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멘탈붕괴에 빠진 사연 국제안보

 

 
 

공군은 내년부터 1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공중급유기 4대 도입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내년 예산에 550억원의 착수금을 요구하였으나 기획재정부는 이를 360억원으로 조정한 뒤 청와대와 협의하였다. 그런데 8월30일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청와대 외교안보실은 기재부 예산실장에게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공중급유기는 일본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도 덧붙여졌다. 한국 공군의 전투기 체공시간을 늘려 작전반경을 확대하도록 하는 게 바로 공중급유기다. 독도에서 한국군 방어훈련으로 심기가 불편한 일본에 청와대가 파격적 배려를 한 셈이다.


20120907_1.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올해 추진되는 차기전투기사업과 함께 공중급유기는 공군 전력 증강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희한한 정치논리로 성사 직전의 사업이 날아갔으니 공군은 거의 멘탈이 붕괴된 상황이다. 죽은 사업을 다시 살리려고 공군 참모총장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그날 열린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는 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9월7일로 예정된 독도 방어훈련에서 해병대의 입도 훈련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상륙기동헬기와 상륙공격헬기를 도입하여 항공력으로 상륙전을 모색하는 해병대는 독도에서도 그 위용을 과시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독도 방어훈련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예고된 훈련이었기 때문에 일본 눈치 보느라고 훈련을 취소한 데 대한 분노는 더 컸다.

더 심각한 결정도 내려졌다. 국방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점을 고려해 양국 군사협력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9월말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부산항에 입항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욱일승천기를 게양한 일본 함정이 들어와 우리 함정과 기동하면서 양국의 군 관계자가 악수하고 환담하는 것을 수용해야 할 것인지, 국방부는 연기하거나 재검토할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결정했고, 이 때문에 국방부와 해군은 내키지 않는 훈련을 해야 하고 원치 않는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국방부에 국민의 질타가 쏟아질 터이니 이 역시 멘탈이 붕괴될 일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육군도 예외일 리가 없다. 앞으로 5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입하여 유도탄 전력을 증강하고 무인공격기까지 보유하려는 육군은 지대지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이 최대 숙원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에서 일본이 한국과 독도 갈등을 겪으면서 미국에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연장해주지 말라”고 로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미사일 사정거리가 연장되면 일본열도가 그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이 흔들리고 있으니 육군의 멘탈이 붕괴될 일 아닌가?

일본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한국군 전력 증강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적극적 억제전략’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본다면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안보정책은 저절로 붕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보수안보세력의 국가주의가 일본의 국가주의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뼛속까지 친일이고 친미”라고 스스로 말하는 그들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고도 북한에 대해 무슨 원칙 있는 접근을 할 것이며, 적극적 억제를 한단 말인가? 청와대 안보수석의 황당한 궤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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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