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일본에 손 내민 ‘서강 학맥’ 실체 국제안보

 

일본과 군사협정 체결 안 돼 thumbnail

 

한일 간에 체결되려다 무산된 ‘포괄적 정보보호협정’은 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인물들, 그 중에서도 서강대 인맥이 주도하였다. 또한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협력을 촉구하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밀리에 협정을 추진했으리라는 세간의 해석과 달리 그 반대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일본에 이 협정 체결을 적극적으로 제안하였다는 것이 본지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미국과 일본은 이 협정을 체결하자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한 사실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동맹과 우방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협정’ 체결 요구에 정부가 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 협정 체결을 추진하는데 일본 정부가 기꺼이 응했을 뿐이다. 16일 발매된 월간 디펜스21플러스 8월호에서는 이 과정을 심층 취재하였다. 그 핵심부문만 디펜스21 사이트에 게재한다. 


김태효, 국방장관을 호되게 질책?

 

정부 관계자가 말하는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지난 5월 17일에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회 박지원 대표를 방문하여 “한일 군사협정은 5월에 한일 간에 조인될 예정이었지만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 직후 김관진 장관을 만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북한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의지를 밝히는 국방장관께서 일본과 협력하는 문제에는 왜 소극적이냐”며 노골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하는 동시에 이 협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중을 피력한다. 그러나 김 장관이 “여론의 반대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이유를 대며 거듭 신중한 추진을 강조하자 김 기획관은 협정 체결의 주무 부처를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국방장관이 자신보다 한참 연배가 낮은 김 기획관에게 상당한 수모를 당한 셈이다. 5월이라는 시점은 이미 4월 23일에 동경에서 한일 외교국방 실무회담에서 협정에 대한 가서명을 한 이후이기 때문에 김 장관의 신중론에 김 기획관이 격분했을 법하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는 5월 말부터 김태효 기획관이 조세영 외교부 동북아 국장을 직접 컨트롤하며 “반드시 6월 중 국무회의 통과”를 독려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6월이라는 시점 역시 미국과 일본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이 아니고 4월에 가서명을 완료한 협정을 6월까지 마치겠다는 청와대의 자체 계획이다.

한편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이런 협정을 체결하자고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외교 관례와 원칙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미국과 범세계적인 가치동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한일 협정에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미 작년에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부터 ‘한일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말을 직접 듣고 놀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보총괄 점검회의에서 최초 제기


문 교수는 그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본지의 취재결과 이상우 전 대통령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이하 점검회의) 위원장이 유력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회의는 2010년 3월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5월에 정부가 15인으로 구성한 대통령직속 위원회다. 당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은 2010년 1월에 구성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면서 안보․국방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 위원회 구성되고 순탄하게 운영되던 점검회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규명과 국방태세 개선방향을 두고 육․해․공군 간에 사활을 건 논쟁의 무대가 되었다. 그러던 중 11월에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발생까지 터지자 난상토론은 더욱 심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가장 심각하게 논의된 두 가지 사안은 육해공군 지휘체계를 통합하는 통합군제 도입여부와 한일 군사협정 체결문제였다. 당시 육군 출신들이 통합군제도를 주장하자 해군과 공군이 강력히 반발하였는데, 이 논란이 너무 심각하게 벌어진 나머지 당시 한일군사협정 체결문제는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슬며시 밀려났다는 게 당시 참석자의 증언이다. 이 때 회의에서 한일협정 체결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이상우 위원장이었다. 그는 거듭되는 안보 위기에서 일본의 협력을 통해 안보도 위기관리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로 주장했고 이 대통령도 그다지 반대하지 않았다.

이상우 위원장은 한림대에서 총장을 역임하기 이전에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했으며, 김태효 기획관은 그의 서강대 시절 제자이다. 김태효 기획관이 청와대 들어가기 이전부터 사실상의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강의를 한 첫 시간에 '나는 왜 반공인가'라고 칠판에 쓰고 학생들과 논쟁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김 기획관은 이 의장이 1993년에 만든 신아시아질서연구회(현 신아시아연구소) 회원이기도 하다. 이 연구회의 회원으로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상우 주 호주대사, 김영수 서강대 교수, 김성한 고대 교수, 이정민 연대 교수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서강대 석사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안기부장 특보)는 사적으로는 이 의장의 매부다. 강경보수를 표방하면서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들이다. 이와 더불어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강력히 주장한 또 한 명의 인물은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으로 알려졌다. 역시 현 정부 초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협정의 배후, 서강대 학맥


이와 같은 의도는 이미 이상우, 박세일 씨 등이 공공연하게 표방해 온 입장이기도 하다. 재작년에 와세다 대학 주최로 동경에서 열린 밀레니엄 포럼에서 박세일 씨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북한의 위협을 격퇴하고 한반도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참석했던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까지 놀라게 했다. 이상우 씨 역시 한미일 삼각동맹론을 공사석에서 수시로 밝혀 뜻있는 국제정치학자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렸다. 이들은 움직임을 보면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일본과 정보 교류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시키자는 것, 즉 미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적극적으로 추종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과거 군사대국으로 회귀하겠다는 일본의 속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그것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상관없다. 문정인 교수의 표현대로 누구와도 손잡는 ‘파우스트 식 거래’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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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