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작전기구 실체 국제안보

 디펜스21+ 2012년 9월호

 


 

 

유엔사 강화 노리는 한미 양국의

한국전쟁으로의 회귀 발상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2015년 전시작전권의 한국으로의 전환 이후 한미 군사지휘체계 개편을 둘러쌓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언론에 해체되기로 되어 있던 한미연합사령부를 그대로 존치시킨다는 미확인 내용이 보도된데 이어, 한수 이북에 미2사단 예하 화력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현 위치에서 한미연합부대로 전환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급이야 8월 초에는 한미연합작전기구를 전환 이후에도 별도로 창설하여 운용한다는 보도까지 뒤를 잇고 있다. 전환 이후 한미 지휘체계는 이미 2006년부터 양국의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합의에 기초하여 다 정리가 된 사안이었음에도 이러한 새로운 논의는 2015년 이후 한반도 위기관리 구조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전작권, 미국 태도 달라졌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한 기존합의를 철저히 고수하며 이명박 정부의 재협의 요청을 묵살하였다. 그나마 전환 시기만이라도 연기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 2009년이 되어서야 3년 8개월 정도 전환시기를 연기해 준 것이 전작권에 대한 미국의 유일한 유연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랬던 미국이 기존의 합의를 다 뒤집어엎는 새로운 어젠다를 제기하며 거꾸로 전작권 합의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것처럼 말을 바꾸는 배경이 무엇인지, 세간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 지휘기구를 새로 창설하거나 유지한다는 발상은 지난 6년 간의 전작권 전환에 대한 한미 간의 합의를 다시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양국은 연합작전기구가 아닌 ‘협조기구’를 통해 협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연합작전기구가 계속 기능한다면 전작권 전환 취지도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더욱더 중시하는 전략으로 돌아섰고, 이것이 연합작전기구 유지로 나아간 요인이 되었다는 소설 같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기자에게 “미국이 2015년 이후 지휘체계에 새로운 검토를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언론이 보도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연합 작전기구를 운용한다는 구상도 한국이 내 놓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올 10월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미 간에 합의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더욱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리언 패테나 미 국방장관이 올해 6월 경에 “2015년 이후 한미 간 작전지휘체계를 재검토하자”는 우리 측의 연이은 문제제기에 대해 아직껏 답변을 회피하면서, 다만 제임스 서먼 연합사령관에게 “한국 측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협의는 해보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미국이 마치 우리의 요구사항을 곧 들어줄 것처럼 언론에 정보를 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방연구원(KIDA) 등 군 연구기관을 동원하여 기존의 전작권 전환 합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한미 간 합의사항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재검토 주장은 지난 6월 30일 발표된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미 군사전략’ 보고서에 담겨 미 의회에 보고된 바 있다(뒷면 김수빈 기자 기사 참조).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한국군에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계전력(bridging capability)'를 제공함에도 한국군 준비태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환 시기와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군의 지휘통제(C4I), 화력전 수행, 미사일방어 능력이 아직도 미흡하기 때문에 ▲ 전환 시기 연기 ▲ 전환을 하더라도 유엔사령부 강화 또는 연합작전기구 유지 ▲ 미 지상군 추가 증강 등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패네타 장관은 “기존 일정화 합의사항은 준수될 것”이라며 CSIS 측의 주장을 일축하는 의견서를 첨부하였다.



의문투성이, CSIS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작권 얘기만 나오면 ‘한국군의 준비부족’과 ‘시기상조론’을 어김없이 제기하는 순환논리다. 1991년에 노태우 대통령이 작전권 환수를 추진한 이래 지난 20년 간 군사주권을 확립하자는 말만 나오면 항상 이런 논리가 발목을 잡고 집요하게 작전권 행사를 방해하는 논리로 기능했다는 점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작전권 행사는 언제 가능하냐?”는 질문에 “언제까지나 불가능하다”는 답변 외에 기대할 것이 없다. 한미 간 동맹의 비대칭성(asymmetry)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미국의 선의에 우리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으로는 현제 세계 5위권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한국이 지금보다 국방비를 2배 이상 증액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 20년 전에 비해 한국군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음에도 한국 안보에 대한 고정관념은 불변이기 때문이다.

오직 미국의 품 안에서만 안전하고 편안해지고, 이를 벗어나면 금방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하는 정신적 유전자가 내장된 상황에서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60만이 넘는 대군을 갖고도 소규모 국지전조차 수행하는 방법을 모르는 한국군의 성장 지체, 미성숙한 발달 상태를 고려한다면 굳이 지휘통제 능력이나 미사일방어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미국 결핍증에서 비롯된 공항장애, 그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CSIS 보고서가 주로 한국 내 유아적 의식의 보수층으로부터의 의견을 경청하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전작권 이후 지휘체계에 대한 재검토는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에 작전권의 알맹이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7조항이라는 이름으로 다 빼버리고 껍데기만 인수한 일에 비견되는 두 번째 맞이하는 군사주권의 왜곡이다. 한미연합사가 존치되거나 이와 유사한 연합작전기구가 유지된다면 한국군의 전구사령관인 합참의장은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예상된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지휘통일의 원칙(unit of command)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합작전기구와 우리 합참의 권한 중복, 지휘 중첩, 위기판단의 혼선으로 인해 작전수행이 복잡해지는 상황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작전기구의 위상과 조직형태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이러한 위험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범세계적인 전략에 한국군이 종속될 개연성도 높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의도에 한국군이 자연스럽게 포섭되면서 당장 한국 방위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미사일방어(MD)와 같은 안보 의제에 끌려 다닐 가능성도 크다.

연합작전기구 운용과 유지보다 더 황당하고 심각한 일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 유엔사령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CSIS 보고서에서도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유엔사 강화 문제는 단지 우리 국방부의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미군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이후 지난 34년 간 유엔사령부는 유명무실한 상징적 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연합사에 실질적 권한을 위임해주는 일종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사령부는 실체적 조직도 없고, 정상적인 사령부도 아니며, 유엔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대부분 철수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와 비슷한 존재였다. 유엔사가 이제껏 유지되어 온 유일한 명분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을 청산하는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전협정을 관리하는 법적 주체로서 유엔사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유엔사, 한국안보에 필요한가?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그 권위가 위협받을 때마다 미군은 유엔사령부의 간판을 활용하였다. 또한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하는 한국 내 군부도 정전협정 관리 권한이 유엔사령부에 있다고 하며, 남북 화해협력을 지체시켜 왔다. 대표적으로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남북 철도, 도로 연결을 하였음에도 유엔사령부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금강산 육로 관광을 지체시킨 사례가 있다. 물론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은 이후에 거짓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엔사령부는 남북관계에 개입할 조직도 아니고, 실제로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유엔사령부가 마치 한반도 위기관리에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과 권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은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에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F-15K 전투기로 북한의 포격 원점을 타격하지 못한 이유가 유엔사령부의 ‘정전시 교전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한국군 수뇌부의 인식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경악한 월터 샤프 당시 연합사령관이 우리 국방부에 “자위권 행사는 한국정부 소관이니 우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례들은 유엔사령부의 위상에 대해 우리 정책결정자들이나 군부의 상당한 오해를 드러내고 있다. 유엔사령부는 한국전쟁 당시에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기구로 유엔 결의에 의해 창설되고 유지되어 왔으나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이후 휴전협정 관리 기능을 제외한 대다수 권한을 연합사에 위임하고, 지금은 유명무실한 법적 기구로 남아있을 뿐이다.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다면 유엔사령부가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한국전쟁 당시의 법적 근거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존립할 이유와 명분을 모두 상실한다. 게다가 한국전쟁 당시에 휴전협정을 체결한 당사자인 유엔사령부의 적국인 중국과 북한이 지금은 유엔에 가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사가 한반도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더욱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국 16개국 중 1972년 태국을 끝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국가가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단지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임한다는 이중보직으로만 그 존재감이 확인될 뿐이다.

게다가 유엔사령부가 해체된다고 하여도 한국 안보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휴전협정은 유엔이 ‘협정의 당사자’이고, 유엔사는 단지 그 위임을 받은 ‘협정체결의 당사자’일 뿐이다. 유엔사가 해체된다하더라도 휴전협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어차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위임 조직이 없어진다 한들 안보와는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75년에 제30차 유엔총회에서는 유엔사령부 해체와 관련된 서방측과 공산측의 2개의 결의안이 함께 통과되었고, 이로 인해 유엔사령부는 한국방위를 담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다만 휴전협정의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만 휴전협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는 전제 하에서 지금까지 유지될 뿐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CSIS 보고서를 비롯하여 한국 내 다수의 전문가들이 유엔사가 마치 전작권 전환 이후의 한국안보와 위기관리의 유력한 대안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껏 한국안보는 한국군의 자주성이 고양되는 방향으로, 즉 ‘탈유엔화’가 진행되어 온 역사를 전부 되돌리는 발상이다. 한국의 위기관리를 한국전쟁 당시 체제로 회귀시키겠다는 발상이다. 60여 년 전과 지금이 엄연히 다른 역사적 상황임에도 1950년 유엔 결의에 위기관리를 위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한반도 유사시에 38도선 이북, 또는 휴전선 이북에 대한 작전에 대한 권한도 여전히 유엔사령부의 통제를 받는 상황이 초래된다. 당연히 북한은 한국군이 자주적으로 전쟁을 결심할 능력이 없고, 앞으로도 유엔사령부의 통제에 한국군이 예속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국군에 대해 지속적인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 국방부는 앞으로 남북관계 진전도 유엔사령부 동의에 좌우된다는 희대의 주장을 내세울 것이 명확하다. 즉 한반도 정책을 미국에 아웃소싱하는 유력한 통로가 될 것이고, 지금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는 2013년 체제, 즉 9.19 공동성명에서 표방한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구상이 전부 위협받는다는 데 있다. 지금껏 보수 냉전세력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보여 준 혐오와 불신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새로운 유엔사 강화 시나리오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구상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확보한 셈이다.



한미 군부의 기득권 지키기


그러나 어처구니없게 이런 흐름은 사소한 데서 시작되었다. 전작권 이후 한국의 주한미군 전투사령부가 4성 장군에서 3성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로 격하될지 모른다는 우려, 즉 미 지상군 4성 장군 자리가 하나 없어질지 모른다는 미군 장성들의 우려가 유엔사 강화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동기였다. 이런 기득권 지키기에서 유엔사 강화 움직임은 이미 2005년 경 B. B. 벨 사령관이 보여준 행태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유엔사령부가 북한을 넘어 중국까지 견제한다는 오바마의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중시전략에 영합하는 수단으로까지 부각되는 국면으로 발전한 것이 지금이다.

따라서 미국의 최근 전략은 한반도 안보를 중시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중국 견제, 즉 진영안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안보에 짐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엔사가 강화된다고 해서 미국은 한국의 보수세력 기대대로 한국에 더 많은 안보지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앞으로 매년 50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10년 간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체제는 한국 전쟁 당시의 국제체제에 머물러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 안보는 북중러의 진영 결속을 강화하는 빌미를 줌과 동시에 평화체제는 물 건너 갈 것이다. 반면 한국이 안보를 미국에 더욱더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진영 논리, 즉 세력균형론에 기초한 잘못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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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