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북 로켓이 불러낸 ‘레이건 망령’ 기고

한겨레신문 2012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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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최초 비용이 적어도 11조원,
유지·보수에 매년 수천억원이 든다!
 
탄도미사일 방어(MD)의 기원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략방위구상’(SDI)이다. ‘별들의 전쟁’으로도 불린 이 구상의 목적은 “소련의 핵무기를 무력화하고 쓸모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레이건 행정부 핵심 인사들까지 놀란 이 구상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루 캐넌이란 학자가 내놓은 연구결과는 뜻밖이다. 레이건의 안보 부보좌관인 로버트 맥팔레인의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도입하는 정책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맥팔레인은 미사일방어망이 있으면 소련의 공격을 방해하여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아이디어에 해군 참모총장 왓킨스 제독이 동의하였고, 그가 다른 총장들을 설득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이 아이디어가 나오자 국방장관인 와인버거는 “믿을 수 없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왓킨스가 이미 다른 총장들을 설득했다는 사실을 모른 레이건이 총장들의 의견을 모두 물어보자 일제히 동의했다. 이들이 동의한 속셈은 명확했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도입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미사일방어 계획은 이후 90년대 말까지 개발비 750억달러를 포함한 수천억달러의 군비를 확충시켰다. 전임자보다 두배의 국방비를 지출한 레이건 시절의 군비 확충은 미국을 세계 최대 채권국에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시켰다. 전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2%에 달하는 군비 지출로 재정이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주범 중 하나는 소련의 미사일을 무력화하지도, 쓸모없게 만들지도 못한 ‘전략방위구상’이다. 나중에 이를 합리화하는 학자들은 레이건의 군비 증강이 냉전을 종식시켰다는 거짓말까지 덧붙였다.

지난 13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자 예상했던 대로 우리 사회의 군비증강론자들은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군의 미사일방어가 지체된 이유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종속되는 것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 때문”이었다며 “이제는 과감히 미사일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속셈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제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3(SM3), 패트리엇을 사자는 얘기다. 더불어 이지스함 추가 건조라든가 방공작전통제소, 조기경보레이더도 현대화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엑스밴드레이더의 한국 배치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걸 전부 안 한다 하더라도 한국군이 초보적인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최초 비용이 적어도 11조원이다. 2008년 초 국방부가 당시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매년 유지와 보수, 성능 개선에 수천억원씩 잡아먹는 게 바로 미사일방어다.

이렇게 한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책임질 사람도 없다. 30년째 미사일방어를 추진한 미국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징후만 보여도 전투기로 선제공격하는 방안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려면 현 정부 임기 중에 12조원에 이르는 미국제 스텔스전투기 60대는 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정거리가 300㎞를 넘는 새로운 미사일을 도입해야 하고 각종 정밀폭탄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그러고도 산속의 미사일기지나 이동식 발사대를 전부 제압할 수 없다. 특수부대가 직접 가서 파괴해야 한다. 이걸 정말 하려는 것인가? 시민단체나 중국의 반대가 문제가 아니다. 군사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무모함이 문제다. 냉전을 종식시킨 것이 아니라 강화한 레이건 대통령의 아주 잘못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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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