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두루미, 자연 거스른 새 종 탄생일까 윤순영의 시선

검은목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이서 태어난 변종

그들끼리 모여 살고 새끼 낳아 기르고 '오순도순'

 

크기변환_DSC_7364.jpg » 검은목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종.

잡종은 열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잡종은 전혀 열등하지 않다. 순종이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형질을 발현시켜 오히려 생존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

순수 혈통을 고집하다 아예 대가 끊긴 경우도 적지 않다. 유대인에게 치명적인 유전병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생명은 다양성 속에서, 즉 잡종을 통해 살 길을 찾는다. 잡종이란 순종과는 뭔가 다른, 새로운 특징의 변종이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DSC_5893.jpg »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검은목두루미.

크기변환_fe01e95eb24fe23f59a4601176a0c51a_1449020093_0334[1].jpg »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흑두루미.

혼혈두루미를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검은목두루미와 흑두루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두루미가 천수만에서 지금 월동을 하고 있다.

2009년 몇 마리의 혼혈종이 보이긴 했다. 7년 만에 20여 마리로 늘었다. 지난 11월부터 12월초까지 혼혈 두루미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크기변환_DSC_3200.jpg » 혼혈종 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7551.jpg » 혼혈종 무리는 그들만의 생활양식이 있다.

혼혈 두루미는 간월호의 잠자리를 흑두루미와 함께 이용한다. 그러나 혼혈 두루미는 간월호 외에도 천수만 와룡천 인근 농경지에서 취식하며 흑두루미와 서식 공간 영역을 따로 이용한다. 흑두루미와는 함께 무리를 이루지 않았다.

크기변환_SY1_2585.jpg » 간월호 잠자리로 날아드는 흑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SY2_8681.jpg » 잠자리에 내려앉은 흑두루미.

이런 생활행동양식은 종이 다른 생태적인 이유로 나타난다. 혼혈 두루미 무리는 같은 종으로서 같은 생활을 하고, 유대관계가 돈독함을 엿볼 수 있다. 검은목두루미, 흑두루미와는 서로 다른 종으로서 갖는 생태적 특징이다.

크기변환_DSC_7480.jpg » 혼혈종 두루미가족.

혼혈종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자. 몸 깃털이 전체적으로 은회색에 가깝고, 날개덮깃에 버들잎모양의 검은색이 뚜렷하게 듬성듬성 보인다. 꼬리 끝과 이마는 검고, 머리꼭대기에 붉은 점이 있다. 멱 부분에 검은색이 있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멱과 목은 흰 회색을 띤 개체가 더 많다.

크기변환_DSC_7335.jpg » 혼혈종 어린 두루미.

크기변환_DSC_7430.jpg » 어미의 보호를 받고 있는 혼혈종 새끼 (왼쪽)

앉아있을 때나 날 때 보면 첫째, 둘째, 셋째 날개는 검은색이다. 몸 깃털색은 회색인 검은목두루미를 닮고, 이마와 머리는 흑두루미를 닮았다. 어린흑두루미의 목은 갈색이고 몸 전체는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이다. 혼혈 두루미는 흑두루미 보다 다소 크며 강건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크기변환_DSC_0944.jpg » 혼혈종 두루미 부부.

어린 두루미가 보인다. 혼혈두루미의 특징적인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 모습을 보면서 종 고정이 된다면 두루미과 종으로 '회색두루미'라는 이름을 생각해보았다.

크기변환_DSC_7313.jpg » 혼혈종 어린두루미가 먹이를 먹는데 여념이 없다.

혼혈 두루미는 이미 생활방식과 소통, 밀접한 유대 관계, 가족 및 혈연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혼혈 두루미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새끼는 어미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고 있다.

크기변환_DSC_8912.jpg » 혼혈종 두루미 부부.

장기적인 연구와 좀 더 세밀한 관찰을 통해 혼혈종의 생태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유전자 확인을 통해 새로운 종의 출현을 확인해야 할 연구과제로 떠오른다.

소수의 변종 두루미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수만에는 혼혈 두루미가 해마다 들어나고 있다. 혼혈종의 출현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일일 수 있지만, 결국 그들도 자연의 일부이다.

크기변환_DSC_7662.jpg » 혼혈종 두루미.

 

글·사진  윤순영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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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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