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곁을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관찰을 하게 되었다. 반려동물도 아니고 야생동물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다. 지속해서 관찰하는 동안 떠돌이 개의 행동은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이 없었다.

꼬리에 흔들림이 없다. 걸을 때 축 늘어져 맥없는 모습이다. 야윈 몸에 털이 길어 몸집이 있어 보일 뿐이다. 꼬리의 흔들림이 아예 없는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파트 단지 내를 서성이며 돌아다니는 개를 불쌍히 여겨 주민들이 먹이터를 마련하고 물과 사료를 정성스럽게 놔주었다. 아파트단지 내에서 생활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가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놓아준 먹이는 먹어도 만들어준 잠자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차량 아래가 휴식처이자 잠자리다. 떠돌면서 지친 개이지만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려는 자세가 뚜렷하다. 남다른 영리함을 지닌 모습이 드러난다. 그의 눈빛은 복잡하다. 주인을 향한 그리움과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경계심이 섞여 있다.

차량 밑에서 나온 떠돌이 개가 어딘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주인과 즐거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반려견도 이쪽을 바라본다. 한때 자신을 묶었던 목줄이 떠오른다.


11월 이후부터 개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파트단지 안에서 생활한 지 석 달째였다. 개의 모습이, 그의 눈빛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버림받고 떠도는 개들이 많다.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개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특히 폭력을 당한 개들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평생 안고 산다. 귀엽다고 충동적으로 기르다 버려지는 개가 너무 많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