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흰꼬리수리의 사투…박제 노린 불법 밀렵 성행 윤순영의 시선

김포서 세계적 보호종 어린 흰꼬리수리 등에 총 맞은 채 발견

한시간 봉합수술 마쳐, "어서 나아, 쥐 사냥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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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가 박제를 노리는 밀렵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논에 큰 새가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 들어왔다. 구조단원이 현장에 달려갔다.
 

구조돼 온 새는 어린 흰꼬리수리였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지만 등에 엽총으로 맞은 큰 상처가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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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돼 수의병원에 실려온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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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수술

 

쏘아보듯 날카로워야 할 눈은 흐려 있었고 비명도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수의사가 총알을 제거하는 수술에 들어갔다.
 

다행히 총알은 등과 날개를 스쳐나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1시간에 걸친 봉합수술을 마친 흰꼬리수리는 기진맥진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누가 이 수리를 쏘았을까. 산탄이 아닌 단발로 쏜 것으로 보아 불법 박제를 노린 밀렵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총알이 스쳐 치명상을 피한 새는 본능적으로 날아 오른다. 결국 밀렵꾼의 손에서는 놓여났지만 출혈이 심해지면서 논바닥에 추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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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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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돼 일어나 앉은 흰꼬리수리. 아직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다행히 새는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눈에 광채가 살아났다. 하루가 지나자 엎드려 있던 새는 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꼬리 부분의 부상 때문에 아직 어정쩡한 자세이다.
 

이 새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총에 맞은 재두루미도 부상 치료 후 2년째 데리고 있지만 아직 날지 못한다. 겉은 멀쩡하더라도 온전하게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흰꼬리수리는 세계적인 보호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멸종위기종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주로 강 하구에서 물고기, 쥐, 작은 새 등을 잡아먹는 드문 겨울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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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겨울철새로 세계적인 보호종인 흰꼬리수리의 날카로운 얼굴 모습. 물고기, 쥐, 새 등을 잡아먹는다.

 

최근 밀렵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이후 김포 한강 하구에서 밀렵 신고가 4건이나 들어와 독수리 7마리 등 새들이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철새가 먹이가 많은 농경지로 몰려든다. 밀렵에 매우 취약해지는 것이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에 해마다 들어오는 밀렵 신고는 20여 건에 이른다. 산탄총으로 기러기를 떼죽음시키고 독극물을 풀어 연쇄 죽음을 몰고 오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 요즘엔 박제를 만들기 위해 법정 보호종에 총질을 하는 밀렵꾼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은 거의 없다. 사법권이 없는 민간단체의 힘으로 이런 밀렵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겨울은 철새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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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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