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된 군단급 UAV 사업, 노대래식 개혁의 위험성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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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단급 무인 정찰기 RQ-101 송골매 ⓒ 디펜스21+ 박수찬



업체 불참으로 개발사업 유찰


육군의 차기 군단 무인정찰기(UAV) 개발 사업이 업체의 불참으로 유찰되었다. 애초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17년까지 966억원을 투입하여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3378억을 추가 투입하여 양산하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7월 23일 마감된 5개 분야(체계/비행체, 지상체, 데이터링크, EO/IR, SAR) 사업 중 체계/비행체 분야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단독으로, 데이터링크 분야는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가 입찰에 참여한 데 반해, 나머지 3개 분야는 참여자가 없어 자동으로 유찰되었다. 업체 참여가 극히 저조하여 사업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향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체가 아닌 일반 기업에도 방산 참여를 대폭 개방하여 경쟁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누차 천명하여 왔다. 그러나 업체의 참여가 저조함에 따라 그간의 공언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사업예산 배정에 있어서도 업체가 개발에 소요되는 최소비용을 밑도는 원가 후려치기로 이 개발 사업은 업체의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총 개발비 966억원 중 직접 개발을 수행하지도 않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체계를 종합한다는 명분으로 시제비, 자료수집비(출장비), 인건비 등으로 120억원을 가져가고 정작 개발에 참여할 업체에는 개발 원가에도 못 미치는 최소비용을 배정해 놓고 다수 업체를 참여시켜 경쟁시킨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352억원이 배정된 체계/비행체 개발 사업은 현재 사단급 UAV를 개발하는 대한항공의 참여가 유력시 되었으나 예산이 적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72억원이 배정된 지상체 개발사업, 42억원이 배정된 EO/IR 개발사업, 74억원이 배정된 SAR 개발 사업에 대해 업계는 “손해 볼 사업”이라며 일제히 등을 돌렸다. 113억원이 배정된 데이터링크 사업만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가 경쟁하는 유일한 사업이다.



방사청과 국과연의 기득권 챙기기


이렇게 개발 사업이 유찰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려되던 방위사업청과 국과연의 소아적인 사업관리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의 개발 사업을 여러 개로 쪼개서 각기 발주하고 국과연이 이를 관리하는 식의 지금과 같은 사업방식은 개발 실패의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위험한 방식이다. 지난해 K-2전차 파워팩 개발을 전차 개발과 별도의 사업으로 분리 발주하는 바람에 치룬 곤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현상들이 사단급 무인정찰기,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국방 개발사업 전반에 부실의 위험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사업을 쪼개는 방식은 개발 자체의 목적에는 위배되지만 국과연 각 부서들에게 사업을 나누어 줌으로써 실적을 올리는 데는 매우 유용한 방식일뿐더러 여러 업체를 국과연이 관리 감독하며 기득권을 높이는데 악용될 우려마저 크다. 그러나 그 피해는 수요군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게다가 군단급 무인정찰기 사업은 재작년 미래기획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에 의하면 국과연 주관이 아닌 업체가 주관이 되어 개발하기로 한 사업이다. 작년 초에 청와대 주관으로 열린 국방산업 토론회 워크숍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재확인 된 바 있다. 그러나 방사청과 국과연이 자신의 ‘관할권’을 주장하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며 정부 주도 사업으로 다시 회귀함으로써 개혁을 무너뜨린 표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취임 이래 줄곧 방산 업체를 ‘부패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며 추진한 개혁의 비현실성이다. 방위산업의 근간을 형성해 온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한 후 방산제품의 특성 (군수요 제한, 특수기술 활용, 개발투자 등)을 감안하지 않은 저가 입찰중심의 경쟁체제로 대체되어 방위산업에 대한 매력이 저하되고, 과잉•중복투자를 유발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위산업이라고 해서 국가의 특혜를 독식해서는 안 된다. 안보를 빙자해서 특정기업에 특혜를 준다면 그것은 거꾸로 방위산업 발전을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방위사업청이 표방한 경쟁제도는 턱없이 낮은 입찰가에 의한 가격 후려치기, 기술•품질에 대한 평가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는 입찰 및 평가제도로 경쟁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일부 기업의 한탕주의식 방산 참여는 예산 대비 60~80% 낙찰로 이어져, 향후 국방개발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또 다른 위기의 요인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 한국형 K-2 전차 파워팩 개발 실패, 불량 복합 소총, 부실 장갑차 개발, 지휘통제체제(C4I)의 부실 등, 한국군 전체가 품질불량의 군대, 짝퉁 개발의 온상지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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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