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정상회담 직전까지 미국에 핵 주권 주장 기고

10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는 워싱턴을 방문하여 “한국이 원자력발전소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핵 주권을 행사하도록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고 미국에 제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제안이 미국에 관철된다면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핵무기의 원료인 플로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은 플로토늄 세계 최대 보유국인 일본과 마찬가지로 잠재적 핵보유능력이 있는 국가가 된다. 핵 물질과 기술만 갖고 있다가 유사시 1년 안에 핵 무장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만의 경우도 지난 천수이벤 총통시절에 “유사시 6개월이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며 내풍, 웅풍 미사일을 공개하여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 전에 미사일수출통제제도(MTCR)에서 사정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제한되어 있는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800~900km로 늘리는 협상도 미 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미 측은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협의 곤란한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명하여 정작 정상회담 당시에는 아무런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제안을 할 당시 우리정부 고위관계자는 “800km면 한반도만 사정거리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미국이 일본, 중국이 자극받을 일도 아니지 않냐”며 “오직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으나 미 측은 “그래도 협의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미국을 다녀 온 한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핵 주권과 미사일을 거론하는데 대해 미국 정부는 많이 놀란 표정”이라며 “한국의 이런 태도가 향후 한미관계에서 긴장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미 정부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소식통은 “이명박 정부의 돌연한 제안을 박정희 정권 말기의 핵개발과 비교하는 경우가 미 측 일각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정상회담 당시에도 이 문제가 재차 거론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 소식통에 의하면 “한 번 안 된다고 했는데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며 한국정부의 과욕을 경계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제안은 내년에 한반도가 매우 불안하다는 현 정부의 정세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진다. 내년 상반기에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하고 핵실험과 미사일시험을 진행하게 되면 북은 실질적인 핵보유국에 성큼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 정부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경우 매우 심각한 정치적 곤경이 예상된다. 핵을 개발한 북한과 이명박 정부가 대화나 협상을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군사적 조치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 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에 우리도 북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과 핵 주권의 일부라도 행사함으로써 북의 강성대국에 상응하는 ‘모양 갖추기’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 정부의 태도는 매우 냉담하다. 북의 핵개발 위험이 고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상황적 논리에 이끌려 한국에서 미사일과 핵이 확산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과 미사일에 관한 사항은 국제규범을 통제 비확산체제가 유지되고 있는데, 만일 한국이 이를 침해하도록 양해한다면 동북아시아에서 걷잡을 수 없는 핵․미사일 군비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바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 대통령의 방미 전에 국회에 출석하여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앞의 소식통에 의하면 “그런 말은 정치인이나 학자가 개인적으로 말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국방장관이 발언의 마치 정부 입장인 것처럼 이를 거론하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8월 10일에 미국을 방문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미 측은 한국의 재협상 제안에 아예 “협의조차 곤란하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한편 10월 25일에 진행된 정승조 신임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이 핵을 사용할 징후가 포착된다면 우리가 선제공격 하겠다”며 우리의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원한 선제공격을 깊이 고려하고 있음을 밝혔다. 북의 핵 개발 진척에 따른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이와 유사한 발언이 2008년 3월에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 청문회에서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전 기무사령관 출신 예비역 장군까지 이 발언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망언”이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지금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친 현 정부가 어느새 북한에 대한 고강도 군사적 조치를 실질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정부의 이런 태도와 정치권과 언론 일각의 ‘한국 핵무장론’이나 미사일 규범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 국정원 차장을 지낸 이수혁 씨는 디앤디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국제규범에 순응하고 적응하면서 많은 이익을 본 나라인데 섣불리 핵 무장론을 주장하는 일부 주장은 그러한 국제규범을 전면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을 이용한 북한이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우리도 그와 같이 한다면 북한과 똑같아지겠다는 것”이며 “이는 북한과 핵 군비경쟁이라는 좁은 시야에만 갇혀있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모든 대화의 모멘텀을 상실한 현 정부는 북한의 강성대국 선포에 대해 ‘평화공존과 협력’보다는 ‘군비경쟁을 통한 적극적 억제’에 경도되고 있음은 이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분위기는 북한으로부터 역풍을 얻어맞기 이전에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먼저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말하는 가일층 ‘강화된 한미동맹’의 이면에는 동맹 간에 첨예한 균열의 가능성도 같이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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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