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평 가을 진객 재두루미 사라질라 윤순영의 시선



지난 27일 김포 재두루미 7마리 도착, 올해가 마지막인가 걱정

논 매립해 비닐하우스와 창고로, 재두루미 떠나면 사람은 잘 살까

 

크기변환_dnsYSJ_1614.jpg » 홍도평야를 선회하는 재두루미.

 

올해도 어김없이 재두루미가 찾아왔다. 10월27일 아침 6시20분께 홍도 평에 재두루미 7마리가 내려앉았다. 

 

지난해보다 5일 정도 이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혹시 안 올까 걱정도 했다.

 

4년 전만 해도 이런 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쉴 들판이 점점 매립되면서 개체수가 줄었고 월동 일수도 줄어들었다. 두루미가 와도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크기변환_dnsYSJ_1622.jpg » 아파트 숲을 헤치고 논을 향해 내려오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dnsYSJ_1627.jpg » 논이었던 곳은 매립되어 영농창고를 짓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편법으로 만든 창고가 즐비하다.

 

크기변환_dnsYSJ_1629.jpg » 비좁아진 농경지 틈을 찾아 비닐하우스 위를 나는 재두루미. 



재두루미가 이렇게 사정이 나빠진 홍도 평을 여전히 찾아온다는 것은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이다. 올해를 끝으로 다시는 홍도 평을 찾아오는 재두루미가 한 마리도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림1[2].jpg » 2012년 이후 김포 홍도평야의 재두루미 도래 수 변화.

 

홍도평에 2011년 10월 말 재두루미가 처음 도래한 이래 이듬해 12월 가장 많은 41마리가 관찰되었다. 2012년 월동기인 1월과 2월 10~15마리가 안정적으로 홍도평을 이용했으나 그 수는 2013년 들어 10마리 미만으로 떨어졌다.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재두루미가 한 마리도 오지 않을 날이 곧 올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김포 홍도평의 재두루미 보전에 김포시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재두루미 월동 취식지는 이미 사라졌다. 한강 하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김포시 홍도평은 재두루미의 유일한 터전이다


 크기변환_dnsYSJ_1640.jpg » 어디에 앉을까, 한참을 선회하다 자리를 찾아 가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dnsYSJ_1642.jpg » 금빛 아침 햇살을 가슴에 안고 평야에 내려 앉고 있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dnsYSJ_1666.jpg » 재두루미는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김포시는 재두루미 도래를 김포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재두루미는 우리나라 서해안 천수만과 동해안 철원 등을 거쳐 일본 규슈 사가현 이마리 만 상공을 지나 가고시마현 이즈미로 월동하러 날아간다. 재두루미가 거쳐 가는 이마리에서는 상공을 지나가는 재두루미가 내려 앉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찾아오는 두루미를 내쫓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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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를 앉히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재두루미가 와야 생태관광, 유기농업 등 지역이 생존할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재두루미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널 뿐이다. 그들이 찾아오는 환경을 가진 곳이 지속가능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크기변환_dnsYSJ_1752.jpg » 재두루미 곁으로 황오리도 날아든다. 재두루미는 살아있는 환경의 지표이다.

 

재두루미가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덕분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김포시는 겨울철의 진객 재두루미를 쫒아 내고 있다. 그것은 재두루미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불행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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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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