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평 가을 진객 재두루미 사라질라 윤순영의 시선
2014.10.27 22:21 윤순영 Edit
지난 27일 김포 재두루미 7마리 도착, 올해가 마지막인가 걱정
논 매립해 비닐하우스와 창고로, 재두루미 떠나면 사람은 잘 살까
» 홍도평야를 선회하는 재두루미.
올해도 어김없이 재두루미가 찾아왔다. 10월27일 아침 6시20분께 홍도 평에 재두루미 7마리가 내려앉았다.
지난해보다 5일 정도 이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혹시 안 올까 걱정도 했다.
4년 전만 해도 이런 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쉴 들판이 점점 매립되면서 개체수가 줄었고 월동 일수도 줄어들었다. 두루미가 와도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 아파트 숲을 헤치고 논을 향해 내려오는 재두루미.
» 논이었던 곳은 매립되어 영농창고를 짓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편법으로 만든 창고가 즐비하다.
» 비좁아진 농경지 틈을 찾아 비닐하우스 위를 나는 재두루미.
재두루미가 이렇게 사정이 나빠진 홍도 평을 여전히 찾아온다는 것은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이다. 올해를 끝으로 다시는 홍도 평을 찾아오는 재두루미가 한 마리도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
홍도평에 2011년 10월 말 재두루미가 처음 도래한 이래 이듬해 12월 가장 많은 41마리가 관찰되었다. 2012년 월동기인 1월과 2월 10~15마리가 안정적으로 홍도평을 이용했으나 그 수는 2013년 들어 10마리 미만으로 떨어졌다.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재두루미가 한 마리도 오지 않을 날이 곧 올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김포 홍도평의 재두루미 보전에 김포시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재두루미 월동 취식지는 이미 사라졌다. 한강 하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김포시 홍도평은 재두루미의 유일한 터전이다
» 어디에 앉을까, 한참을 선회하다 자리를 찾아 가는 재두루미.
» 금빛 아침 햇살을 가슴에 안고 평야에 내려 앉고 있는 재두루미.
» 재두루미는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재두루미를 앉히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재두루미가 와야 생태관광, 유기농업 등 지역이 생존할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재두루미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널 뿐이다. 그들이 찾아오는 환경을 가진 곳이 지속가능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재두루미 곁으로 황오리도 날아든다. 재두루미는 살아있는 환경의 지표이다.
재두루미가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덕분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김포시는 겨울철의 진객 재두루미를 쫒아 내고 있다. 그것은 재두루미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불행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