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생태시계 24절기, 기후변화로 망가질라 윤순영의 시선

청명 땐 여름철새 찾아오고, 곡우엔 짝짓기하고 등지 틀기 바빠  먹이와 번식 계절변화 질서에 순응, 기후변화로 허물어질까 걱정

 크기변환_DSC_0783.jpg » 봄을 알이는 매화.

24절기란 중국 문화권에서 오래 전부터 1년 동안의 태양의 움직임을 24등분해 구별한 날을 가리킨다. 중국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한데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와 잘 맞지 않기도 하지만, 낮의 길이에 민감한 생태계 동향을 아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물바람숲 연재물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참고).

봄을 알리는 입춘이 오면 겨울철새들은 번식지로 돌아갈 준비가 되고 동시에 번식을 위한 생체변화가 시작되어 혼인 색을 띄게 된다. 생명이 움트는 시기이다. 우수에는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

크기변환_YSY_4766.jpg » 월동이 끝날 무렵 머리, 목, 배에 선명한 감귤색의 혼인 색을 띤 큰고니 무리들.

비가 오고 싹이 트는 이때 겨울철새들은 월동을 끝낼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하여 번식지로 떠나간다.

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경칩시기에는 겨울철새들이 본격적으로 북상을 시작하며 고단백 먹이를 많이 섭취한다. 먼 여정에 꼭 필요한 영양제이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YSY_6264.jpg » 번식지를 향해 북상을 재촉하는 큰기러기 무리.

크기변환_YSY_6685.jpg » 개리가 번식기로 돌아가기 전 중간 기착지에서 충분한 영양식 섭취한다.

크기변환_YSY_6620.jpg » 이때는 먹이 경쟁이 치열하다. 목을 쭉 내밀어 상대를 위협하는 개리.

새들은 남하와 북상, 월동 중에 필요한 먹이와 사냥감이 있는 곳을 그들만의 생태지도를 만들어 활용하고 후대에도 이어져 학습이 된다. 새들은 계절변화에 순응하며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그 질서가 허물어질 때 생태계가 온전하게 유지될지 걱정이다.

 

 크기변환_DSC_0553.jpg » 동백꽃.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이면 철새들은 월동지를 벗어난다. 농촌지역에서는 흙을 일구고 씨 뿌릴 준비를 한다. 그러나 찬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람이 강해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1004.jpg »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올해는 지난 4일이었던 청명은 비로소 봄이 되어 삼라만상이 맑고 밝으며 화창한 시기다.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 밭둑을 손질하기도 하고 못자리판을 만들기도 한다. 이때 겨울철새들은 이미 번식지로 돌아간 때이고 여름철새들이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위해 찾아온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저어새.jpg » 번식지를 찾아온 저어새의 댕기깃과 가슴에 감귤색의 혼인색이 뚜렷하다.

곡우(올해는 4월20일)에는  봄비가 내려 여러 가지 작물에 싹이 트고 농사가 시작된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므로 사람들이 수액을 받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파고 통을 매달아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텃새와 여름철새들은 평소의 울음소리가 애정 표현의 소리로 변해 격앙된 소리를 낸다. 번잡하게 날아다니며 재잘거리고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하며 둥지를 틀기에 바쁘다.

크기변환_YSJ_3467.jpg » 원앙부부의 짝짓기.

크기변환_YSJ_4512.jpg » 참새 부부의 짝짓기 암컷 참새가 둥지를 마련할 재료를 부리에 물고 있다.

untitled.png » 장다리물떼새 짝짓기.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시기에는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며 연약한 잎들이 숲을 연한 녹색으로 물들이고 벌레가 많아 둥지의 새끼들이 어미가 잡아다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한다. 특히 맹금류에게는 많은 여름철새가 사냥감 대상이므로 새끼를 키워내는데 수월하다.

크기변환_YSJ_2033.jpg » 어린 큰유리새가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기변환_YSY_9888.jpg » 새끼를 돌보는 어미 참매의 눈매가 매섭다.

크기변환_YSY_0028.jpg » 무럭무럭 자란 참매 새끼들.

숲은 우거지고 자라 햇볕이 가득 찬 소만 시기에는 둥지를 떠난 어린 새들이 숨어살기 좋으며 먹이가 풍부해 어미는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를 기르는데 수월하다. 물론 새들의 종에 따라 번식 시기는 다를 수 있다. 곡식의 씨를 뿌리고 보리를 수확하는 망종에는 어린 새들이 부쩍 자라 어미로부터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배우며 커간다.

 크기변환_1SY_1936.jpg » 둥지를 떠나 어미 참매가 잡아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있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여름 더위가 시작하는 소서, 더위가 극도에 달하는 대서가 대부분 겹치며, 장마전선으로 비가 자주 와 여름철새의 여름나기가 가장 고달프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일로 어린 새들이 생명을 많이 잃는 시기이기도하다. 어린 새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많은 경험을 통해 어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어른이 된다.

크기변환_DSC_7346.jpg » 새끼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원앙.

크기변환_DSC_1468.jpg » 어미와 함께 헤엄치는 어린 원앙들.

크기변환_DSC_1491.jpg » 물놀이에 빠져 어미를 외면하기까지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되면 여름철새들의 일상이 바빠진다. 추위를 피해 따듯한 곳으로 이동할 채비를 해야 한다.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가 다가오면 여름철새들은 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어린새 끼들은 어미의 행동에 따라 움직인다. 그동안의 경험을 실전에 활용할 기회다.

크기변환_YSY_6117.jpg » 무더위 속에서도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한 팔색조.

대부분의 새들은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천적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적 생존전략이다.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 이 시기에는 때로는 늦은 태풍과 해일로 새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생명을 잃기도 한다.

크기변환__DSC7018.jpg » 어미를 기다리는 어린 팔색조. 둥지 밖에서는 갑작스런 환경변화와 천적을 주의해야 한다.

밤이 길어지는 추분에 여름철새는 떠나고 우리나라를 거쳐 가는 나그네새들은 한반도를 중간기착지로 이용해 잠시 머물며 먼 길에 필요한 영양을 다시 보충한다.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부터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기러기가 보인다.

크기변환_YSJ_5885.jpg » 나그네새인 유리딱새는 잘 익은 산초 열매를 좋아한다.

크기변환_DSC_3346.jpg » 나그네새인 비둘기조롱이가 정지비행을 하며 먹잇감 잠자리를 물색하고 있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인 상강에는 본격적인 겨울철새들이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에는 중간기착지에 머물던 겨울철새가 바쁘게 움직이며 월동할 곳을 찾아 떠난다.

크기변환_585[1].jpg » 착지하기 위해 목을 앞으로 쭉 내민 큰기러기.

크기변환_DSC_9404.jpg » 큰기러기가 농경지에 앉아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얼음이 어는 시기인 소설에는 겨울철새들이 월동지에서 월동 준비를 마친 상태로 긴 겨울을 대비한다.눈이 많이 내리는 대설에는 먹이 찾기가 힘들어 힘겨운 겨울나기를 한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동지까지 있어 겨울철새들의 월동이 만만치 않다.

크기변환_SY3_6908.jpg » 혹한의 추위에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YS1_8088.jpg » 재두루미가 눈 쌓인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겨울 중 가장 추운 시기 소한, 겨울 추위의 절정기 대한사이에 겨울철새들은 가장 힘든 겨울나기를 한다. 추위로 인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활동하는 시간이 늦어지기도 하는 등 혹한의 시기를 맞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체가 움직이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질서인 것 같다. 

크기변환_절기_1~1.JPG » 황도 상의 태양 위치와 24절기. 기상청

 

글·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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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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