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알고 보니 MB의 원맨쇼 국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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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에 북한이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3월 22일.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 발언을 일제히 보도했다.

“여건이 바뀌었다. (한·미 미사일 재합의)기간이 됐기 때문에 한미가 협의하고 있다... 한·미 공동으로 전략을 펴 나가는 관점에서도 우리의 (사거리 확대) 주장에 미국도 상당히 이해가 되고 있다. (미국도) 우리의 전략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조만간 타협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발언에 정부 외교소식통들은 “이 대통령은 오는 26∼27일 열리는 2012 서울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조만간’이라고 말한 시점은 3월 말의 핵 안보정상회의였다. 더 여유를 둔다 하더라도 5월의 한미 미래동맹정책구상회의(SPI)에서는 논의가 된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필자는 정부가 이 정도로 말할 때는 미국과 사전합의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그런 것도 없이 이 대통령이 저렇게 함부로 말을 내뱉지는 않을 것이라는 ‘상식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미국의 태도를 보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SPI회의를 대체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열린 4월 26, 27일에도 한미 군사 당국자 누구도 미사일 사정거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회의가 열린 시각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도 역시 미사일 문제에 관해 빈손으로 귀국했다. 3월의 이 대통령의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발언에 대해 미국은 한 번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다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드러내며 마구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작년 10월 13일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7월에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워싱턴을 방문했다. 김 비서관은 미국에 한국의 핵발전소 연료 재처리 권리를 주장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위한 미사일 협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두 가지 문제를 “절대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의제를 제기한 시점과 논거가 다 같이 적절치 못하다며 미국은 기존 입장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김 비서관의 워싱턴에서의 행보는 현지 언론과 교민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무언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일거에 바꾸려는 돌출적 행보에 한미관계에 정통한 사람들조차 놀랐을 정도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협상이 이루어질 것처럼 언론에 정보를 흘리며 “이 대통령이 직접 부탁하면 오바마가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오바마는 한국 측의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그 다음 달에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 문제가 논의되었다는 발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미사일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쏟아 내는 동안 이 문제의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야 철폐되거나 완화될수록 좋다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지만 안 되는 것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한미 군 당국 간에 미사일 문제에 대한 의제조차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청와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연출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마치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대응능력의 강화를 미국이 용인해주는 계기로 작동하리라는 잘못된 기대 위에서 움직였다. 그 잘못된 기대는 4월 19일 이 대통령이 국방부로 하여금 한국이 독자 생산 한 현무-3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공개하도록 하고, 바로 그날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여 최신 미사일 개발을 독려하는 데로 이어졌다. 누군가 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고 엉뚱한 판단을 하도록 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들이다. 특히 청와대 외교안보 중요 라인에서 공명심에 취해 이런 일들이 벌렸으리라고 짐작된다.

이들은 미국이 범세계적인 미사일과 대랼살상무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에도 로켓 기술을 가혹하게 규제하는 정책을 갖고 있고, 이것은 수십년 간 내려져 온 미국의 대원칙으로 함부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역사상 한미동맹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MB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무언가 대단한 것을 얻어낸 것처럼 자기 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MB 정부만큼 미국에 모든 것을 다 내준 정부도 없다. 소고기 시장, FTA를 내준 데 이어 정권 말기에 미국무기 세계도입 1위 국가로 도약할 한국이다. 여기에다가 한중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이 한국에 보장해주는 군사지원은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는 추상적인 지원들이다. 주한미군 핵심전력은 철수시키면서 실체를 알 수 없는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고 미국은 공언하였으나 그 내용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게다가 실체도 모호한 '범세계적 가치동맹'이라고 말하는 한미동맹의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청와대도 모르고 국방부도 모른다. 이런 화려한 말을 미국에 다 내 준 보답으로 받은 현 정부가 "미사일 사정거리만이라도 연장해 달라"는 데 대해 미국은 "어림없는 소리"라며 발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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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