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학은 엄마의 특별근무!!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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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아들이 드디어 방학을 했다.

드디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에서 해방되었다.

그동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아이를 깨워 옷 입히고 차 태워서 아들이 다니는 학교까지

태워다 주는 일을 해 왔었다.

날은 점점 더 추워지고 아이들은  깨워도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막내는 그 바쁜 와중에

젖을 찾고, 더 자고 싶은 둘째는 자고 싶다고 징징거리고, 서둘러야 할 큰 놈까지

동생곁에 다시 누워 버리니, 겨울 아침에 아들 학교 보내는 일은 온 마을에 내 목소리가

쩌렁 쩌렁 울리는 일이곤 했다.

그래서 아들의 방학이 무엇보다 반가왔다.

 

그러나...

 

아들의 방학으로 엄마인 나는 특별 근무가 왕창 늘었다.

학원도 학교 프로그램도 전혀 없는 아들의 긴 겨울 방학동안 아들은 그동안 엄마에게

서운했던 것을 몽땅 받아낼 심산인 모양이다.

두 여동생은 매일 엄마 곁에서 놀고 저 혼자 학교 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큰 불만이었으니

이제 저도 엄마 곁에서 매일 매일 신나게 놀고 싶다는 것이다.

그거야 본인 맘대로 하면 되는 일이지만 아들은 엄마가 두 여동생들을 돌보는 것 처럼

자기도 돌봐주기를 원하니 문제다.

동생들 책 읽어주고 있으면 제 책도 읽어달라고 가져오고, 동생들이 안겨 있으면

저도 안아 달라고 매달리고, 밥 먹으면서 막내 반찬 심부름하면 '저도요'하며

밥 수저를 내미는 식이다.

보통 아홉살이면 이미 졸업했거나, 제 스스로 할 일들을 어린 두 여동생을 둔 큰 아이는

아직도 엄마인 내게 기대한다. 안 해주거나 네가 해라고 말하면 저만 차별하고, 저만

사랑하지 않는다며 펄펄 뛴다.

 

큰 아이가 막내 였다면 이런 일들이야 오래전에 끝났겠지만 늘 저보다 한참 어린

여동생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큰 아이는 매사가 서운하고 불공정하고 저만 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

이웃에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는데 그 집은 모두 연년생이라서 필규보다 어린

막내도 큰 누나들 따라 모든 것을 척척 해 낸다. 연년생들은 그게 가능하더라.

그러나 아래 동생과는 네 살, 막내와는 무려 일곱살이나 차이 나는 우리집에서는

큰 아이는 항상 억울한 모양이다. 막내를 업고 있으면 저도 업어달라고 매달리니...ㅠㅠ

 

너는 이미 컸고, 큰 오빠고, 곧 열살이 된다는 것을 누누히 얘기해도 먹히지가 않는다.

'또 그 소리예요?' 하며 버럭 성을 내고 만다.

게다가 두 여동생은 아직도 엄마가 같이 놀아주어야 하는 나이이다보니 큰 아이도

동생들과 함께 '숨바꼭질'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며 방안을 빙빙 도는 것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이리하야 결혼 10년차가 되어 가는 나는 10년 째 아이들 꽁무니를 잡으러 쫒아 다니고

구석에 웅크려 눈감고 숫자를 헤아리고 아이들 손 잡고 방안을 춤추며 돌아다니고 있다.

나이 마흔 둘에 젊게 살고 좋겠다고 하겠지만 아들이 이 놀이에 끼면 강도가 달라진다.

두 여동생들은 살살 해줘도 좋아 죽지만, 아들이 끼면 세배 네 배 센 강도로 해 줘야

만족을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동생들은 몇 번 해주는 시늉 하고 은근슬쩍 그만두어도

만족해하지만  큰 아이는 제 성에 찰 때까지 수없이 해 달라고 요구하니

놀이가 노동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강도 높게 잠깐 몸 날려 놀아주고 집안일 하러 돌아서면 온갖 원망이 날아든다.

나도 정말 억울하고  힘들다.

 

거기에 펑펑 집에서 놀면서 맛난 반찬 내놓으라, 특별 간식 해 달라, 오늘은 탕수욕을

해 먹자 등등 까다로운 요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마치 그동안 저만 학교 다니느라 힘들었으니 방학기간 동안은 모두 보상받겠다는 듯 하다.

단독 주택인 우리집은 한 겨울 나기가 제일 힘든 일이라 살림하는 일도 훨씬 어려워지는데

힘든 집안일을 도울 생각은 안 하고 (음식물 쓰레기좀 밭에 버리고 오라고 시키면 춥다며

펄쩍 뛴다. ) 놀고, 먹고, 뒹굴 생각만 하고 있으니 내 얼굴엔 주름이 더 는다.

 

아이들 낳은 후론 늘 살림만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방학이 새로울것은 없다.

아이들이 모두 내 품안에 있는 것이 좋기도 하다.

눈이 많이 내리면 신문도 잘 안 오고 집 앞 길로 차도 잘 못다니는 우리 집에서

종일 우리는 지지고 볶으며 하루를 산다. 날이 좋으면 마당에서 눈썰매도 타고

친구라도 찾아 오면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힘을 내야지.

큰 아이가 엄마 찾고, 놀아 달라고 매달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짜피 어린 동생들이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 보는 거다.

이참에 슬슬 사춘기가 시작되려는 큰 아이와 끈끈한 정을 더 많이 나누는 것도 좋으리라.

결혼 10년 간 띄엄 띄엄 세 아이 낳은 엄마는 여전히 늙을 새가 없다.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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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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