이동통신업계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통분야에선 출퇴근자들을 위한 열차 정액요금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선진국 일각에선 항공기 이용객이 늘면서 개인제트기 무제한 이용 서비스인 서프에어(Surf Air), 미국내 여객기 무제한 이용 서비스인 원고(OneGo) 등도 등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마스 글로벌(MaaS Global)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고객경험임원(CXO)인 카지 피티아(Kaj Pyyhtia)는 “우리가 이 일을 하려는 것은 단순히 환경이나 물류 때문만은 아니다. 여행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논리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달성하려는 것은 '멋진 사용자 경험'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스(MaaS)는 ‘Mobility as a Service’의 머릿글자만을 딴 약칭으로 ‘서비스로서의 이동성’을 뜻한다. 이 회사가 지난 10여년 동안 담금질해온 새로운 교통 개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MaaS-enables-West-Midlands-residents-to-travel-on-a-Whim-410x287.jpg » 영국 웨스트 미들랜드의 버스들. National Express West Midlands

 

헬싱키 이어 올 봄 영국서 시범 서비스

엘지와도 서울에 적용하는 방안 연구


마스는 헬싱키에서 지난해 100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데 이어, 올 봄부터는 영국 중부지역의 도시 웨스트 미들랜드에서 처음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웨스트 미들랜드 당국 및 이 지역 철도 운영업체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지역의 대중교통과 렌터카, 택시, 열차, 오토바이를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용 방식은 한달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티켓을 구매하거나 정액 선불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패키지티켓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종류에 따라 3가지(라이트, 미디엄, 프리미엄)가 있다. 마스는 북미의 몇몇 도시들과도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9월엔 한국의 엘지 시엔에스(LG CNS)와 마스의 이동성 개념을 서울 교통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식을 함께 연구하기로 하고 의향서를 교환했다.

 

 

윔이 좋은 다섯 가지 이유

 

 마스는 윔의 장점으로 몇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한 번의 결제로 한 달간의 모든 교통요금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차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들이 않고도 신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는 자신의 일정에 맞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자가용 차를 굴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는 헬싱키로선 이 시스템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는 나중엔 앱이 이용자의 일정을 파악해 개인화한 이동성 패키지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컨대 비오는 날 아침엔 우버를 이용하도록 추천하고, 길이 막혀 있을 땐 회의시간에 늦지 않게 데려다 줄 수 있는 교통수단을 선택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whim5.jpg » 윔의 개념도.

연결 세상의 키워드 '이동성 결합'


윔 서비스가 당장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처음엔 대중교통 수단의 환승 시스템을 다소 확대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퇴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 교통수단들이 늘어나고, 언제 어디서나 택시를 이용하는 정도의 편리성이 확보되는 수준까지 연결성이 좋아진다면 이용자 규모가 급증할 수도 있다. 미래 세상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가 연결성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윔 자체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윔이 지향하는 '이동성의 결합'에 대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maas.global/whim/
 http://whimapp.com/uk/ (영국 웹사이트)
 http://www.itsinternational.com/sections/general/news/transport-for-west-midlands-and-whim-set-to-pioneer-maas-in-the-uk/
 http://www.business-standard.com/article/news-ians/mobility-app-whim-launch-in-britain-slated-for-2017-116121500912_1.html
 https://www.fastcoexist.com/3066654/this-new-mobility-service-app-will-help-helsinki-ditch-car-ownership
 엘지 시엔에스와 의향서 교환

 http://maas.global/maas-global-expanding-to-asia-with-its-all-in-mobility-app-w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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