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의 보석 팔색조, 경기 가평서 번식 확인 윤순영의 시선

제주도 흡사한 어두운 계곡에 둥지 새끼 4마리 성공적으로 길러

날씨 가물어 지렁이 대신 메뚜기를 주 먹이로, 기후변화로 번식지 북상

 

기변환_YSY_5422.jpg » 새끼에게 줄 메뚜기를 물고 있는 팔색조. 세계적 보호종이다.    

지난 77일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김응성 지회장과 유회상 자문위원으로 부터 경기도 가평군 야산에서 팔색조가 번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봄과 가을 통과시기에 팔색조가 가끔 관찰된 사례가 있고 새끼를 발견한 적이 최근에 있지만 경기도 지역에서는 번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번식은 제주도와 남해지역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변환_YSY_5817.jpg » 팔색조는 깃털은 화려하지만 숲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면 주변 색과 어우러져 잘 보이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5821.jpg » 주변을 살피는 팔색조.매우 조심스러운 새이다.

 

그동안 경기도 지역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팔색조의 생태를 관찰하고자 몇 년간 찾아보았지만 개체수도 적고 경계심이 강해 은밀하게 움직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팔색조의 둥지를 찾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경기지역에서 번식한다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크기변환_1SY_2843.jpg » 팔색조는 이동할 때 주변의 작은 바위를 정거장처럼 이용한다.

 

크기변환_YSY_5643.jpg » 팔색조 부부가 만나는 한 때. 팔색조는 암수가 모두 비슷하게 화려하다.

 

크기변환_1SY_3414.jpg » 짧은 목을 한껏 치켜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는 팔색조.

 

통과 지역인 경기 내륙에서 번식하는 팔색조의 번식의 가능성을 두고 생태를 밝히고 싶어 던 마음이 간절했었다.

 

지난해 어떤 영문인지 알1개와 함께 둥지를 포기한 것이 관찰되었다. 그로인해 더욱 더 팔색조 번식이 경기 내륙지역에서 한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크기변환_1SY_2853.jpg » 가평군 계곡의 팔색조 둥지는 아래 사진 제주도에 둥지를 튼 계곡 환경과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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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일 둥지를 튼 곳은 350고지의 험준한 계곡을 40분가량 한참을 걸어야 했다. 무더위에 몸은 땀으로 뒤범벅되었다. 깊숙한 계곡 인적이 아예 찾지 않는 어두운 비탈면에 팔색조의 둥지가 있었다.

 

 위장이 얼마나 완벽한지 바로 앞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주 맑은 날씨였지만 계곡 바닥은 어둑했다. 숲이 우거져 햇빛이 잘 투과하지 못해서다. 서식지 환경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제주도의 번식지 환경과 너무나 흡사했다. 나무의 종류만 다를 뿐이었다.

 

크기변환_YSY_3966.jpg » 바위로 올라서려는 팔색조 지렁이와 곤충을 함께 물었다.

  

크기변환_YSY_5832.jpg » 바위에 올라선 팔색조.   

팔색조 새끼 4마리가 태어나 있었다. 처음 발견한 다음날 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태어난 지 7일 정도 돼 보였다. 엿새 뒤면 둥지를 떠날 것이다. 팔색조는 18일 정도 알을 품고 깨어난 새끼가 둥지를 떠나기까지 12~13일 걸린다.

 

 

돔형 식으로 집을 짓고 외부는 나뭇가지로 만들고 마른 나뭇잎으로 위장하고 들머리 가까이엔 마른풀로 마무리를 하고 안쪽에는 가는 뿌리로 둥지를 틀고 알자리는 이끼를 깐다. 팔색조는 둥지를 틀 때 주변을 치밀하게 살핀다.

 

 크기변환_1SY_2742.jpg » 가까운 거리는 날지 않고 통통 뛰는 모습으로 이동하는 팔색조.

 

크기변환_1SY_2617.jpg » 나무위에서도 이동할 때는 가볍게 뛴다.

 

크기변환_YSY_5366.jpg » 팔색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색깔의 깃털이 온몸을 덮고 있다.

 

위협요인은 없는지 먹이는 풍부한지 사전에 파악하고 빗물에 비탈면의 둥지가 쓸려 내려가지 않는 지형지물을 선택하고 동물들이 지나가지 않는 곳 을 택한다. 바위나 나무위에 둥지를 짓기도 한다.

 

둥지를 지은 뒤 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주로 땅에서 은밀하게 생활하며 새끼를 키운다.

 

크기변환_YSY_4902.jpg » 둥지 주변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날개 짓으로 경고를 보낸다.

 

크기변환_YSY_4919.jpg » 경고!

 

크기변환_YSY_4927.jpg » 날갯짓은 둥지 주변의 침입자가 물러설 때까지 계속된다.

 

머리가 크고 짧은 목과 짧은 꼬리, 유난히 긴 다리와 통통한 몸을 가진 팔색조는 땅에서 주로 생활을 해서인지 나는 모습은 왠지 어설퍼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땅이나 바위, 나뭇가지를 오가며 통통 튀는 움직임이 더 민첩하다. 긴 다리와 탄력적인 체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른 새들과 다른 특징이다.

 

크기변환_YSY_4280.jpg » 땅으로 이동하여 바위에 앉아 둥지에 가까운 횃대로 올라가려하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4284.jpg » 힘차게 횃대로 날아오르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4336.jpg » 횃대로 올라온 팔색조.    

크기변환_YSY_4349.jpg » 쏜살같이 둥지로 향하는 팔색조. 민감한 장소로 향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동작이 매우 민첩하다.

 

팔색조는 무지개와 같은 선명한 밤색, 검은색, 노란색, 녹색, 파란색, 붉은색, 흰색 그리고 파란 형광 색 깃을 가지고 있어 선명한 색은 다른 새와 혼동되지 않는다. 팔색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철새다.

 

번식지는 어둡고 습기가 적당하다. 새끼를 기를 때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지렁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과 비슷하다.

 

팔색조는 둥지로부터 약 20m 반경을 벗어나지 않으며 지렁이를 잡아온다. 땅위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위협요인이 많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게 위해서다.

 

 크기변환_YSY_60031.jpg » 자개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팔색조의 깃털.

크기변환_YSY_5374.jpg » 먹이를 물고 있지 않은 팔색조의 모습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크기변환_YSY_4083.jpg » 깃을 단장하는 팔색조.

 

사냥 행동도 독특하다. 약간 아래로 굽은 튼튼한 검은 부리로 낙엽을 들쳐가며 잡은 지렁이를 한 움큼 모아 입에 문다.

 

잡은 지렁이를 잠시 땅바닥에 두고 다른 지렁이를 재빨리 사냥한 뒤 먼저 잡은 지렁이와 합쳐 새끼가 먹기 좋도록 다듬은 다음 종종 걸음으로 둥지 주변으로 향해 둥지와 가까운 횃대에 올라서서 둥지로 날아든다. 먹이는 새끼들에게 차례로 주고 새끼 분변을 가지고 나온다.

 

 크기변환_YSY_5947.jpg » 먹이를 주고 새끼의 배설물을 받아 무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6144.jpg » 분변은 멀리 내다버린다. 냄새로 인해 다른 동물들이 둥지로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곳 팔색조는 지렁이보다 메뚜기를 주로 잡아다준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곤충류와 작은 파충류를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팔색조는 지렁이를 선호해 주식으로 먹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 보편적인 먹이습성이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계곡의 물이 마를 정도였으니 지렁이가 건조해진 낙엽 밑에 있지 않고 땅속 깊이 들어갓을 것이다.

 

찾기 어려운 지렁이보다는 곤충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역시 지렁이를 사냥하듯 곤충을 무더기로 입에 물고 땅바닥에 놓았다 물었다 수차례 반복하며 다듬어 새끼들에게 차례로 나누어 준다.

 

크기변환_YSY_4957.jpg » 지렁이처럼 여러 마리의 메뚜기 등 곤충을 입에 가득 문 팔색조.

 

크기변환_1SY_2973.jpg »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전 팔색조 부부가 횃대에서 만났다.

 

크기변환_YSY_4944.jpg » 지렁이가 부족하여 곤충을 사냥하여 부리에 잔득 물은 팔색조.

 

팔색조 부부는 언제나 먹이를 함께 가져와 주위를 살핀 다음 한 마리가 먼저 둥지로 들어가 먹이를 주는 동안 배우자는 주위를 살핀다. 상대가 둥지에서 먹이를 주고 떠나자마자 신속하게 교대를 한다.

 

 모든 새들이 그렇듯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순간에는 철저한 경계를 한다. 먹이를 먹이는 순간에는 무방비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YSY_5897.jpg » 곤충과 지렁이를 부리에 물고 있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6019.jpg » 새끼를 기르는 어미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크기변환_YSY_4639.jpg » 커다란 지렁이를 한 마리만 물고 오른 팔색조.

 

716일 계속해서 다람쥐 가족이 나타나 둥지 주변과 팔색조가 이동하는 횃대와 바위를 오가며 이리저리 뛰며 난리다. 어디선가 팔색조가 쏜살같이 나타나 다람쥐를 위협한다.

 

 팔색조는 다람쥐가 눈에 거슬리고 혹시나 새끼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안절부절 하며 날개를 펴고 위협적인 몸짓으로 다람쥐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보낸다. 결국 다람쥐들이 자리를 피한다. 자주 다람쥐가 이곳에서 목격된다. 팔색조에겐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크기변환_YSY_4100.jpg » 불청객 다람쥐가 나타나 여유를 부린다.     

크기변환_1SY_3338.jpg » 쏜살같이 나타나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4454.jpg » 날개 짓으로 다람쥐에게 경고를 하는 팔색조.

 

크기변환_YSY_4112.jpg » 황급히 나무위로 도망가는 다람쥐.

 

718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된다. 그늘진 계곡이지만 열기가 대단하다.

 

팔색조도 먹이를 나르느라 무더위에 지친 듯 목욕을 하고 나타났다. 먹이를 물고 나뭇가지와 바위를 오가며 젖은 몸을 말린다.

 

크기변환_YSY_4390.jpg » 목욕을 한 듯 온몸이 푹 젖은채 먹이를 물고 나타난 팔색조 어미.

 

크기변환_YSY_442.jpg » 젖은 깃털을 털어 말린다.     

 

크기변환_YSY_449.jpg » 이제 다 말랐다.

 

720일 비가 내린다. 어미는 작은 먹이로 새끼들을 굶주리게 하며 자주 둥지를 찾지 않는다. 새끼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낌새가 보인다. 저녁 늦게 까지 기다렸지만 이소를 하지 않았다.

 

크기변환_1SY_3336.jpg » 새끼가 눈에 띄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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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10시께 팔색조 둥지에 도착했다. 이미 둥지는 비어 있었다. 어제 촬영을 하며 새끼들이 내일이나 모레쯤 둥지를 떠날 것이라고 한 예측이 들어맞았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나뭇가지 위에 둥지 밖을 나온 새끼가 보인다. 아직은 새끼에게 계곡이 낯설지만 내년에 이들이 다시 이곳에 찾아와 화려한 자태를 뽐냈으면 좋겠다.

 

크기변환_유조_DSC6991.jpg » 둥지 밖으로 나온 팔색조 새끼.

 

크기변환_YSY_5671.jpg » 다정한 팔색조 부부.이들이 힘을 합쳐 무사히 새끼를 길러냈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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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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