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전 60주년 행사 유감 남북군사력

정전60주년

 

정전 60주년 행사가 꽤 성대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손님이 오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특별 포고문을 발표할 정도로 올해 행사는 각별한 듯 합니다.
우리의 전쟁 및 정전 기념행사는 유럽과 다른 특징이 발견됩니다.
프랑스는 2차대전을 기념하면서 반드시 "우리의 어떤 잘못이 독일의 침공을 초래했는가?"라는 먼저 질문합니다. 이 물음 때문에 베르사이유 조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당시 프랑스 지도층의 무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도층은 무능했으나 레지스탕스라는 다른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기에 프랑스인들은 이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이건 아주 철저한 원칙이자 전통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전쟁 박물관에는 당시 프랑스의 치부까지 다 소개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전쟁 기념행사는 반드시 이 질문을 생략합니다.
그러하기에 한국전쟁 당시 국민들 몰래 지도층이 한강철교 폭파하고 도주한 것이라든지, 심지어 한국은행의 금괴도 반출하지도 않고 도망치는 바람에 북한군에 국부까지 다 갖다바친 것이라든지, 일부 군사지도자 계급장까지 떼버리고 도주하여 부대가 전멸한 일이라든지, 전쟁 중에도 부정부패로 국민방위군을 대규모로 죽게 만든 일이라든지, 정작 우리가 반성해야 할 잘못은 일체 말하지 않습니다. 
전쟁의 발생은 두가지 요인입니다. 북한의 침략의도와 이에 무능했던 지도층, 이 둘중 하나만 생략되어도 한국전쟁을 일어나지도 않았거니와, 일어났더라도 그처럼 비극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이 두가지를 균형있게 살펴보는 게 바로 전쟁기념입니다. 그런데 우리 용산의 전쟁기념관엔 한가지만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정전협정 기념행사가 전쟁에서 패주한 폐족들을 영웅시하는 잘못된 행사로 변질되게 한 요인입니다. 이런 전쟁기념행사에는 역사에 대한 철저한 성찰도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나라가 정의의 바탕 위에 서야 한다는 자부심도 결여된 또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이 위대한 역사책인 이유는 이스라엘 민족의 치부를 낱낱히 다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다 보지 못하고 외눈박이로 한 면만 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적 폭력이자 기만입니다. 단죄해야 할 패배한 지도부와 무능한 사령부가 전쟁 이후에도 자기 입맛에 맞게 역사를 쓰고 지금도 그걸 기리는 정전협정 60주년이 씁쓸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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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