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MB정부 마지막 패착, 정권 말기 무기도입 14조① 무기의 세계

 

 

디펜스21+ 2012년 1월호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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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최근에는 외국 무기를 직구매하려는 질주가 거침없다. 올해 10월까지 14조원에 달하는 무기도입 계약서에 반드시 도장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무기도입 사 업은 검토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리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사업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협상과 시험평가를 거쳐 계약서까지 체결하겠다는 초스피드로 사업 추진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국회 국방위원회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청 소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기에 강행되려는 정부의 무기도입 ‘꼼수’를 들춰냈다. 보고서에서는 주요 핵심무기도입 사업들이 ▲짧은 검토 및 협상기간 설정 ▲부정확한 가격정보에 기초한 예산편성 ▲무기운용 개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한 정권 말기의 무리한 사업 추진임에 분명하다. 청와대는 최근 방위사업청에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며, “예정된 도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방사청을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정권 말기인가?


이러한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정권말기 무기도입 증후군’을 실감하게 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무기도입 실태를 보면 하나의 법칙처럼 명확한 패턴이 드러난다. 정권 말기에 한꺼번에 몰아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에서 1992년까지 도입된 무기는 39억9천만불이다. 1991년 이후 이후 10년간 무기도입액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도입이 결정된 무기들은 F-16 전투기, 독일로부터 도입한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와 같은 대형 사업들이다. 특히 이 시기 도입이 결정된 무기체계는 93년 문민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감사원의 ‘율곡비리 특별감사’와 국회 국방위원회의 ‘율곡비리 국정조사’로 이어져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출범한 해인 1993년의 무기도입은 5억5천7백88억불로써 10년간 무기도입액 중 가장 작다. 이 추세는 1994년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면서 신정권 초기에 무기도입액이 줄어드는 뚜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 다시 10억불대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말기인 1996년과 1997년 두 해의 무기도입액은 32억8천6백만 달러어치다.

문민정부 말기에는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백두정찰기, 수송기, 동부지역 전자전장비, 헬기야간침투장비 등 각종 외제무기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다. 물론 이 사업들은 문민정권 말기부터 의혹의 대상으로 부각되었으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완전히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린다 김 사건으로 유명한 백두정찰기 사업이 그것이다.

당시 정부 말기의 대규모 무기도입이 비정상적인 실태를 살펴보면, 97년도 정부의 달러 기준 환율은 8백원 대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더니 12월에는 무려 1천5백원, 가장 심한 시점에는 2천원대에 달했다. 정부 기준 환율보다 무려 87.5%가 오른 것이다. 바로 이 때 국방부는 휴대용 대공유도탄, 중형수송기 등 7개 종목의 무기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12월에 집행하도록 조달본부에 지시했다. 이 때문에 12월 한 달 동안 약3천억원대에 달하는 무기 도입대금 지불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환차손만 1천억원 이상이 발생했다. 97년에 국방부의 해외 도입 계약 강행과 대금지급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1월말부터 12월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이 당시 국민들이 달러 한 푼이 아쉬워서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기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현상인지 짐작할 만하다. 한편 이 당시 도입된 무기체계는 국민의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렸는데, 백두정찰기 도입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5대 의혹사건’ 등으로 비화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1999년, 2000년 3년 동안의 무기도입 총액은 27억달러 정도다.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액수다. 99년부터는 전력투자비가 동결되거나 삭감되기도 한다. 신규 무기도입의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이 현상은 확연하게 증가세로 반전되고 있다. 갑자기 2000년에 소요 결정된 F-15K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대통령 전용헬기 사업 등 핵심 사업들이 한꺼번에 결정되었고 이 때문에 2001년부터 계약액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까지 다시 무기도입은 괄목할 만 하게 증가한다. 이 당시 도입된 무기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국회가 그 의혹을 제기하는 등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마치 빚잔치하듯이 역대 정권은 집권 말기에 몰아서 무기도입을 체결하고 돈을 펑펑 쓴다. 다음 정부가 꼼짝 못하고 뒤처리하도록 대못을 땅땅 치는 겪이다. 현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친 현 정부가 ‘적극적 억제전략’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무기소요가 정권 말기에 제기될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군사전략이 채택되었다고 해서 졸속으로 무기를 구매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작 그 이유는 다른데 있다.



아파치 도입 앞 당기라고 지시한 청와대 


2009년 5월 중순. 강남의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에 방위사업청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KID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공격헬기 획득대안 분석 및 사업추진 기본전략”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었다. 전화를 한 관계자는 황급하게 연구용역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며 ‘윗선의 지시’라고 강조했다.

얼마 후 KID 측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5월 중순은 한 달 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상되고 있는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방사청 최고위층은 이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아파치 중고 헬기 구매에 대한 요청을 받고 올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비해 방사청은 아파치 헬기 구매에 불리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용역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전략동맹’을 표방하는 현 정부 하에서 미국 무기구매를 강행하기 위해 획득정책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는 연구용역을 따질 것도 없이 방사청이 대당 260억원에 구매한다는 기대와 달리 미국이 대당 460억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 직후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변무근 당시 방사청장은 이미 대통령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헬기를 도입하는 경제적 방안”이라고 보고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가짜 가격정보에 현혹되었다가 사업추진이 난망해진 방사청은 사업 추진을 머뭇거리자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이 벌컥 화를 내며 재검토를 지시하는 바람에 저절로 무산되었다.

2009년에 산업개발연구원의 연구용역이 종료된 이후인 2010년에 상반기에 ‘한국형 공격헬기사업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산업연구원과 국방대학교에, 하반기에 ‘사업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국방연구원(KIDA)과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전트에 발주한다. 상반기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10년의 한국형 공격헬기 사업분석평가서‘에서 대형공격헬기의 도입가격을 대당 484억원으로 예상함에 따라 한국형 공격헬기 보다는 해외구매가 타당하다는 ‘High-Low Mix’ 방식이 타당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에 한국형 기동헬기(KUH) 기반의 공격헬기 개발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공격헬기는 해외구매로, 소형공격헬기는 국내개발로 정책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대당 400억원대에 아파치급 대형공격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추진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나 국방위 전문위원 보고서는 미 국방부 안보협력국(DSCA) 자료에 의하면 아파치 공격헬기의 경우 인도에는 687억원, 대만에는 912억원, UAE에는 900억원, 사우디에는 1485억원으로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400억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을 근거로 헬기의 해외도입이 타당하다는 앞의 연구용역은 잘못된 가격정보를 근거로 수행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2009년에 잘못된 가격을 근거로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려던 시도와 아주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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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