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방부의 거짓말, 치밀하지 못했다 남북군사력

오마이뉴스 2013. 7. 12. 

이걸 아는가? 20억 년 전에 지구 최대의 대기 오염 사건이 발생하여 지구 생물의 98%가 멸종했다. 이 오염사건을 피해 살아남은 박테리아들은 포유류 내장 속으로 들어가 아직도 생명을 유지하는데, 이를 '혐기성 박테리아'라고 한다.

지구 탄생 이래 가장 참혹한 참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산소의 출현'이다. 바다 속 남조류가 최초로 광합성 활동을 하면서 배출한 오염물질인 산소의 출현은 재앙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생물들이 죽었기에 지구는 고등생명이 번성하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평화와 공존의 새 질서가 정착되면...

지금 우리에게 그런 문제가 다가와 있다.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평화와 공존의 새 질서가 정착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우선 한미동맹의 효용이 감소된다. 외부의 안보위협이 없는데 우리가 굳이 미국에 의존해서 살 이유가 없다. 그 다음으로 군대가 할 일이 없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 가서 뭘 하란 말인가? 그러니 지금의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기제가 잠식된다. 이건 분명히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새로운 평화공존의 질서로 가는데 있어 이 변화를 거부하는 구시대의 엘리트와 기득권층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것이 안 되면 우리 냉전세력들이 혐기성 박테리아가 되든가, 아니면 평화공존의 새 질서가 좌절되든가, 둘 중 하나다. 이 점에서 우리 군은 지금껏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길에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반대해 왔다. 그 주된 사례를 보자.

1996년경부터 우리 정치권, 특히 야당은 남북관계에서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제기하며 포로 송환을 국가정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 보수정권은 국군 포로라는 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당시 국방부 군비통제관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의 입장은 "한국전쟁 당시에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한 우리 쪽 사정으로 북한에 포로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이제 와서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하면 명분이 약한 우리가 북한에 말려들게 될 것"이라며 국군 포로라는 말 자체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국군포로라는 말 대신에 '한국전쟁 실종자'라는 말을 고수했다. 국군 포로를 말하기만 해도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는 이유로 거론하지 못하도록 국회에 압력을 행사했다. 1998년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가 국군포로라는 용어를 채택하고 총리실에 국군포로 송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전 정권에서 우려했던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보수 세력은 적반하장으로 김대중 정부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하라"며 군복 입고 시위를 벌였다.

2002년에 북한과 개성공단 개발이 논의되자 보수세력은 난리가 났다. 북한의 주요 남침 통로에 도로를 깔고 사람이 왕래하면 "유사시 북한에 남침 통로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방부의 갖은 방해와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박근혜정부도 개성공단을 살리겠다는 입장이고, 한 발 더 나아가 공단을 국제화하자고 한다.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 서울까지 더 신속하게 북한이 쳐들어올 수 있다고, 나라 망한다고 소리치던 보수 세력은 이제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무렵에 또 금강산 관광을 위해 동해에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이 추진되자 국방부는 또 난리를 쳤다. 육로 연결은 정전협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유엔사 승인 없이 절대 추진될 수 없다며 갖은 방해로 육로 연결을 지연시켰다. 이 때문에 금강산 육로 관광이 원래 김대중 정부에서 성사될 계획이었으나 자꾸 지연되어 노무현 대통령에 와서야 가능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유엔사에 "왜 육로 연결이 문제냐"고 문의하자 "우리는 반대한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간에서 국방부가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후 금강산 육로 연결이 이루어지자 이제 와서 그것이 우리의 동부전선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다시 걷어내자고 말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동어로구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서울과 인천의 안보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는 국방부, 국정원의 주장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듣던 상투적인 거짓말이다. 그 증인들이 아직도 현직에 남아있다.

국방부·국정원 주장은 오래 전부터 듣던 상투적인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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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위원장 김장수 국방장관 악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2일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김장수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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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김장수 국방장관, 김관진 합참의장이 그들이다. 등거리·등면적 공동어로구역 협상방안을 직접 만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받고, 북한과 협상한 장본인들이다. 만약에 등거리가 문제가 있다면 NLL을 사이로 등면적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북한과 협상하면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것도 한 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말했고,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대책회의, 전략회의에 참여해서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던 사람들이다. 다 떠나서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기간 중에 "NLL만 인정한다면 (북한과) 공동어로구역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한 현 정부 인사들도 절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방부로 하여금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하면 서북5도가 고립되어 인질화되고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차단할 수 없다고 발표시킨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같은 방식으로 NLL을 방위하면 북한 잠수함은 절대 쳐들어오는 일이 없고 서북5도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사라지는 것일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보라. 그들이 NLL을 확고히 수호한다고 말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천안함 사건을 발표할 당시에 합참의 박정이 민군합동조사단장이 뭐라고 했나? "현대 어떤 과학기술력으로도 물속으로 오는 잠수함을 잡을 수 없다"고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정작 서북도서 안전이 위협받은 때는 그들이 NLL을 더 강력하게 방위한다고 말한 다음이었다.

만일 등면적으로 하는데 우리의 안보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그건 얼마든지 조정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서 북한과 협의하자고 했다. 김장수, 김관진이 누구인가?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해주 직항로도 열어주기로 했던 사람들이다.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을 사실상 동조하는 종전선언 여건 보장을 위한 군사적 협력에도 합의한 사람들이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누구인가? 김장수 국방장관을 수행해서 평양 송전각에 가서 김영철과 실무협의를 한 사람 아닌가? 그들이 회담 이틀째 되던 날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밤늦도록 폭탄주를 마신 이유는 또 뭔가? 잘 해보자고 한 것이다.

평소 술을 못하는 김일철은 심장박동기를 차고 다녔다. 그런 그가 김장수, 정승조 등이 권하는 폭탄주를 네 잔이나 받아 마셨다. 그러면 NLL을 확고히 고수하며 걸핏하면 "나 사퇴하면 그만이다"라는 우리 국방장관이 뭐가 좋아서 김일철은 못 먹는 술까지 마셨을까? 남쪽 입장을 다 이해했기 때문이 아닌가? 김일철이 만찬장에서 김장수에게 직접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장수 장관, 내려가면 사퇴하지 마시오.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께서 내일 중으로 남측과 다 합의하도록 지침을 주셨습니다." 그러고 또 한잔, 두잔. 그러자 김장수 장관도 한잔, 두잔. 지금 새누리당 관점으로는 이거야 말로 정상회담 뺨치는 좌파 군인들의 이적행위 아닌가?

결렬된 것 하나도 없는 잘 된 회담... 이의 제기하거나 불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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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팬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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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NLL 지키느라고 공동어로구역합의도 결렬되었다고? 결렬은 무슨 결렬. 합의문에는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를 장성급회담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결렬된 것 하나도 없이 잘 된 회담이다. 똑똑히 기억하라. 대동강변의 송전각 초대소 1호각에서 벌어진 일들을.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바라는 대로 되었다. 청와대 누구도 국방장관 회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서북해역의 안보는 군사적 수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가 이익이다. 비록 군사적으로는 다소 혼란이 초래된다 하여도 다른 국가적 차원의 이익이 있다면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더 효율적인 방위개념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동어로구역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고, 누구나 그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오직 국정원과 국방부만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이들의 말대로 한다면 국군 포로문제도 제기해서는 안 되었던 일이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안 되는 일에 가담했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이제 와서 엉뚱한 말을 하면? 이건 좀 해석이 곤란하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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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