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 고니, 눈칫밥 겨우살이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밀렵이나 폭풍 사고로 이산가족

큰고니 무리에 끼여 구박 견뎌

 

백조라 부르는 겨울철새의 귀족

2월엔 번식깃이 나와 누런 혼인색

 

크기변환_DSC_0813.jpg » 큰고니 무리에 끼어 월동지에 온 고니가 괴롭힘을 당하고고있다.

백조라고 흔히 부르는 고니는 크고 화사한 겨울 철새의 귀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고니는 한 종이 아니고 고니, 큰고니, 혹고니 등 3종이다.

크기변환_DSC_8363.jpg » 고니. 큰고니와 유사하나 크기가 작으며 기부 부리의 노란색이 더 좁고 끝이 둥글다.

크기변환_DSC_6519.jpg » 큰고니. 고니보다 크며 부리 기부의 노란색 부분이 앞으로 뾰족하게 나와있다.

크기변환_YS1_6105.jpg » 혹고니. 큰고니보다 크며 부리는 주홍색이다. 기부의 눈 앞부분의 혹은 검다.

이마에 검은 혹이 난 혹고니는 멸종위기종 1급이고 나머지는 2급인데, 우리나라에서 고니를 보기는 쉽지 않다. 큰고니는 경안천, 팔당, 천수만, 을숙도, 주남저수지 등 여러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겨울 철새 가운데 고니를 보았다면 큰고니일 확률이 높다.

크기변환_DSC_8254.jpg » 큰고니 무리, 가족 단위의 경계 구역이 있다.

크기변환_DSC_6486.jpg » 큰고니 무리.

지난 1121일 충남 서산시 해미천에서 큰고니 80여 마리의 무리 속에서 홀로 끼어있는 고니를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두 종을 구별하기 힘들다. 고니는 몸집이 큰고니보다 작고 부리 안쪽 노란 부위가 부리 끝 검은 부위보다 좁은 것이 특징이다. 

크기변환_DSC_0385.jpg » 큰고니 곁에서 홀로 지내는 고니.

크기변환_DSC_6470.jpg » 큰고니 옆에서 날갯짓을 하는 고니. 큰고니와 비교하면 부리 기부에서 내려온 노란색이 짧다.

크기변환_DSC_0563.jpg » 큰고니 뒤를 따르는 고니. 크기 차이가 난다.

외톨이 고니는 큰고니 무리 속에서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었지만 따돌림과 텃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천덕꾸러기처럼 구박과 따돌림을 받더라도 큰고니 속에서 끼어서 월동을 할 처지이다.

크기변환_DSC_6506.jpg » 큰고니 무리 옆에서 떨어져 실눈을 뜨고 눈치를 살피는 고니.

이 고니는 어떻게 다른 종 무리에 끼게 된 것일까. 번식지에서 가족이 밀렵 등 사고를 당해 뿔뿔이 흩어졌을지 모른다. 아니면 월동지로 이동하다가 폭풍을 만나 가족을 떠나 큰고니 무리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두루미 무리에서도 이런 입양은 종종 보이는 일이다.

크기변환_DSC_9895.jpg » 큰고니 가족. 어린 큰고니 깃털은 갈색을 띤다.

크기변환_DSC_9927.jpg » 앞쪽 어린 큰고니와 뒤쪽 큰고니 사이를 지나가는 외톨이 고니.

크기변환_DSC_0581.jpg » 큰고니 앞을 태연히 지나치는 고니. 그러나 눈치를 살핀다.

비록 큰고니 무리에서 이리저리 채이면서도 고니는 적당히 눈치를 살피며 주눅 들지 않고 큰고니 무리와 행동을 같이한다. 큰고니가 먹이를 먹으러 수초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따라가고, 휴식과 낮잠도 함께 즐기는 등 큰고니처럼 행동한다.

크기변환_DSC_7786.jpg » 수초 뿌리를 캐먹는 큰고니.

크기변환_DSC_8106.jpg » 큰고니 깃털 고르기.

큰고니 무리에서 고니는 미운 오리 새끼이지만, 다행이라면 다 자란 개체여서 번식지로 돌아가면 어렵지 않게 자기 무리에 합류할 것이다. 어쨌거나 외톨이 고니로서는 올겨울 이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겨울나기가 무척이나 힘들고 생명의 위협마저 겪을 것이다. 그래서 큰고니 따라 하기에 고니는 필사적이다. 그나마 큰고니가 받아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크기변환_DSC_8240.jpg » 자리다툼을 하는 큰고니.

 크기변환_DSC_8213.jpg » 큰고니들은 자리다툼이 심하다.

크기변환_DSC_0507.jpg » 자리를 피해 도망가는 큰고니.

고니와 큰고니의 깃털이 하얀 솜사탕처럼 곱게 보인다. 그러나 2월이 되면 번식 깃이 나와 누런 혼인 색을 띠게 된다. 고니의 고운 깃털을 보려면 너무 늦지 말아야 한다.

 

·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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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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