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개성공단 사태, 국방부가 남북관계 주도 탓…통일부가 해법을” 국제안보

<한겨레신문> 2013.04.30.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 최종건 연세대 교수(국제안보)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만나 한반도 안보 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반도 위기 출구전략-연쇄대담

2월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격화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파장은 컸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됐고,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연기론, 독자적 핵무장론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 최종건 연세대 교수(국제안보)가 최근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대담을 나눴다.

사회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UN)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도발, 그에 따른 미국의 군사적 개입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상항이 벌어졌다.

김종대 편집장(이하 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이뤄진 2월12일부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한해 북한에게 대화를 제의한 12일까지 상황을 한반도 위기 상황으로 본다. 이를 날짜로 계산하면 67일이다. 이 기간 동안 주요 행위자는 미국과 북한이었고, 한국과 중국이 보조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위기는 크게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위협의 신뢰성 경쟁, 두번째는 강압과 흥정의 경쟁, 세번째는 누가 더 이런 긴장 상황을 오래 견디는지를 따지는 내구성 경쟁, 네번째는 위신의 게임이었다.

최종건 교수(이하 최) 동의하며 좀 다른 양상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동안에 키 리졸브나 독수리 연습 같은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이 반발하며 크고 작은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의 개입 강도가 예외적으로 높았다. 미국은 위기 기간 동안 B-52, B-2, 이지스 구축함 등 자신들이 가진 전략 자산을 쏟아부었다. 이를 보는 청중은 누구였을까. 일차적으로는 상대국인 북한, 두번째는 중국이었다. 마지막 청중은 미국 자신이다. 시퀘스터(예산자동삭감 조처) 이후 미국이 국방부 예산을 재조정해가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이 지역의 위기를 증폭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지휘부 타격·인질 구출 등
김관진 발언뒤 문제 커져
한반도전략. 한미연합사 아닌
미 합참의장급과 협의해야

이번은 전쟁 위험 없는 위기

■ 67일 동안엔 무슨 일이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미국의 주가지수다. 올초에 비해 3~4월 위기 기간 동안 미국 에스앤피(S&P) 지수가 6~7% 정도 올랐는데, 방위산업체는 12%, 그 중에서도 양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30%, 보잉사는 20% 폭등했다.

사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 폭격기인 B-52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북한은 이에 대해 “다시 B-52가 등장하면 군사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다. 북한이 가진 SA-2, SA-3, SA-5 등 지대공 미사일은 B-52를 맞춰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자 미국은 스텔스 성능을 가진 전략 폭격기 B-2를 투입했다. 그러자 북한은 전략 로켓 군단에 1호 전투태세를 발동해 스텔스기가 발진하는 괌과 하와이 공군기지를 타격하겠다며 맞선다. 미국은 다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을 서태평양에 배치한다. 북한은 이에 맞서 무수단 미사일뿐 아니라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쏠 태세를 갖춘다. 이것도 다 요격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자 미국이 “모든 미사일을 다 요격할 필요는 없다”고 물러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3의 시험 발사를 연기한다. 북도 지금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도 대화파와 강경파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다. 3월 초순에는 국방부 등 강공파들이 드라이브를 건 측면이 있고,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대화파가 논의를 주도한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국면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반복 가능한 구조적인 측면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방어적인 위협을 공세로 인식하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위기를 키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7월 을지훈련이 시작되면 또 반복될 수 있다.

동의한다. 이전 한반도에 두 번의 큰 안보 위기가 있었다고 본다. 첫번째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벌어진 1차 핵위기였다. 두번째는 부시 행정부 취임 이후 벌어진 2002~2003년 위기였다. 최 교수의 말대로 위기가 구조적이라는 것은 입구와 출구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차 위기의 원인은 북의 엔피티 조약 탈퇴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였고, 이 문제가 해결되며 문제가 봉쇄됐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이 뭔지가 옛날처럼 분명치 않다. 따라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어 위기가 진정된 듯 보이지만, 위기해소가 아니라 장기적인 소강상태다. 여기에 동북아의 주요 행위자들이 이미 적응해 들어가는 위기의 구조적 정착단계가 아닌가 한다.

■ 역풍 맞은 개성공단

사회 안보 위기가 개성공단엔 어떤 영향을 줬나.

개성공단은 안보 위기의 역풍을 맞았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운영됐다. 천안함이 가라앉고, 연평도가 포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남은 7명이 돌아오면 남과 북 사이의 모든 핫라인이 끊어진다. 남북 관계가 박정희 정권 시절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비참한 현실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국방부가 남북관계를 주도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김관진 장관의 원점·지휘부 타격, 개성공단 인질 구출 발언 등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은하 3호를 쏜 뒤 국방부에서는 우리가 북한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고 항상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김관진 장관 주도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가 이어지면서 그 이후 선제타격, 북한 지휘부 궤멸, 김일성·김정일 동상 파괴 등 강경흐름으로 논의가 전개됐다.

위기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아닌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있다. 현재 논의를 주도하는 게 국방부인가, 통일부인가를 보면 된다. 국방부가 논의를 이끌어갈 때 발생하는 큰 문제는 군이 내놓은 대북 억지책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늘어놓은 여러 ‘말 폭탄’에 대해 우리 국방부가 쏟아낸 대응책은 ‘말 풍선’ 수준이다. 원점 타격론을 보자. 우리 군은 그럴 만한 군사적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우리 국방부는 대북 억지를 말할 때 미국이 가진 군사적 자산만 보여줄 뿐 우리가 가진 자산을 말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가 4월 초에 모였다. 김관진 장관이 말하는 원점 타격론이 화제에 올랐다. 장성들이 하는 얘기가 “원점 타격을 한다면 어떤 무기 체계로 할 수 있는가”였다.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군이 공개한 것은 순항 미사일, 사정거리 800km의 탄도 미사일 등으로 이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 국방 공약이다. 그러나 타격을 하려면 네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타격할 표적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해고, 실제 타격을 해야 하고,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예상되는 적의 반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타격이 불가능하다. 연평도 포격 때 우리가 가진 F-15K로 보복 타격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못한 이유는 앞의 네 가지가 충족되지 않아 작전을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없던 능력이 어디서 생겨난 것인가. 예비역 장성들도 이 점을 궁금해 하더라.

최종건 연세대 교수

한국군 대북 억지책 말뿐
원점타격 등 군사능력 없어
보수세력, 핵무기 가지자며
전작권 이양 연기 주장 ‘모순’

개성공단 ‘정경분리’ 원칙을

>■ 또 고개든 전작권 전환 연기론

사회 자연스럽게 논의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으로 흐른다.

전작권에 대한 보수 세력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원점 타격을 한다고 하면서 전작권은 계속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실효성 없는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론을 말한다. 현재 위기가 진행되자 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얘기가 한미 공동보조와 전작권 연기다. 다시 동맹의 그늘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은 더 떨어지고, 자주국방은 더 멀어지고, 미국 주도의 무기 체계에 더 깊이 편입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우리가 도발을 불용할 수 있는 실천적 능력과 자산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선택할 여지는 줄어들고, 서울 프로세스와 같이 상상력 있는 대책을 추진할 입지가 줄어든다.

시대가 변했다. 한미연합사는 우리가 기본적인 무장도 충족하지 못했던 시대의 산물이다. 그래서 한반도 전쟁에 대해 아무런 재량권도 없는 주한미군의 선임장교에게 우리 안보의 핵심기능을 위탁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정도 되면 미국의 태평양 사령관이나 합참의장 정도는 되어야 한반도의 전략적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 태평양 사령부의 예하 1개 부대장에게 우리 민족의 미래를 건 전략적 문제를 협의하고 의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건 한미동맹을 전략적인 동맹이 아니라 전투지휘의 수준에 귀속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전략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의 대전략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러려면 상대를 바꾸어야 한다. 전략이 아니라 전투가 곧 국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진부한 안보관, 발육 부진의 안보사상이 20세기에나 어울릴법한 연합사 존속 주장으로 표출되고 있다.

3~4월 안보 국면은 쉽게 말해 보수 친미적 시각을 가진 이들이 전작권 연기를 위해 다시 뭉친 것이다. 한미 동맹이 강화돼야 북에 대한 억지 메시지가 강해지니 전작권 환수 일정을 연기하자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 밑에서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뒤 본선에 나가면 히딩크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미국이라는 자신의 별도의 이해를 갖고 있는 동맹 뒤에 숨으려 한다.

한미동맹은 분명 우리의 자산이다. 우리 이익에 맞을 때는 자산이지만, 서로 어긋날 때 짐이다. 전작권 환수라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반도 방향을 우리 스스로 설계해 보자는 결의이다.

사회 이번 위기는 실체가 있었나.

제한된 위기였다고 본다. 평양에선 마라톤 대화가 열렸고, 군중집회가 있었다. 우리도 라면 사재기가 없었고,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았다. 전쟁 위험이 없는 위기였다.

지난 두달 동안 국민들은 현명했다. 1994년에 견줘 특정 물품에 대한 사재기도 없고. 해외여행도 하고 우리의 일상을 살았다. 안보를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 해이해졌다고 말한다. 북이 던지는 위협이 효과가 있으려면 국민들이 동요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 안정 유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총 사고 화생방 물품 샀으면 사태가 지금보다 더 좋아졌겠나.

■ 출구전략 고민해야

북한이 협박을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지 이를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보수 세력들이) 기껏 내놓는다는 게 핵무장과 연합사 존치다. 북의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 이성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하다.

사회 출구 전략은.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1993년 핵위기가 벌어졌을 때 북한 붕괴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북핵이라는 게 점점 실체화되고 있다. 우리는 북의 핵무장을 의심하거나 상정한 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풀어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큰틀의 비전이 필요하다. 위기 타개의 주역이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통일부와 민간 출신 관료들이 주도해 좀 더 상상력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쉬운 예로 정경분리의 원칙만 지켜져도 많은 것이 해결된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공동의 이익구조 속에서 펼쳐야 하는 사업이다. 이것은 퍼주기나 퍼오기가 아니다. 두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잡았다. 인도적 지원은 다른 상황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 실천적·자주적 군사억지를 할 수 있기 위해 전작권은 일정대로 환수해야 한다. 독자적인 정보자산이나 군사자산을 구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지금은 남북 관계의 ‘그라운드 제로’ 상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20년을 또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진보진영도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핵문제를 비롯한 안보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남북관계만 개선되면 안보문제는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계적 사고는 이제 버리고, 안보문제는 안보문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진행·정리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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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