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군사협정의 치명적 위험 국제안보

 

 한겨레신문, 2012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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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에 김관진 국방장관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군사협정 체결은 국회 논의를 거친 후 처리하겠다”며 유보 적 태도를 표명했다. 그런데 나흘만인 21일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국방부가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일본 측과 협정 관련 협상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장관의 말을 대변인이 뒤집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흘 간 국방부 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사태를 지며보면 국방부가 외부로부터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미 한미동맹으로 대북 군사적 억제력을 구축한 마당에 한일군사협정으로부터 특별한 안보적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 그리 시급할 것도 없는 협정체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바로 외부의 압력이 아니고는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일군사협정은 한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은 군사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4일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하루 전날이었음에도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경보를 울리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 이 소식에 실제 북한이 미사일을 쏜 줄 알고 우리 박정화 해군작전사령관은 먹은 것이 체해버렸다. 그는 우리 세종대왕함이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낭패감에 세종대왕함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벼르기까지 했다. 잠시 후 일본 측의 경보가 오작동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사건은 만일 한반도 유사시에 데프콘2가 선포된 상황이라면 일본의 사소한 오보 하나가 한반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잘못된 군사정보는 ‘정보 공해’를 초래하여 우리의 위기관리에 매우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랬던 일본은 엉뚱하게 올해 4월 13일에는 북한 로켓 발사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과연 저 나라가 무엇을 제대로 할 줄 아는지 의문이다. 이런 아마추어 나라와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협정을 체결한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부담을 갖게 된다. 북한에 대해서라면 확인되지 않은 첩보에도 주체할 수 없이 흥분하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독도문제나 위안부와 같은 역사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일본이 잘못된 정보를 마구 뿌려온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일 군사협정은 우리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최근에도 일본 정부와 언론이 북한의 열병식 때 전시된 미사일은 가짜다, 북한이 곧 핵실험을 한다, 는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유포시켰고 한국 언론이 아무런 확인도 없이 이를 베꼈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돌이킬 수 없이 누적되었다.

일본은 겉멋만 내는 초호화 자위대를 갖고 있을 뿐이지 사실 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나라다. 저런 나라가 한반도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고, 슬금슬금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 국방부는 새로운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참여하여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나토체제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사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한미일이 한반도 위기관리에 뒤섞이게 되면 한반도의 안정은 더욱 위협받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도 않는다. 이런 협정을 임기 말에 밀어붙이려는 것은 ‘뼈 속까지 친일이고 친미’라는 이명박 정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제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협정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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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