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아들은 ‘스타워즈’ 정복중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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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간다고 현관문 나선 녀석이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며 ' 포스가 함께 하길' 하더니 달려간다.

집에만 오면 커다란 나무 막대기를 광선검이라며 휘두르고 다니는 아들이다.

그렇다!! 아홉살 울 아들은 지금 '스타워즈'에 빠져 있다.



애들 키우다보면 애가 좋아해서 함께 좋아해줘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울 아들은 세살 땐 '파워레인저'였고, 네살부터는 '토마스 기차'에 매달리더니, 곧 '뽀로로'로

넘어가서 한참 빠져 있었다. 그 기간동안 나는 파워레인저를 괴롭히는 악당역을 맡다가 토마스

기차의 그 수많은 주인공들을 움직이며 기차 놀이를 해 줘야 했고, 함께 뽀로로 주제가를 목청껏

불러줘야 했다. 애가 좀 커서 그 유치한 시절이 끝나나 했더니만 바로 '해리포터' 세계가 펼쳐지더라.

올 초까지 나는 아들 녀석과 함께 윗 밭과 연결된 야산 자락을 누비며 마술 지팡이로 쓸만한

나뭇가지를 찾느라 고생 깨나 했다.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아브라캐다브라'니, '아씨오'니 하는

주문들을 함께 읊어주며 해리포터 놀이을 해 줘야 했다. 해리포터의 광명은 좀처럼 빛이 바래지

않을 것 같더니만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이 나타났으니 바로 '스타워즈'의 무지하게 광대한 세상이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라 DVD를 사서 아들과 함께 보았는데 녀석은 금방 그 세계에 빠져 들었다.

하긴 광선검을 번쩍이는 제다이들이 나오고, 악의 화신인 다스베이더에 제국의 공주와

희안하게 생긴 온갖 외계인에, 갖가지 모양과 성능을 가진 우주선들이 수없이 등장해서

드넓은 은하계를 배경으로 싸우고, 배신하고, 복수하고, 연합하는 이야기는 영상만 보고 있어도

혼이 쏙 빠질만큼 재미나다. 주인공들은 얼마나 또 멋진가.

아들은 곧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 워커', '오비완 케노비'같은 제다이 기사들에

빠져 들었다.

처음엔 케릭터의 세계도 아닌데 스타워즈에 빠져 봤자 돈 들 일은 없겠구만.. 싶었는데, 아니었다.

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레고'장난감에 엄청난 '스타워즈'시리즈가 출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자그마한 모델들을 조르더니 이윽고는 점점 더 크고 멋진 것들을 탐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레고가 크기에 비해 무지하게 비싸다는 것이다.

3만원이 넘는 것도 종이상자에서 꺼내보면 정말 별것아니다. 아마도 엄청난 로얄티를 내는 모양이다.

아들이 원하는 우주선은 8만원에서 18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심지어는 스타워즈 제 4편에 나오는

전투 행성 '죽음의 별' 모델은 무려 65만원을 넘나든다. 이정도면 아이 장난감이 아니라

어른 장난감이다.

너무 비싸서 안 사주고 싶은데 아들은 레고를 너무 너무 좋아한다. 제 방에서 몇 시간이고 꼼짝않고

레고만 조립할 정도다. 장래 희망도 '레고 디자이너'란다. 하루 종일이라도 조립할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다. 이렇게 좋아하고 몰두하는 것이라 우리 부부도 제법 많은 돈을

들여 여러가지 모델들을 구비해 주었다. 그러나 신제품의 세계란 끝이 없는 법이고 아들은

스타워즈의 모든 모델들을 다 갖고 싶은 모양이다.



추석에 몇 만원의 용돈을 벌고 나더니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사겠다고 선포했다.

설때만 해도 용돈을 받으면 부모에게 바로 가져다 주던 녀석이다.

그 용돈으로도 충분하지 않은지 난데없이 아빠의 구두까지 닦는다고 나섰다.

말하자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레고 살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생전 아빠 구두에 관심도 없던 아이가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려서 구두만 벗어 놓으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광내고 문질러 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특해 해야 하는건지, 어이없어

해야 하는건지 헷갈린다. 번쩍거리며 윤나는 구두를 보여주면 남편은 칭찬을 하고 5백원을 건네준다.

녀석은 그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아이의 열정과 관심에 감복해서 나도 그동안 오래 망설이선 것들을 확 질러 버렸다.

바로 블루레이로 나온 '스타워즈' 완결판이다.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포함해서

모두 아홉장의 디스크로 나온 제품이 13만원이 넘었다. 살 떨리긴 했지만 망설이다가 또 절판되면

구하기 어려울것 같아서 예약해서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렇게 구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기 위해

멀쩡한 DVD 놔두고 블루레이 DVD를 새로 구입했다. 문화와 취미 생활을 위한 것 치곤 정말

거한 지출이었다. 그러나 지금껏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사교육이란 전혀 받지 않은 아들을 생각하면

학원비 몇 달 쓴 셈 치면 된다.



아들은 학교 갔다오면 레고 스타워즈 블럭들을 맞추는 일에 빠져 있다가 저녁상을 물리면

온 가족과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다. 6편까지 다 보면 제작 다큐멘터리를 볼 예정이다.

손에는 늘 스타워즈 피규어들이나 우주선이 들려 있다.

나도 장단을 맞추어 주느라 밥하고 청소하면서도 '제국군이 쳐들어 온다. 방어막을 가동시켜라'

' 견인 광선을 차단해라. 주 동력이 손상되었다' 등등 아들의 흥미에 열심히 장단을 맞추어 주고

있다.



다행히 스타워즈는 나도 좋아하는 것이니, 아홉살 녀석과 두고 두고 함께 나눌 공통의 세계를

열심히 구축해 가고 있다고 여기면 즐겁기도 하다. 스타워즈의 세계를 다 정복하고 나면

다음엔 '인디아나 존스'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을

훑을 예정이다. 어리던 녀석이 어느새 자라 이젠 함께 열광하고 빠져들 수 있는 세계를

가지게 되었으니 감개무량하다.



그러니까 나도 기꺼이 신나고 즐겁게 답해 주련다.



'아들아, 포스가 너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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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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